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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의 문화산책] 가시나무 갈망의 끝-세계 저편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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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의 문화산책] 가시나무 갈망의 끝-세계 저편의 존재
  • 박은정
  • 승인 2017.03.1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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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박은정 칼럼리스트]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가 작사 작곡하고 부른 '가시나무' 가사다.
한 인간의 '내면 속 혼돈과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담은 시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 때문에 많은 가수들이 즐겨 리메이크했지만 우리에겐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로 더 익숙한 조성모의 히트곡 '가시나무'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리던 하덕규의 원곡(1988)에는 담백한 피아노 선율과 종소리, 가수의 목소리가 마치 수묵화처럼 맑은 여백을 남기며 종교적 성찰로 이어지는 힘이 느껴진다.

오늘도 나는 나의 적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가시들과 전투를 벌일 예정이다.
어쩌면 이것은 선을 위한 전쟁일 수도 있고, 내 이기심이나 욕심을 위한 투쟁일 수도 있다.

내 속에서 서로 대립하고 있는 다양한 '나'들은 내가 만든 틀 속에 갇힌 나 자신이다.
헛된 바램들은 자주 배신을 때리고 용서를 모르는 자존감은 어쩌다 기웃거리던 희망조차 좌절로 날려 보낸다.

상실로 폐허가 되어버린 고독의 깊은 골에서 울다 지친 슬픔은 자기 정화가 되었을까~.
마침내 한줄기 예민한 감성은 새로운 시적 세계에서 회개의 노래가 된다.

무성한 가시나무숲 인생길에서 내가 부대끼며 괴로웠던 것은 숱한 타자들과의 미숙한 관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신은 타자의 얼굴을 통해 말을 꺼낸다고 한다.
이제 나는 나의 세계를 떠나 절대적 타자인 세계 저편의 존재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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