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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수의 문학산책] 송탄어적(松灘漁笛)의 시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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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수의 문학산책] 송탄어적(松灘漁笛)의 시인 ②
  • 한봉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2.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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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제 김경수 시인의 '서툰 곡선'과 '기수역의 탈선'을 중심으로

Ⅰ. 순수의 길 - 서툰 곡선이 기수역에서 만나다

<서툰곡선>에 수록된 김경수의 시 두 편을 먼저 감상해 본다.

살다 보면 어디

아픈 곳이 한두 곳일까

살아있음으로 한때는

색색 물감 풀어놓고

눈시울이 뜨겁게 울었지

햇빛과 그늘 속

젖은 삶을 바람으로 털며

꽃구름으로 날아간 깃털

별빛이 말라버린 향기

천성天性 없는 화가의 그림은

늘, 서툰 곡선

낯선 땅 낯선 곳

알몸으로 전부를 던져도

부끄럼 없던 날

방책 없이 꿈꾸던 하늘 길

그 아린 사랑

아직도 푸른 인연

삶의 모서리가 아프다 ㅡ「서툰 곡선」 전문

눈초리 사이에서

열정과 고독이 교차하는

소리의 공간

몸의 뿌리를 뽑듯

철저하게 혼자이면서

가슴 구석구석 퍼져 나가는

바람의 ‘카라얀’

지휘하는 만큼만

작품과 열애하는

녹색의 선율

그 속에 ‘운명’‘이 있고

비창이 있으며 ‘칸타타’ ‘토카타’ 도 있다

특유의 화음 아리랑이 고로쇠나무 타고

도시의 쉰 목을 적시어 주고 있다 ㅡ「도시의 협주곡」 전문

시인은 알몸으로 던져도 부끄럼 없는 마치 에덴의 시간과 막힘 없이 무한한 하늘길이 있는 공간, 그리고 아린 사랑과 푸른 인연의 삶, 즉 순수의 길을 ‘서툰 곡선’이라고 말한다. ‘도시의 협주곡’이 울리는 공간은 어디인가?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푸른 녹지 공간이다. 우리의 눈초리 사이, 열정과 고독이 담긴 곳이다. 휴식과 사유의 공간이고 도시의 쉰 목을 적시는 공간이다. 서툰 곡선의 녹지 공간은 순수와 창조의 공간이다. 이러한 서툰 곡선이 강이 되어 흐르면 바다와 만나게 된다. ‘기수역(汽水域)’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이다. 이곳은 담수와 해수가 자연스레 혼합되면서 수많은 생명들이 융화하고 진화해 나간다. 또한 이 곳에서 정화가 이루어지며 쉼터가 생기고 혼합이 완성되는 공간이다. 마치 갯벌은 육지를 순화하고 새로운 생명의 요람이 되듯이.

원치 않는 이별을 했다

이상한 이별이다

공중에 줄을 선 갈매기 끼륵 끼르륵 활강을 하다 말고

기수를 돌린다 ㅡ「기수역의 탈선」 中에서

송탄어적(松灘漁笛)의 김경수 시인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차단되는 곳에서 단절, 곧 원치 않는 이별을 하고 슬퍼한다. 이어서 강의 하류에서 만나야 할 ‘장어, 재첩, 가물치 따위는 이제 없다. 하굿둑에 엎드려 보니 고향이 다른 이상하게 생긴 고기 한 마리’를 보게 된다.

사람의 욕심은

휘돌아 흐르는 아름다운 곡선의 편안함 마저

하굿둑을 만들어 밀물과 썰물의 만남까지도

기가 막히게 막았다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인연마저

매몰차게 끊어 버렸다 ㅡ「기수역의 탈선」 中에서

막힘없이 무한히 이어지던 아름다운 곡선은 사람의 욕심으로 차단되고 만다. 탐욕의 눈에는 서툴고 어설픈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곳에 자연의 힘과 소리가 담긴 진리가 있다. 결국 인간은 편리적 효율적 직선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자연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기(氣)가 막히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래서 시의 마지막 행에서 ‘기수역은 오늘도 탈선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이러한 탈선의 죄목에는 어떠한 형이 내려졌는가?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역습 등이 생명의 상실을 단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수원 산책으로 그 고독의 감미로움으로 휴식을 취할 줄 아는가? 그대는 도시와 제국을 점령한 자들보다 더 많이 얻었다.’라고 몽테뉴(Michel de Montaigne)는 그의 저서 <수상록 Essais>에서 말한다. 이러한 사유와 쉼의 공간에서 서양 철학이 태동하였음을 기억한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과수원으로 본 시인은 이러한 곡선의 경계면이 비록 서툴고 비경제적인 경계 공간으로 보일지라도 이곳이 지니는 힘은 창조와 생명의 공간임을 말하는 것이니라.

사람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그 울타리에는 슬픔과 눈물의 꽃이 온새미(언제나 변함없이)로

매달려 있다

그리도 애달던 치자꽃 향기 꿀벌도 꼬이지 못하고

꽃잎마저 합장한 손에서 멀어진다 ㅡ「경계의 꽃」 中에서

▲ 한봉수 (1957년 정읍출생)칼럼니스트 / 시인 / 문학평론가 / 전주고, 한국외국어대 이태리어과 학사, 외대대학원 정책학 석사 졸전)/ 동북일보 논설위원 / 전라매일 논설위원 / 전)양무리사랑모임(중증장애시설후원)대표/ 현)투데이안 고문 / 현)전북과미래연구소 소장 /현)디엔아이에너텍 회장 /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한봉수 (1957년 정읍출생)칼럼니스트 / 시인 / 문학평론가 / 전주고, 한국외국어대 이태리어과 학사, 외대대학원 정책학 석사 졸전)/ 동북일보 논설위원 / 전라매일 논설위원 / 전)양무리사랑모임(중증장애시설후원)대표/ 현)투데이안 고문 / 현)전북과미래연구소 소장 /현)디엔아이에너텍 회장 /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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