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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정준 그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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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정준 그랜마스터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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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7월, LA 정준(오른쪽)의 태권도장에서 함께한 필자(왼쪽)
▲ 2015년 7월, LA 정준(오른쪽)의 태권도장에서 함께한 필자(왼쪽)

정준(미국명: 준청)은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운영중 이두용 감독에 의해 캐스팅되어 1976년 <아메리카 방문객>(1976)으로 데뷔한다. 선배를 찾아 미국 땅에 와 겪는 무용담인 이 영화에서 그는 홍콩의 청춘스타인 강대위 배우 같은 모습과 연기로 주목을 끈다.

그러나 그의 활동은 이어지지 않았고 시간이 많이 흐른 1997년 박우상 감독의 <KKK훼밀리 리스트> 외에 몇 편에서 조연으로 출연한다. 그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모른다. 그저 할머니와 부산에서 살았었고(아마도 피난을 부산으로 온 듯하다) 청소년 시기에는 인천에서 자랐다. 인천 부평에서 성장한 그는 당시 폭력적인 주변 환경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태권도를 수련했다고 한다. 당시는 태권도라는 말이 없었고 공수도를 수련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벌써 반세기 훨씬 전의 일이다.

그는 시합에도 나가 2등 상까지 탔었고 1967년 미국으로 이민 가서 태권도장에서 사범 생활을 하였다. 이때 이소룡을 처음 만났다는데 그를 통해 숨겨진 이소룡의 이야기가 공개되었다. 이소룡은 첫인상이 거만한 느낌이었지만 그의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다. 이소룡은 <그린 호넷>에 출연 중이었고 최세호 관장에게서 개인교습을 받았는데 그의 수련 때에는 모두 자리를 비켜주었다고 한다. 이소룡과 9살 차이가 나는 정준과 이소룡의 교류는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는데 더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다시 그의 인생에 대해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가 스승의 도장이 있는 LA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자신의 태권도장을 오픈했다. 그러나 1973년 LA 다운타운에서 자신의 도장인 준청태권도장을 오픈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소룡 때문이다. 그것은 <맹룡과강>에 출연하여 바빠진 척 노리스의 도장을 인수하여 자신의 도장을 오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다른 한국인과 달리 코리아타운이 아닌 다운타운에서 지금까지 1만여 명의 제자를 배출한다.

그리고 27세 때 이두용 감독의 미국 올로케이션 영화 <아메리카 방문객>에 출연한다. 당시 자신의 사진을 한국인 지인에게 주었는데 그 사진이 이두용 감독에게 전해졌고 한국에서 감독 및 제작자인 곽정환과 그의 부인이며 배우인 고은아 씨가 미국으로와 오디션을 보고 계약하였고 출연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후 이혁수 감독의 <삼인의 밀객>(1976)에 백만 원을 받고 출연하였는데 석 달 걸린 촬영으로 자신의 경비만 만 불을 썼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영화 촬영 환경이 열악했다는 증언이다. 그 후 김효천 감독의 <오사카의 외로운 별>(1980)에 출연하였다. 그것은 그가 한국영화에 거는 기대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미국행 비행기에서 우연히 박우상 감독을 만나 출연한 영화가 <차이나타운>(1984)이다. 그의 영화인생은 그의 열정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지 않으면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꾸준히 출연할 이유가 없었다. 그의 열정은 영화제작으로 이어지는데 수편의 영화에 출연 또는 직접 제작을 하였다.

그의 삶은 아메리칸 드림 성공의 전형적인 예이다. 오로지 태권도 전파와 영화인으로서의 외길 인생을 걸으면서 지금도 한 달 400여 명의 제자를 육성하고 있다. 부인은 쿠바 한인 3세이며 태권도로 맺어져 지금은 준청태권도장의 사범이다. 아들 역시 배우를 꿈꾸는 미남자이다.

<아메리카 방문객>은 한국에 필름이 없으나 <무덤에서 나온 이소룡(BRUCE LEE Fights Back from the Grave>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DVD 출시되어 있다 <아메리카 방문객>은 이소룡 사후인 1976년, 유사한 액션영화들이 양산되고 있을 무렵 제작된 이두용 감독의 영화이다. 처음 제목은 <방문객>이었다. 이두용 감독은 당시에 미국 로케이션을 가서 두 편을 찍었는데 그 중 한 편이다.

이 DVD의 첫 장면은 이소룡의 묘비가 소개되며 (물론 가짜다) 번개 치는 밤 이소룡이 무덤을 뛰쳐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외국인이 추가 촬영하여 편집한 내용이다. 다음 장면은 이 영화의 오리지널 장면인 항공기가 LA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비록 개작으로 인해 훼손된 상태이긴 하지만 영원히 볼 수 없었던 <아메리카 방문객>을 만날 수 있어 반갑기는 하다. 물론 감독으로서는 황당한 일이다.

정준은 다소 왜소하지만 폭발력 있는 발차기가 일품인 배우이다. 당찬 소년을 연상시키는데 발차기에 승부를 건 이두용 감독의 럭키 가이 중 한 명이다. 총 든 백인과 맨손 대결을 하는데 이두용 감독으로서는 1970년대 태권영화의 총결산작일 수도 있다. 라스트신에서 김문주와의 대결 후 악역 전문배우 배수천이 형사로 특별출연했다.

이 영화는 액션연출이 뛰어나 외국인들도 좋아할 만하다. 정준은 그 뒤로도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한 것으로 보아 성공적인 데뷔였다. 단지 이두용 감독과의 태권영화 후속작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십 년이 훨씬 지난 1988년 <침묵의 암살자>에 출연한다.

<아메리카 방문객>은 케럴 리드 감독의 1949년작 <제3의 사나이>를 참조한 듯 구성이 비슷한데 시나리오를 쓴 홍지운 작가는 2017년 7월 20일에 열린 제52회 한국영화100년사 세미나에서 <제3의 사나이>를 참고했다는 사실을 시인하였다. 그는 이두용 감독의 <아메리카 방문객>의 주인공이며 미국 LA의 준청태권도장에서 지금도 백인제자들을 육성하고 있다.

한미태권도장의 사제지간으로 LA에 거주하고 있는 사이먼 리, 필립 리 형제와 정준의 관계는 형제 이상이다. 사이먼 리와 정준은 현재 도장을 운영 중이고 필립 리는 이들의 도장에서 자신의 클래스만 운영하고 있다. 사이먼 리는 할리우드에서 무술감독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영화에의 무한한 가능성을 덮어두고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전성기를 보낸 그의 심정은 어떨지 궁금하다. 답은 그는 아직도 영화 제작을 꿈꾸며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 2015년 6월 28일의 제55회 이소룡 세미나에서 촬영 영상을 보며 그에 대해 발제했다.

▲ LA 정준(왼쪽)의 자택에서 함께한 필자(오른쪽)
▲ LA 정준(왼쪽)의 자택에서 함께한 필자(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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