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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공교육의 미래- 사교육 없는 학교'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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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공교육의 미래- 사교육 없는 학교' ①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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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부고 촬영 현장에서
▲ 와부고 촬영 현장에서

지난 2008년 대한민국 총 사교육비는 20조 9천 여 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4.3%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1인당 월 사교육비 23만 3천 원이나 되고, 1주일간 학생들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7.6시간이나 된다. 우리나라 학생 중 4명 중 3명, 그러니까 75.1%나 되는 학생들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사교육비 증가는 우리나라 사회 곳곳을 좀먹는 망국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교육비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의 출산율을 야기했으며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은 우리나라 중산층을 위태롭게 하고 국민경제를 어렵게 한다. 또한 학부모들의 노후 준비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2010년 은퇴 대란을 앞 둔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은퇴 후 자산 준비를 못 한 이유로 “자녀에 대한 과다한 투자”를 59%나 꼽았다. 학교는 전인교육이 아니라 점수 줄 세우기로 대학진학률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일그러진 교육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사교육이 이 나라를 좀먹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공교육의 미래를 전망하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되었다. 한국의 사교육비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이다. 2007년 당시 사교육비로 연간 32조 원을 쓴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가구당 월 65만 원을 쓴다는 것도 맞는 수치인지 궁금하지만 어떻게 계산된 32조 원인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사교육비를 검색해보니 1997년 「충북교육」지에 이미 사교육비로 20조 원이란 대목이 나온다. 다른 자료를 보면 2001년에 7조 1천억 원이고, 2002년에는 10조 6천억 원, 2003년에 13조 6천억 원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4년 만에 250% 증액된 것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액수가 개인들의 지갑에서 지출되고 있는 현실인데 한국의 가정형편이 이 정도가 되는 가 싶다.

일례를 들어 중1, 중3 자녀를 둔 우리 집을 예로 해 설명해 본다. 두 아이가 학원 두 군데를 정해 놓고 다니는데 과목당 30만 원 안팎이다. 네 과목을 듣는다면 한 아이 당 120만 원, 두 아이니까 240만 원이 간단히 계산된다. 어디 이것뿐인가. 집으로 찾아오는 피아노 선생님, 학습지 교사 비용까지 하면 300만 원을 육박한다.

이것도 약과인 게 다른 가정은 한 아이 당 들어가는 것이 300만 원이다. 왜 인가 물어봤더니 개인교습에 학원까지 다니기 때문이란다. 우리 애도 밤 1시에 귀가해 걱정스러운데 다른 아이들은 지금도 학원에 있고 그 아이들은 2시에 집에 간단다. 이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교육현실이다. 아침 등교를 8시에 하는데 도대체 언제 자고 몇 시간이나 잘 수 있나 계산이 안 된다.

엄마의 말이 한 술 더 뜬다. 지금부터 연습을 해둬야 고등학교에 가서 적응한다나. 이렇게 공부해도 반에서 10등 안에 들기 쉽지 않다. 아빠까지 그럴 수는 없어 학원을 다니지 말라고 했더니 아이의 말이 “모두 다 다니는데 나만 안다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투정을 엄마에게 부리는데 엄마라고 애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픽업하느라 밤잠도 설치는데 누구를 탓할 것인가?

이래저래 골치 아픈 한국을 떠나 유학생들이 늘어만 간다. 가서 몇 년 고생하면 귀국하여 특례입학자로 명문대에 들어가고 영어 하나는 확실하게 해서 들어오니 일거양득이다. 그러니 있는 사람치고 유학 안 보낼 사람이 어디 있는가? 한 술 더 떠 아예 엄마를 동반해 외국으로 떠난다.

외국의 친척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도 1990년대까지이다. 좋은 소리도 못들을 일을 누가 하겠는가? 엄마가 곁에 있어 이 모든 뒷수발을 들어줘도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생업에 바쁜 미국생활에서 잘 못되면 모든 책임은 친척 몫이다. 이러고 보니 목사님들이 부업으로 사설 기숙사를 운영하는데 한 달 기숙사비가 L.A지역에서는 300만 원 이란다.

유학을 보낼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은 그저 한국의 교육현실을 탓하며 사교육을 시킨다. 아니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의 수장들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별 효과는 없고 갈수록 늘어만 간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EBS이다. EBS는 그동안 지상파를 통해서 공교육 보완 차원에서 교과방송을 시작하였고 교육부의 예산 지원 아래 수능방송을 계속해 왔다.

공교육을 보완하는 교과방송이 수학능력시험 방송이 된 것은 명칭상의 문제를 떠나 바람직 한 변화는 아니지만 사교육비 절감의 묘책이 없는 현 상황에서 EBS의 수능방송을 개선하며 활용하는 수밖에 달리 대안이 없을 것이다.

2009년 6월 3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일선 학교의 방과 후 학교 활성화와 입학사정관제 확대 실시를 골자로 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향한 첫 걸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제 학교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자인 학생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하여 수요자가 원하는 수업을 제공하고 교사들은 사교육에 비해 질적으로 견줄 만한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수업과 교재개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공교육의 미래 사교육 없는 학교>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자율형 개방학교로 운영되다가 2008년 3월,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로 전환하는 경기도 와부고등학교의 사례를 통해 우리 공교육의 미래를 가늠해 보고 사교육 없는 학교를 위한 일선 학교의 움직임을 알아보았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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