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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수의 문학산책] 송탄어적(松灘漁笛)의 시인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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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수의 문학산책] 송탄어적(松灘漁笛)의 시인 ⑥
  • 한봉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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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제 김경수 시인의 '서툰 곡선'과 '기수역의 탈선'을 중심으로

Ⅴ. 나가는 말

고향을 찾는 시인은 어머니와 유소년 때의 자신의 이미지들을 교차하면서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갔다. 그래서 순수한 소년기 시간과 고향의 공간은 시인에게 영원한 요람이고 자양분이다. 시인의 시 세계를 이끄는 영원한 뮤즈(MUSE)라고 할 수 있다.

고향 송탄어적에서 뛰어놀던 유소년의 감성과 그리움으로 그리고 어머니로 향하는 시적인 언어들과 시의 진술로 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의 삶을 다독이며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시는 죽은 씨앗도 살려내는 작은 기쁨이기에 ㅡ「살아가는 즐거움」’이라며 시를 쓴다. ‘내 몸은 길 위의 가을을 또박, 또박 걸어가는 국화향이다 ㅡ「길위의 가을」’처럼 그의 영혼 속엔 어느덧 국화 향이 배어있다.

그리스 미학 철학자인 플로티노스(Plotinos)는 <엔네아데스 입문>에서 ‘형상이 영혼 속 살아있는 힘이다. 미의 체험은 아름다움을 느낀 순간 너머 영혼이 새롭게 눈뜨는 과정이고 미를 통하여 영혼이 고양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시인은 ‘영혼을 고양하는 아름다움’ 속에 은근한 의미를 담으려고 한다. 시 속에 담은 알레고리로 인류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솟구쳐 간절함으로 달리는 초록 기차는

우리들의 방향이 잡힐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월의 술맛처럼

졸음이 쏟아지는 향기를 몰고

느릿느릿 걸어 나와 느껴보는 것 ㅡ「느껴봄」 전문

인류는 끊임없이 문명이 요구하는 피라미드(직선)를 만들어 왔다. 자연과 함께 가는 영원의 길보다 이기적이고 단세포적 생각의 토대인 생산성과 효율성을 위한 탐욕의 깃대를 향하여 달려왔다 할 것이다. 급기야 자연과 신의 영역(기수역)을 탈선하고 있다. 현 인류의 탈선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시인은 선線(자연의 길)과 역域(순수의 공간)이라는 상징적 시어를 동원하여 인류에게 경고하고 있다.

인류가 가야 하는 자연의 길(선線)과 순수의 공간(역域)을 그의 시 ‘순천만’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태고의 역사는 황금빛 선을/ 바람불러 갈대의 합창을 들려주거나/ 장뚱어 알들의 부화가 임박할 때면/ 갈대는 일제히 진흙 뻘 속에/ 찰진 심지를 내린다// - 순천만 「생명의 늪」 中에서’, 시인은 바다와 합류해서 섞어져야 할 기수의 공간과 태고의 역사가 만들어 내는 황금빛 선율을 그려낸 자연과의 일체감을 정갈하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움은 자연친화적 동화나 자연 풍경에 대한 구체적 묘사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다.

현대 문명의 실상, 인간과 자연의 합점들이 파괴되고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에 숨겨있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하제 김경수 시인의 시집 <서툰 곡선>과 <기수역의 탈선>을 중심으로 시인이 추구하는 순수의 길과 시적 뮤즈, 창조적 힘, 미학 그리고 시속에 담긴 시인의 사상을 살펴 보았다.

끝으로 생명의 늪을 지켜낸 순천만과 같이 서툰 곡선과 기수역의 공간이야말로 ‘초록기차’가 달리는 자연법칙의 궤도이고 시인이 가려는 길임을 주목하며, 인류에게 끝없이 맑고 순수한 사랑으로 만나자고 노래하는 시인의 소리를 경청한다.

▲ 한봉수 (1957년 정읍출생)칼럼니스트 / 시인 / 문학평론가 / 전주고, 한국외국어대 이태리어과 학사, 외대대학원 정책학 석사 졸전)/ 동북일보 논설위원 / 전라매일 논설위원 / 전)양무리사랑모임(중증장애시설후원)대표/ 현)투데이안 고문 / 현)전북과미래연구소 소장 /현)디엔아이에너텍 회장 /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 한봉수 (1957년 정읍출생)칼럼니스트 / 시인 / 문학평론가 / 전주고, 한국외국어대 이태리어과 학사, 외대대학원 정책학 석사 졸전)/ 동북일보 논설위원 / 전라매일 논설위원 / 전)양무리사랑모임(중증장애시설후원)대표/ 현)투데이안 고문 / 현)전북과미래연구소 소장 /현)디엔아이에너텍 회장 /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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