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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김지미 배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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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김지미 배우 ②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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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9회 한국영화100년사 세미나 초청 스타 김지미(오른쪽)와 필자(왼쪽)
▲ 제39회 한국영화100년사 세미나 초청 스타 김지미(오른쪽)와 필자(왼쪽)

김지미 배우를 2016년 6월 27일, 제39회 한국영화100년사 세미나에 초청하여 근황을 들었다. 그녀는 동양의 미인으로 꼽히는 배우로 서양의 엘리자베스테일러에 비견되는 배우였다. 1957년 여고생의 신분으로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하여 한국영화 전성기에 가장 바쁘게 활동한 배우이다.

그녀는 1956년 당시에 선민영화사 사장이었던 홍성기 감독의 <별아 내 가슴에>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고 홍성기 감독과 결혼하여 그의 페르소나로서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하였는데 신상옥‧최은희 커플과 함께 한국영화계의 감독과 여배우 커플로 서로 비교되었다.

특히 두 감독은 최인규 감독의 연출팀으로 같은 감독 밑에서 있다가 데뷔를 한 라이벌일 수도 있었다. 물론 정창화 감독도 있어 당시 최인규 감독의 문하생들이 한국영화 중흥기의 트로이카가 되었다. 홍성기 감독과 신상옥 감독은 <춘향전>과 <성춘향>으로 맞붙었는데 결과는 <성춘향>의 압승이었다.

그 후 신상옥 감독은 승승장구 했고 홍성기, 김지미 커플은 남이 되고 만다. 그 당시 최무룡과의 로맨스는 장안의 화제였고 그녀는 최무룡의 부인인 강효실에게 이혼 위자료를 주고 그와 새롭게 출발하였지만 결국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라는 말을 남기고 남이 되고 만다. 이러한 굴곡 많은 삶속에서도 그녀의 출연작은 늘어만 갔고 그녀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그녀는 1940년생으로 20세기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무려 8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타고난 연기력으로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한을 그대로 표현한 영화배우이다. 1970년 제 16회 아시아 영화제에서 이형표 감독의 <너의 이름은 여자>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국내외의 영화상도 20여 차례 수상하였다.

그녀는 주로 한 많은 여자의 일생을 그린 멜로영화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비련의 여주인공이었는데 그녀가 출연하면 때맞춰 울고 싶은 아주머니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다. 이름 하여 고무신 관객들이라고 불렸는데 손수건은 필히 지참하여야 했다. 자신의 서글픈 운명보다 더 슬픈 운명의 여주인공에게서 삶의 위안을 받았던 것이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의 장르는 출연 편 수 만큼이나 다양한데 트로이카배우 전성기에는 그녀들과의 맞대결 대신에 원숙한 한국여인의 연기세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영일 각본, 최하원 감독의 <무녀도>(1972)를 놓고 윤정희 배우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무녀도>의 주인공인 모화 역은 윤 배우의 차지가 된다.

그녀는 1976년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인 나훈아와 결혼을 발표한다. 이후 한동안 공백기를 가진 뒤 1979년 변장호 감독의 <을화>로 복귀하고 1984년 태흥영화사가 제작하는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에 출연한다.

한국현대사의 아픔을 한 여인을 통해 조명하는 이 영화에 김지미 배우가 보인 열정은 대단했다. 삭발은 물론 주인공의 학생시절은 물론 노역까지 여인의 일생을 혼자 다해낸다는 각오로 임했는데 결국 비구니들의 항의와 제작 가처분신청으로 제작은 중단되었다.

그러나 화천공사가 제작하고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길소뜸>(1985)에 출연하여 <비구니>에서 못다 한 최고의 명연기를 보인다. 그 후 그녀는 지미필름을 세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를 수입 개봉하여 흥행에 성공하였고 이어 임권택 감독의 <티켓>(1986)과 이장호 감독의 <명자 아끼꼬 쏘냐>(1992)를 제작 주연했다.

그녀의 데뷔 60년을 맞아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이 2017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되었다. 17살에 데뷔하였으니 대략 그녀의 나이가 나온다. 그녀의 출연작은 대략 700여 편. 류재림, 김수용, 정진우 감독의 축사가 있었다. 행사는 그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극장을 가득 메운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이석기, 구중모 감독 등 그녀와 인연이 있는 영화인들을 비롯하여 데뷔 동기(?)인 안성기 배우도 참가하였다.

개막작은 임권택 감독의 <티켓>이었다. 그녀가 지미필름을 설립한 첫 작품으로 송길한 시나리오, 구중모 촬영, 박현원 조명이다. 우수영화로 선정될 만큼 완성도 높은 영화로 그녀는 속초의 티켓다방 여주인으로 출연했다. 그녀의 연기력은 악역일 수도 있지만 진솔하게 와 닿은 연기로 그녀의 진면목을 보여준 걸작이다. 특별전에서는 스무 편이 선정 상영되었다.

개막식 날 한국영화인복지재단의 정진우 이사장이 석식자리를 주최하였다. 그녀가 한국영화인복지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활동하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두 분은 동고동락한 영화 동지이다. 그녀는 80세를 넘어서야 평범한 주부로서의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 듯하다.

2017년 6월 29일, 한국영상자료원의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에서
▲ 2017년 6월 29일, 한국영상자료원의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전’에서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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