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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사] 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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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사] 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 성공 비결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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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시절 문화 향상에 대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
▲ 김대중 대통령 시절 문화 향상에 대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

성공 비결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우석 회장의 비결이라면 너무 정직하게 사업을 해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평생을 영화를 수출입(輸出入)하고 제작하며 영화업과 극장을 운영하며 사업을 키워왔다. 그런 사업을 하면서 일관한 철학은 바로 ‘정직’이다. 정직이란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음을 말한다. 

"정직이 빽이다."란 말은 그의 평생의 모토이다. 그는 살면서 정직함을 잃지 않았고 결국 성공한 영화인이 되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 부탁 한 번 안 하고 살아온 그이다. 청탁할 인맥이 없어서도 아니다. 정직함만이 부끄럼 없는 생활 자세이고 남에게 피해를 줄 일이 없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 대명제작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사용됐다.대명영화는 1960년대 제정된 영화법의 모순으로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대명제작은 자신의 영화사가 없기에 기존의 영화사 명의를 빌려 제작하는 형태이다. 영화사로서도 의무제작 한 편을 채울 수 있으므로 서로 좋은 일이었다. 세계영화사상 유례가 없는 대명영화 제작은 한국영화사에 숨켜진 이면의 비밀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대명제작을 단 한 편도 하지 않았다. 그의 정직이라는 결벽증 때문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인들에게 모질게 차별받으며 고생을 해서일까? 우직하게 지켜나간 성실함과 배려심, 정직함은 자연스럽게 갖게 된 마음가짐이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영화계에서 통용되던 어음거래도 딱 한 번만 하고는 현찰로 사례를 지급하며 사업을 했다. 가난한 영화인들의 사정을 잘 알기에 솔선수범한 것이다.

"정직이 빽이다."라며 지금도 항상 그 말을 되내이며 살아온 인생을 음미한다. 지금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며 남몰래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내일 있을 영화인 원로 모임에도 또 무슨 선행을 실천하실지 기대해본다.

이우석 회장은 이 영화를 제작 중이던 신상옥 감독이 찾아왔던 일화를 술회하며 당시에는 강남역의 동아극장을 처분하던 시기라 바빠서 도와주질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쉬웠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신상옥 감독과 일화는 더 있다. 1970년대 당시 뇌물수수죄로 신상옥, 김태수, 이우석 세명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으며 신, 김 두 사람은 법정 구속되었다. 그러나 이우석 회장만 무죄로 풀려났다. 이를 본 정진우 감독은 “빽이 많구만.”하고 비아냥거렸다.

이우석 회장은 성주 이씨 화수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화수회 회장인 이영환 차장검사에게 미리 얘기 안 했다고 야단맞을 것 같아 사후 보고하러 찾아갔다. 그런데 결재받으러 오던 담당 김 검사와 복도에서 마주쳤다. 그는 놀라서 “당신 왜 왔소?”하자 “오늘 재판받은 것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왔소” 하자 김 검사가 아연해 하며 “진작에 얘기하지.”라며 놀랬다는 것이다. 너무 고지식할 정도로 정직하게 살아온 그이다.

신상옥 감독과의 사연 중 하나는 그가 홍콩에서 납북되기 전에 동아수출공사의 홍콩지사 사무실에 들렸다는 것이다. 신 감독으로서야 귀국할 수도 없어 이곳저곳을 다니던 시절에 홍콩지사는 사랑방 역할을 하였다. 신 감독은 이후 납북되어 소식을 알 수 없었는데 귀국 후에 한참만인 <겨울이야기> 촬영 중에 신 감독 부부가 함께 양재동 사무실을 찾아왔던 것이다.

후반작업 제작비 투자를 받았으면 했던 것인데 당시 이 회장도 강남역의 동아극장을 처분하던 시기이라 어수선하여서 도와주질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쉬웠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그는 동아극장을 누군가의 꾐에 빠져 400억 원에 매도했는데 1년 후에 1천억 원이 됐다고 하며 그 시절 이야기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한다.

그는 김대중 정부시절 2001년 문화훈장을 받았다. 당시 제작자 중에선 그가 유일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도 받았는데 그렇다고 그가 진보 좌파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보수 우파인 그로서는 정직하게 살아온 징표인 것이다. 정세균 총리에게서도 또 문화 포장을 받았으니 그런 분도 없다.아무튼 너무도 정직한 그이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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