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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횡령액 중 최고"...경남은행 직원, 13년간 77번 3000억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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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횡령액 중 최고"...경남은행 직원, 13년간 77번 3000억 훔쳤다
  • 김정훈 기자
  • 승인 2023.09.20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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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 경남은행 직원의 2988억원 횡령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
▲ BNK부산은행 본점 전경=BNK부산은행 제공
▲ BNK부산은행 본점 전경=BNK부산은행 제공

[한국공정일보=김정훈 기자] BNK경남은행의 횡령 사고 규모가 500억원대가 아닌 실제로는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존 금융권 사상 최대 횡령액이었던 작년 우리은행의 707억원 기록을 제쳤다.

금융감독원은 20일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에 대해 지난 7월부터 긴급 현장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은행 투자금융부 직원 A 씨(50)가 2009년부터 작년까지 13년 동안 77차례에 걸쳐 총 2988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장기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PF 사업장에서 허위 대출을 취급(1023억원)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1965억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 씨는 범행 기간 PF 시행사들이 대출을 요청한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로 서류를 꾸며 대출을 실행했다. 이런 대출금을 자신의 가족과 지인의 계좌 등에 이체했다. 또 시행사들이 정상적으로 낸 대출 원리금도 빼돌렸다.

A 씨는 자신의 횡령 사실을 숨기려고 다른 시행사의 대출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A 씨는 횡령한 자금을 골드바나 부동산 매입, 골프나 피트니스 회원권 구매, 자녀 유학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횡령액 2988억원 중 경남은행이 실제로 본 손실액은 595억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약 2400억원은 A 씨가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추가로 빼돌려 갚은(이른바 ‘돌려막기’) 금액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지난 7월 긴급 현장 검사에 착수해 지난달 약 562억원의 횡령 혐의를 잠정 발표했다. 이후 정밀 검사를 통해 이런 돌려막기 금액까지 파악해 낸 것이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이 이번 횡령 사고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남은행은 A 씨가 15년간 같은 부서에서 PF 대출 업무를 담당하게 했고, 이 기간 ‘명령 휴가’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령 휴가란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에게 불시에 며칠간의 휴가를 명령하는 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명령 휴가가 있었더라면, 다른 직원이 해당 업무를 보며 A 씨의 횡령 정황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15년간 같은 부서 근무에 대해) 은행 측은 ‘대체할 인력이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결과적으로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게다가 은행은 이씨에게 자신이 취급한 PF 대출에 대해 사후 관리 업무까지 수행하게 했다. 직무 분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또 대출 관련 문서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 자체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사고 규모를 키웠다고 한다.

횡령 정황을 인지한 뒤에도 대응이 부실했다. 은행과 지주사인 BNK금융지주는 이미 지난 4월 A 씨의 횡령 정황을 알아챘지만, 자체 조사 등을 이유로 금융 당국에는 2개월 뒤인 6월쯤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즉시 자체 감사를 지시했고, 이어 직접 현장 검사에 들어갔다. 만약 4월 무렵 금감원에 횡령 정황을 선제적으로 알렸다면, 좀 더 빠른 적발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금융 당국은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횡령 금액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추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A 씨뿐만 아니라 범행에 관련된 임직원의 위법, 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BNK금융지주 자회사인 경남은행 직원의 2988억원 횡령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고 20일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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