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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이용수 할머니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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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이용수 할머니의 ‘정의’
  • 김충식 기자
  • 승인 2020.05.26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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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의 '정의로움'으로 여성인권운동의 새로운 시민운동 시작해야

[한국공정일보=김충식 기자] 우리나라에서 ‘정의’에 대한 깊은 사고를 요구한 때가 있었다. 바로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이 지은 정치 철학서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라는 책 때문이다.

이 책이 정의를 판단하는 세가지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행복(=복지), 자유, 미덕이었다. 즉, 정의가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사회 구성원 각각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회에 좋은 영향으로 끼쳐야 하는지로 ‘정의로움’을 결정했다.

최근 정의기억연대의 활동과 관련해 기부금 사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의기억연대(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이하 정대협)의 목적은 일본으로부터의 사죄와 죗값을 묻는 것이였으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정의기억연대가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30여년간 수요집회를 이끌면서 2016~2019년까지 4년간 모금한 기부금이 약 49억원(국세청 홈택스 공시된 자료)이었다. 이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한 금액은 18.7%인 약 9억2000만 원에 불과했다.

또 정의연이 운영하는 경기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을 비싼 돈으로 사들여 헐값에 팔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더해 윤미향 당선인이 개인 계좌로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 후원금 등을 비롯한 기부금을 몇 차례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 후원금 유용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논란이 일자 윤미향 당선인은 지난 19일 대구 모처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찾아가 용서를 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25일 '용서를 하지 않았다'며 정의연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선 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이용수 할머니는 “30년 동안 이용당했다”고 울분을 토했고,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 온 악당”이라며 분노에 찬 말을 내뱉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의기억연대는 마이클 샌더슨의 ‘정의’에 부합할까?

정의기억연대가 이용수 할머니와 피해할머니들에게 한 말과 행동을 보면 정의기억연대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그닥 행복을 주지 못한 것 같다. 또한 사회 구성원 각각이 자유롭게 기부하는 것도 이제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자가 서로 다시 화합하고 나아간다면 모를까, 앞으로도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단체로 남기도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용수 할머니가 ‘시민 주도 방식’, ‘30년 투쟁의 성과 계승’, ‘과정의 투명성 확보’ 3가지 원칙이 지켜지는 전제하에 새로운 시민운동을 제안한 만큼, 정의연 관계자가 아닌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 새로운 시민운동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 해 보인다. 정의기억연대의 '정의'가 아닌 이용수 할머니의 '정의로움'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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