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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하늘이시어! 어찌하여 何生亮 하시나이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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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하늘이시어! 어찌하여 何生亮 하시나이까?-1
  • 여상환 국제경영연구원 원장
  • 승인 2016.12.02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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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여상환 국제경영연구원 원장] 대략 70~80대에 걸친 노년층에게는 우리나라의 6.25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거치면서 갖은 고생을 다하고 살아온 세대들이다. 변변히 읽을거리 책도 없고 입에 풀칠하기 바빠서 체계적인 공부를 하기도 힘들었던 세대들이다. 나도 그중의 하나다. 6.25 전란동안 시골로 피난을 갔을 때 그 당시 중학생 신분이었다. 읽을거리라고는 변변한 것 없고 마침 우연찮게 피난처에서 나관중 저「삼국지연의」원본을 구하게 되어 시도 때도 없이 그것만 반복하여 읽고 또 읽었다. 같은 구절도 세월에 따라서, 또 한시도 처음에는 삭막하던 것이 차츰 의미와 맛이 전달되고 한문이 주는 축약의 힘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누구나 다 알고 우리 삶의 어느 한 면을 지배하는 것처럼 삼국지는 많은 장한 모습들이 있다.

아름다운 수염을 휘날리며 고리눈 부릅뜨고 82근 청령도 휘두르며 적토마 휘몰아 단칼에 화북명장 안량, 문추를 벤 관운장의 호쾌한 모습은 동양인 전체 젊은이의 가슴을 뛰게 한 바 있다. 또 있다. 고슴도치 수염을 곧추세우고 장팔사모 꼬나 잡고 장판교에서 대갈일성 소리치던, 그래서 말 탄 적장이 우레 소리 같은 큰 소리에 놀라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고사를 가지고 있는 장비의 용력, 또 백만진중을 장창을 꼬나 잡고 아두를 품에 안고 마치 무인지경 달리듯 종횡무진 누비는 것을 보고 단상에 있던 조조가 탄식을 한다.

“저 장수는 누구인가?”
“유비 휘하의 상산 조자룡이라고 하옵니다.”
“장하다. 진실로 장하다. 萬夫不當之勇을 갖고 있는 장군이로다. 철궁을 쓰면 다칠 터이니 생포하여 내 계하에 데려오도록 하라.”

탄식을 마지않았던 상산 조자룡, 전장을 누비던 오호장군 중 드물게 자연수명을 다한 인물이다.
하나하나가 개성이 넘치고 감동을 자아내며 백번을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삼국지의 묘미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듯이 핵심중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하더라도 적벽대전을 일컫는 것이 정도일 듯하다.

대대로 명문세가로 세력을 떨치고 화북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원소의 세력을 꺾고 화북을 장악하고 해상의 요지인 형주를 장악한 조조가 호왈 백만대군을 거느리고 황제의 위엄을 등에 업고 천하통일을 도모하려 손권 장악 하에 있는 오나라를 도모할 때 대부분의 세력들은 조조대군의 위세에 눌려 강동6주 중 일부를 떼어주고 항복을 하자고 권유하는 것이 태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장군 주유가 나서서 이에 대항하고 조조, 도적을 칠 것을 주장하고 여기에 세가 밀려있었으나 유비의 제갈, 관우, 장비 등 오호장군도 같이 합세하게 된다.

그러나 고민이 없을 수가 없다. 공명과 주유는 서로 손바닥에 조조의 대군을 격파할 묘책을 한자씩 적어서 맞춰보기로 하고 뒤돌아선다. 마침내 글자를 다 쓴 후 뒤돌아서며 손을 펼치니 '火' 한 자로 일치했다. 즉 화공으로 장강을 뒤덮어 내려오는 조조의 수군을 격파하자는데 의견의 합치가 되었다. 그 후 청년대도독 주유는 친병을 하고 군무에 나오질 않는다. 일이 이러하고 격려차 병문안을 왔던 공명이 편지 하나를 놓고 간다. 살펴보니 '東南風' 세 글자다. 화공의 방법 이외에는 조조의 백만대군을 격파할 길이 없음을 통찰했으나 겨울철이라 서북풍이 불 뿐 동남풍이 없으면 오히려 아군의 전세가 더 불리해질 것인 만큼 고민의 고민을 하다 칭병을 하게 된 것이다. 공명을 불러 의견을 나눈다.

“공명선생은 무슨 묘책이 있으시오?”
“시생이 큰 재주는 없으나 약간의 둔갑술을 익힌 바가 있고, 천문을 공부한 바가 있어서 단을 모아주면 공격의 날에 맞추어서 하늘에 빌어서 동남풍을 일게 하겠나이다.”
“군중에 허언이 없으니 목을 내 놓겠는가?”
“다짐을 하리다”

반신반의 하면서 칠성단을 모아놓고 동남풍이 불 것을 공명에게 부탁하고 온 병력을 장강에 대비시켜 방통으로 하여금 연환계를 쓰게 하여 조조진형에서는 쇠줄로 전부 묶어 그 위에 널판을 까니 마치 장강에 흔들리던 배들이 육지처럼 평온하여 기마가 운신하기가 평지나 다름없다. 쾌재를 불렀다. 순욱이 아뢴다.

“승상. 만약에 적이 화공이라도 쓰면 철책으로 묶어 논 배들이 피할 길도 없고 고스란히 화공을 당할 터인데 어찌하오리까?”
“나의 책사인 그대가 그 정도도 모르는가? 나도 그 위험을 어찌 모를 것인가. 지금은 겨울이다. 서북풍이 불 뿐 동남풍은 있을 수가 없다. 동남풍이 있어야만 그런 위험이 비롯되는데 지금 서북풍 계절에 당치도 않다.”

순욱이 달리 간하지 못하고 물러선다.
마침내 약속일 약속시에 칠성단에 단을 쌓고 하늘에 빌던 공명이 제를 마치니 동남풍이 일기 시작한다. 강한 동남풍에 맞춰서 화공을 쓰게 되니 조조의 백만대군은 바다 같은 장강 위에서 어육이 되고 그 불길을 피할 길이 없게 되고 풍비박산 하였다.
대승중의 대승을 거두었고 이것이 마침내 위, 오, 촉 삼분지계가 달성되고 천하가 평화를 찾아 새 역사를 쌓아가기 시작하던 모멘텀이었다.

가만히 주유가 생각한다. '제갈량이 바람을 일구고 구름을 이끌어내는 호풍환우(呼風喚雨)의 수를 가졌으니 오나라로서는 큰 재앙이로다.' 여러 차례 기이한 책략을 써서 제갈량을 죽이려고 했으나 번번이 먼저 알아채고 도망가고 말았다. 천하대도독으로 절륜한 무예와 뛰어난 용모, 비할 수 없이 준수한 몸차림, 학문, 거기에 천하제일의 미녀 소교를 부인으로 얻어서 더할 수 없는 복락을 누리는 대장군 주유였다. 그만큼 잘 다듬어진 청년장군이 어디에 있었던가? 손권의 절대 신임을 받고, 오나라를 건져냈고, 그 영광이 온 천하를 뒤덮는구나. 그럼에도 아무리해도 제갈량을 따르지 못하게 되니 마침내 병석에 들어 죽음에 이르렀을 때에 탄식을 했던 구절이다.

“하늘이시어, 어찌하여 이미 주유를 내시고 또 제갈공명을 내셨나이까?”

피를 토하는 탄식의 소리를 가슴이 미어지도록 읽고 또 읽었다. 삼국지 전편에서 가장 처절하고 울림이 큰 구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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