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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흙덩이가 쌓인 실기실이 전시공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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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흙덩이가 쌓인 실기실이 전시공간이 되다
  • 이성순 칼럼니스트
  • 승인 2016.11.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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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성순 칼럼니스트] 싱그러움이 물씬 풍기는 졸업전시장이 있다.

이화여자 대학교 조형예술대학 C동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도예관과 도예연구소가 있다. 1층의 넓은 로비는 개교기념일이나 졸업시즌에는 전시공간으로 바뀐다. 흙으로 빚어 만든 아름다운 생활용기부터 벽장식을 위한 작품과 대형 도자조각들이 전시된 공간은 일반 전시장과는 다르게 친구들이나 연인의 전시축하 메시지를 담은 메모지가 가득히 꽂혀있는 게 눈에 띈다.

전시장 지킴이 학생이 “전시가 또 이어지는 데요”라고하며 실기실이 있는 방으로 안내한다. 4년 동안 학생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하던 테이블에는 흙덩이와 각종 작업도구들이 놓여있고 벽에는 흙투성이의 앞치마도 걸려있다. 완성된 작품만을 전시 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대학생활 4년간 그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작업하였는지 그 과정을 볼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니 흙으로 만들어진 도자기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미국의 미술대학들은 1학기에 한번은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전시를 한다. 작업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Open Studio'다. 'Open Studio'를 통하여 학생들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교수, 평론가 또한 관람객들은 발견 할 수 있다. 실기실 전시장에서 만난 도예전공 학과장은 'Open Studio'형식의 실기과정을 전시함으로 학생들의 노고를 알 수 있고 특히 학부모들은 1년 동안 딸의 수업과정을 볼 수 있어 만족한다는 후문도 듣는다.

이화여대는 최순실과 정유라 사건으로 매일 매스컴에 오르는 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의 각종 이권개입으로 문화계의 끊이지 않는 추문도 연일 듣는다. 이제 졸업하는 새내기 예술가들은 특권층의 야망에 의해 특정인만이 누렸던 암울한 문화계가 아닌 요즈음 광화문을 밝히는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밝고 투명한 사회에서 창작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 거기에 최순득이라는 여자들의 이름이 이 사회를 암울하게 만들고,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이제 이화의 많은 졸업생들과 여성 미술가들에 의해 그 어둡고 음침했던 먹구름이 걷히었으면 한다. 여름방학 내내 본관 총장공관 앞에서 소리치며 항의하던 많은 학생들은 이제는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가 차분하게 공부하며 학기말 준비를 하고 또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여성만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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