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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해도 패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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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해도 패소하는 이유
  • 엄정숙 변호사
  • 승인 2021.11.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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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위험성을 알린 담배회사, 손해배상 책임 없어
엄정숙 변호사
▲ 엄정숙 변호사

최근 A씨는 폐암 및 후두암 진단을 받았다. 담배 회사가 생산한 담배를 20년간 핀 것이 원인으로 판단된다. A 씨는 문제의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론은 위 같은 사유로 담배회사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다가는 패소하고 소송비용까지 물어야 할 수도 있다. 담배로 인해 암이 발병할 경우 지출한 의료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기 때문에 개인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청구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를 입었으니 이를 배상해 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이다.

담배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려면 ‘위법한 행위로 손해’를 끼쳐야 하는데, 경고 문구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위법한 행위가 된다. 반대로 경고문구 등을 표시해 ‘필요한 조치’를 했다면 불법으로 볼 수 없다.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를 규정한 조항이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위법한 행위’로 손해가 가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기본법 제19조 1항은 사업자의 책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사업자는 물품 등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한 조치’란 담배회사가 담뱃갑 등에 표시한 경고문구 등을 뜻한다.

실제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가 불법행위·소비자기본법위반이 인정되지 않은 판례가 있다(2014가합525054 판결). 담배회사가 생산·판매한 담배를 20년간 피운 B 씨는 폐암 및 후두암의 진단을 받았다. B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지급받아 의료비를 충당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담배회사는 불법행위가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담배회사의 담배생산·판매행위는 민법 750조 불법행위책임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유로는 “폐암 등이 발생한 손해와 담배생산행위(불법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1976년부터 담뱃갑 등에 표시한 경고 문구의 내용에 비추어 담배위해성과 중독성에 관하여 설명, 경고, 홍보 등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고 판결했다.

즉, 담배회사는 소비자기본법에서 정의하는 ‘필요한 조치’를 다 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만약 기업의 불법행위 혹은 소비자기본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회사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령에 따른 필요조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만일 담배회사가 담배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는 등 소비자기본법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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