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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대출·카드값 IMF 이후 첫 '허리띠'…봄부턴 살짝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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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대출·카드값 IMF 이후 첫 '허리띠'…봄부턴 살짝 풀었다
  • 김정훈 기자
  • 승인 2023.05.24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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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정일보=김정훈 기자] 올겨울 고금리에 시달리던 가계가 대출과 카드값을 20년 만에 처음 동시에 줄이는 등 허리띠를 꽉 졸라맸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외환위기 이후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24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잠정 통계를 보면 올해 1~3월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말에 비해 13조7000억원 감소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카드사·백화점 등에서 외상으로 구매한 대금(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가계가 짊어진 실질적인 빚의 규모를 알 수 있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은 1739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조3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신용은 3조4000억원 뒷걸음친 11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의 동반 감소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카드 사용액 급증세를 감안하면 사실상 외환위기 이후 최초의 사례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 제공)
(한은 제공)

가계는 올초 대출금리가 최고조에 이른 탓에 수입으로 들어온 상여금 등을 소비하지 않고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개인 신용대출부터 갚아 나갔다.

예컨대 지난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은행 가계대출은 한 달 새 4조7000억원 감소했는데, 당시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개인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가계 상여금 유입 등으로 대출 상환 압력이 높아지는 계절적 특성과 맞물려 감소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9개 분기 만에 처음 감소한 판매신용 역시 고금리 효과로 풀이된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전날 가계신용 설명회에서 "판매신용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감소했다"며 "연말 계절 요인 소멸과 함께 작년 11월쯤 신용카드 회사가 무이자 할부 기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금리 급등으로 애를 먹던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등 고객 혜택을 축소하자, 가계는 원래라면 할부로 했을 구매를 자제했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카드사의 할부 기간 단축 영향으로 올 1분기 전체적인 신용카드 금액 중 일시불은 큰 변동이 없었으나 할부 쪽에서 이용액이 줄어들었다"고 부연했다.

전반적으로 올겨울은 고금리 혹한에 가계가 기존 대출을 갚고 카드 할부를 자제하는 소비 다이어트기였던 셈이다.

하지만 완연한 봄을 맞은 2분기(4~6월)는 초입부터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팀장은 향후 판매신용 추이를 전망하면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4월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이 1분기 월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대면 서비스나 대면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에 판매신용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 5월은 사흘간의 연휴가 두 번 잇단 영향으로 국민들의 여행 등 대면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은 통상적으로도 가계 지출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면소비 증가에 기대감이 모인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서비스업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비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대비 4p 상승한 78로 조사됐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가정의 달을 맞아 소비재 수요, 대면 활동이 증가한 데다 계절 요인으로 인한 성수기로 영화관, 방송 콘텐츠 소비가 늘었다"며 "온화한 날씨에 대면 활동이 늘어 시설관리·여행패키지·행사 등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은행 가계대출도 지난 4월에 증가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에 눌린 가계대출·판매신용 추이가 눈길을 받는 이유는 올해 내수가 연간 성장의 80%를 차지한다는 한은 등의 전망 때문이다. 가계 빚 상황이 덜 긴축적이게 되면 민간소비는 늘어날 여지가 생기고, 민간소비가 늘면 올 경제성장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임시국회 현안질의에 참석해 "최근 소비는 성장률을 1.5%~2% 사이로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그럼에도 연간 성장률 전망이 1.6%를 하회하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수출이 생각보다 나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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