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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죽어야 크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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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죽어야 크게 산다
  • 여상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1.0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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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여상환 국제경영연구원 원장] 어떤 사물이나 생명체, 심지어 추상적인 개념의 집합체일지라도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듯이 기업도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기 마려이다. 기업의 특징은 그 기업의 설리배경, 설립목적, 경영방침, 지향하는 목표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하여 규정되고, 이렇게 하여 규정 지워진 특징은 그 기업의 창업정신으로 구체화된다. 설립배경이나 설립목적은 정신적 지주로서의 창업정신이 될 것이요, 경영방침이나 지향하는 목표는 그 정신적 지주를 출발점으로 하여 격변하는 정세에 대응해 나가는 가변적 정신이 될 것이다. 이는 다시 경영의 세부계획, 추진형태, 추진방법 등에 용해되어 그 기업의 체질로 굳어진다.

우리 포항제철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창업정신은 무엇인가? 최고경영진에서는 이를「사명의식과 책임정신」이라고 언명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이 땅에 生을 받은 것은 큰 인연이라고도 하였다. 또 개인이든 가정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정신이 살아있으면 살고, 정신이 죽으면 허물어진다고 강조하였다.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 회사의 제반 경영활동에, 앞서서 거론된 창업정신이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매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먼저 우리 회사의 창업 당시를 상기해 보면, 사명의식과 책임정신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당사는 국영기업체로 출발하였기 때문에 그 설립은 특별법에 근거해야 했다. 그러나 포항제철은 타 국영기업체와는 그 성격이 달랐다. 우선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벌이는 국가적인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 그리고 국영기업체로서는 유일하게 국제시장에서 치열한 국제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기업이라는 점 등으로 경영의「독자성과 신축성」이 강력히 요구되기 때문에 신설 회사에 관한 조직연구가 이루어져 국내 최초로 특별법의 근거 없이 상법상의 주식회사로 출발했다.

여담이지만, 창립준비위원회 때 당시 경제기획원 차관보로 있던 陳鳳鉉씨가 “회사가 이상하다. 특별법의 근거가 없으므로 회사에서 정부투자금을 임의로 전용하더라도 책임을 추궁할 방법이 없다”고 농담반 진담반의 이야기를 한 일이 있다. 책임을 추궁할 방법이 없는 채로 사업이 맡겨졌을 때 그것을 맡은 자가 지녀야 할 책임정신과 사명의식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철저한 공인의식(公人意識)이다. 우리 포항제철에는 최소한「나는 월급쟁이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하 공히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월급만큼만 일하면 된다는 피동적, 소극적 사고는 있을 수가 없다. 개발도상국에서 전 민족자산이 경도(傾倒)되는 프로젝트의 수호자라는 긍지와, 각자가「내가 아니면 이 기업의 존망(存亡)은 물론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오만스러울 정도의 자부심을 가졌던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행동으로 나타나 가까운 예로, 당시 임원실에 비서를 따로 두지 않았고 비용발생은 최대한 억제했으면 이 전통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었다.

셋째, 새로운 규범의 창제와 소수정예의 인사원칙이다.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담당부장이 직접 기안을 하여 규범을 정립하고 질서를 수립하였으며, 전 직원의「사상통일」「사고통일」을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초기요원으로서 모인 사람들은 군부출신, 대한중석, 한진, 석공, 기타 사기업 등 각양각색이여서 사고의 통일이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다. 이를 위하여 각자의 방향과 일이 무엇이냐를 찾아서 전체회의에 발표토록 함으로써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일에 대하여 공통인수를 갖도록 촉구하는 한편, 초기부터 강력한 소수정예의 인사원칙을 고수해 왔다. 여기서 소수정예라 함은「우수한 사람을 약간명만 모은다」는 개념이 아니라「평범한 사람에게 많은 일을 한정된 시간 내에 처리토록 하여 그 과정을 통과해 나온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정예화 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하면 탈락되도록 하는, 이른바 정예인력의 모집이 아니라 평범한 인력의 정예화」를 추구했던 것이다.

넷째, 미래관리이다. 새로운 기법, 기능에 대해서는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고 과감히 도입했다. 건설공정 관리에 있어서 PERT 등 새로운 기법을 도입 적용했으며, 특히 PERT 기법은 국내 최초로 도입하였으므로 전 직원이 공부하고 연구하여 발표회까지 가졌다. 또한 당시로서는 별로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던 컴퓨터 시스템을 최고경영층의 결단으로 과감히 도입 발전시켜 10년이 지난 시점에는 자체 기술 축적과 시스템 개발로 국내 최고의 수준을 유지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자의 눈이 어떠한 것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다섯째, 철저한 검토이다. '작은 일을 못하면 큰일도 못한다.'는 지휘방침 아래 관리계획은 물론 제품에 이르기까지 마무리를 우리 회사만큼 강조한 기업도 별로 없을 것이다. 작은 일에 충실 하라는 지휘방침의 결실이었다.

내부관리로서는 인사정책에 있어서의 연공서열제와 발탁제의 가미를 들 수 있다. 계장급까지는 회사의 안정성과 정착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철저한 연공서열제와 시험에 의한 승진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과장급부터는 조직의 탄력성과 신축성을 기하기 위하여 연공서열의 바탕 위에 과감한 발탁제를 가미함으로써 능력에 따라 임무를 부여받고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바는 제도를 정착시켰다. 이 모든 것이 사명의식과 책임정신에 바탕을 두고 추진되어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이상이요 생활철학인 창업정신으로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날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여 거듭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日新, 日日新, 又日新)

「J.네이비스트」는 앞으로의 사회는 공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단일국가 국민경제에서 세계경제로, 단기전망 토대기업에서 자기전망 토대기업으로, 중앙 집중방식에서 분야별 거점방식으로 전환되고, 간부들의 역할과 기능이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전망했었다.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범세계적 경쟁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가절감, 품질향상, 서비스 기능 향상은 필수사항이며, 이것의 기본이 되는 책임 있는 인격건설(人格建設)은 각종 활동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이어나가야 할 전통은 철저한 공인의식(公人意識)과 솔선수범 그리고 진취적 기술흡수이며, 2층 계단 복도에 쓰여 있는「성실, 책임, 최선」은 우리의 계속적인 행동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회사 최초의 열연제품에 쓰여진「품질로서 세계정상」이란 휘호와 회사 정문에 있는「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란 슬로건은 모두 우리의 정신을 대변하는 의지를 발현인 것이다.

이제 주변상황을 볼 때, 이미 경제면에서는 국경이 없는 경쟁사회의 문턱을 넘어선 만큼 우리 모두는 국제적인 경영인으로서의 안목을 키워나가야 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의 근저에 흐르는 창업정신을 자기 나름대로 새롭게 다져 보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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