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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대학시절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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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대학시절의 단상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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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나의 영화 '적상춘' 촬영
▲ 1977년 나의 영화 '적상춘' 촬영

함께 일했던 전진환 작가와 통화하며 사진 몇 장을 보내주었다. 1970년대 당시 유행은 통기타, 미팅, 장발이었다. 이소룡의 영향으로 태권도장에 아이들이 몰렸다. 찻값은 커피 30원 가량, 짜장면 값은 50원 정도로 기억된다. 멋쟁이 셔츠를 명동에 맞추면 1,000원 정도였다. 당시 장발 단속, 미니스커트 단속은 비일비재했다. 붙잡히면 머리에 고속도로가 난다. 그러니 경찰 피해 뒷골목으로 다니고 장발 파는 가발가게는 재미를 보았다.

지금의 강남시절이 아니라 인파는 종로와 명동일대에 몰렸고 여흥 시간은 주로 극장가기, 대포 마시기, 기타 치며, 노래 부르기가 다이다. 게임이라고 처음 나온 건 1980년이다. 블럭 깨기 정도의 수준인데 대학생이나 어린이들이나 모두 몰려 게임에 열중했다. 신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풍경이라면 지금과 비교해 살풍경한데 차라리 고즈녁한게 여유롭다. 고층빌딩이 없고 나지막한 건물들 사이 이제 막 생겨난 아파트들이 고층군을 이루고 있다. 바로 여의도 시범 아파트의 풍경이다. 변두리지역에는 단층 단독주택들이 즐비했고 아이들은 인사성도 좋았고 순박했다.

1970년대 창무관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던 시절
▲ 1970년대 창무관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던 시절

나의 하루일과는 태권도장에 가서 사범을 대신해 새벽반 운동을 가르치고 도시락을 두 개 준비해 등교를 한다. 수업을 마치고 도시락 한 개를 칼국수 집에서 먹고 오후 수업을 하고 틈틈이 역도부에 가서 운동을 하였다. 수업을 마치면 84번 버스를 타고 명동으로 나갔다. 시내버스 하면 생각나는 일화가 버스 여차장이 있었던 무렵인데 일부러 대학 뺏지를 떼고 타면 차장이 “학생이예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내가 “그럼 교수로 보여요?”하고 웃으며 응수했다. 아마도 버스 토큰이 생기기 전이라 현금을 내고 버스를 타던 시절의 에피소드이다. 그 학생이 40년 후에 교수가 되었다.

명동을 걷다보면 캠퍼스에 있어야 할 친구들이 모두 있었다. 그들과 어울려 대포집에 가서 소주를 마셨다. 맥주값은 비싼 편이라 못 마셨고 막걸리는 밀가루로 만들어서 맛이 없어 안마셨다. 늦게 귀가해서는 내일 수업 준비를 하는 둥 마는 둥, 잠이 들었다. 매일 그런 건 아니고 하고 싶은 영화 공부는 원 없이 했다.

영화 워크숍 시간은 시내나 학교 근처에서 촬영을 하여 영화를 만들었다. 스스로 독학하다시피 영화를 만들며 영화가 무엇인지를 공부했던 시절이다. 수업이 없는 시간 틈틈이 명수대 극장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았던 기억도 나고, 프랑스 문화원에 가서 프랑스 영화 <안개 낀 부두> 등을 보았던 기억도 있다. 일요일에는 뒹굴뒹굴하다 외출해 동네 극장을 섭렵했다.

당시 스포츠신문이 창간되어 최인호 작가의 연재소설 <병태OOO>를 읽었는데 그게 나중에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최인호 작가와 나는 열 살 차이이다. 그 영화에서 묘사된 대학생들의 모습이 우리의 대학생활 모습 그대로이다. 그래도 꿈 많고 아름다운 시절이다.

우리는 모였다 하면 영화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우리가 흡사 감독이라도 된 듯이 영화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진 촬영은 필수였다.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캠퍼스 이곳저곳을 촬영했고 시간이 나면 헌책방 순례를 하였다. 시간이 남아서 무료할 수가 없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명수대 극장은 검은 도서실로써 쉼 없이 드나들었다.

서라벌예대와의 병합은 우리에게 자극제가 되었다. 그들이 만든 영화를 보면서 신선하다는 것을 느꼈다. 중앙대 영화가 조금 무거운 주제로 접근했다면 그들의 영화는 생기발랄했다. 그 영화 중 기억나는 영화가 <수사반장> PD인 고석만 선배의 영화였다. “역시 <수사반장> PD는 다르구나!”를 실감했다.

1980년 루이스홀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 1980년 루이스홀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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