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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의 문화산책] '지베르니' 정원에서 모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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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의 문화산책] '지베르니' 정원에서 모네를 만나다
  • 박은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5.2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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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가 모네가 43년간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지베르니 정원

[한국정경신문=박은정 칼럼니스트] 5월의 생일을 맞은 축복이 뜻하지 않은 프랑스 자유여행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패키지여행에서 만족할 수 없었던 미술관 관람이나 명소를 집중 관람하리라 작정하고 처음 찾은 곳이 파리에서 약 70킬로미터 떨어진 프랑스 노르망디지방의 '지베르니'였다.

지베르니는 인상파의 거장 클로드 모네(1840-1926)가 86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43년간을 머물며 수많은 그림을 그려낸 곳이다.그 유명한 <수련> 작품들의 배경이 된 곳이다. 지금은 프앙스 국립기념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생전에 모네는 작품 활동을 위해 사들인 지베르니의 땅에 자신의 정원을 직접 설계했다고 한다. 많은 화가들이나 모네 애호가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그곳에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다가선 지베르니 정원 - 나의 기대보다 아니 나의 상상보다 더 많은 각양각색의 꽃들과 식물들이 질서정연하게(모네 자신이 모든 계절에 꽃을 볼 수 있게 설계했다고 함) 지베르니의 맑고 찬란한 태양 아래 빛나고 있었다.

'인상주의'란 말의 모태가 된 그의 작품 <인상, 일출>을 비롯한 <생 라자르 역>, <개양귀비>, <건초더미(해질녁)>, <루앙 대성당>, <수련 연못 위의 다리>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의 수많은 작품에서 모네는 '빛은 곧 색체'라는 인상주의의 원칙을 고수하며 연작을 통해 동일한 사물이 매 시간, 매 분, 매 초마다 빛에 의해 어떻게 변하는지를 탐색하며 캔버스에 매달렸다. 과연 이곳의 맑은 공기와 자연과 태양은 모네를 불러들이기에 딱 맞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인상주의 화가인 폴 세잔조차 “모네는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란 말을 남겼을 정도로 모네는 말년에 태양빛으로 인해 거의 시력을 잃을 때까지 빛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화가로 알려져 있다.

나는 모네의 그림 <지베르니의 정원>으로만 보았던 꽃과 식물로 가득찬 정원의 오솔길을 거닐며 그림 <지베르니 정원의 사잇길>의 그 사잇길을 걸어서 멀리 보이는 모네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그의 만년의 부를 자랑하듯 온통 귀한 수집품과 실내장식품, 특히 많은 일본 그림과 도자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정말 압권은 정원과 수로를 돌아 연못으로 갔을 때의 풍경이었다. 모네는 1893년에 지베르니에 정원을 넓힐 수 있는 대지를 더 구매하고 그곳에 연못을 만들어 수련을 심고 연못 위로 일본풍의 아치형 다리를 놓았다.

이 다리와 함께 너무나 유명한 그의 '수련' 작품들의 배경인 연못 주위의 대나무숲과 우거진 버드나무, 수련들은 마치 유명한 자연습지를 방불케 했다.

그의 그림 <흰색 수련 연못>에서 보았던 일본풍 아치 다리를 건너며 연못 주위의 온갖 꽃나무들을 보면서 '천국'이란 단어를 떠올린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낭만적인 모든 것을 설계한 모네의 천부적인 재능에 감탄하며 이 아름다운 곳에서 온종일 캔버스에 앉아 맘껏 그림을 그렸을 모네가 진심으로 부러웠다.

이 감동의 여운을 지닌 채 그곳을 나와 둘러본 지베르니 마을도 그 자체가 풍경화였다. 그 속에는 모네에게 심취하여 아예 이곳에 정착한 미국인상주의 화가들의 집들과 기념관도 있었다.

평생 빛을 연구하며 수많은 '수련' 작품들을 그렸던 모네-그의 말년의 위대한 걸작인 <수련>연작 대작들이 모여 있는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하면서 내 마음은 모네의 감동으로 가득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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