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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사)한국다큐멘터리학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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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사)한국다큐멘터리학회의 역할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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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정기총회, 코로나19로 줌 원격 세미나로 개최했다.
▲ 2022년 정기총회, 코로나19로 줌 원격 세미나로 개최했다.

한국다큐멘터리학회는 한국 다큐의 자존심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한국 다큐의 현황은 그렇게 활발하지 않았고 방송 다큐멘터리가 편성의 장르로서 존재해왔을 뿐이다. <워낭소리>로 일시 각광받은 한국다큐는 침체의 늪에 빠졌고 극장 개봉 다큐의 숫자는 미미할 뿐이다. 이렇게 발전이 더딘 이유는 한국인의 심성과도 연결된다.

한국영화의 천만 관객 동원작은 거의가 액션영화 장르이다. 약동하는 국민의 심성을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큐 장르와 같이 사색하며 분석해야 하는 다큐 장르는 외면받기 십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EIDF, DMZ다큐영화제 등 2개의 다큐영화제가 존재하니 희망을 가져본다.

다큐멘터리는 영화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고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진화되어왔다. 다큐멘터리라는 말은 1802년 처음으로 사전에 등장한 최근 언어인데 document란 말은 “증거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록되어져 있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말은 보증서, 특허, 비망록, 요약 등을 총칭하는 단어로 이용됐다.

실제로 영화에서 다큐멘터리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1930년대 영국의 영화감독이자 이론가인 존 그리어슨(1898-1972)이 처음이다. 그리어슨은 다큐멘터리를 “살아 숨쉬는 예술형식”이라고 정의했는데 그것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는 살아있는 광경과 살아있는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큐가 꼭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실만을 담지만은 않았다. 1930년대에도 다큐멘터리 드라마가 보여졌는데 재연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이런 기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예술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감독의 작가론적인 면이 부각되며 상당히 주관적인 내용을 담게 되었다. 따라서 다큐멘터리도 감독의 주관적인 시각을 담은 것으로 사실적이라든가 현장성이 갖는 기록성이 재구성되며 재해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존 그리어슨도 결국 다큐멘터리를 “사실의 재창조”라고 정의를 내렸다.

여기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재창조인지 구분이 필요했지만 그것은 감독이 판단한 해석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최소한 논문의 각주 같은 설명이 없이 제작되는데 그것은 다큐멘터리도 창의적인 예술작업이기 때문에 용인되었다.

1895년 <열차의 도착>이란 사상초유의 볼거리로 시작된 다큐멘터리의 역사는 민족지 다큐멘터리인 <북극의 나누크>를 비롯하여 독재자 히틀러와 나치를 우상화 시킨 레니 리펜슈탈 감독의 1935년작 <의지의 승리>, 그리고 최초의 비디어 저널리스트인 존 알버트 감독의 <의료보장제도- 돈과 생명의 거래> 등의 민중다큐를 거쳐 마이클 무어 감독의 고발다큐인 <볼링포콜럼바인>, <식코>까지 시대를 앞서간 여러 다큐 감독들에 의해 꾸준히 발전해왔다.

다큐의 발전은 다른 장르의 예술작업과 마찬가지로 그 형식과 장르의 파괴 등 여러 실험적인 노력을 거쳐 계속 변신을 거듭했다. 적어도 예술행위에서 금기란 없다. 감독은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떡하면 가장 쉽게 가장 재미있게 전달하면 되는지를 고민하였고, 이야기 서사구조를 갖추며 다큐멘터리도 극영화와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다큐멘터리가 사실에 입각한 자기주장이라지만 근본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는다. 물론 경우에 따라 심각한 사실 왜곡으로 질타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다큐멘터리는 창조적 해석이라 해도 사실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의 기법을 차용한 극영화인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결국 극영화인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미래상은 이러한 범주 내에서 각종 서사방식이나 영상의 변화로 요약될 수 있다. 5분 미만의 미니 다큐나 해설이 빠진 영상다큐 등의 실험을 거쳐 3D 애니메이션으로 인간의 상상력을 표현한 3D다큐멘터리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니 허구만 아니라면 그 어떤 형태로 제작되든 다큐멘터리인 것이다. 개인의 왜곡된 다큐멘터리까지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거짓의 인터뷰나 영상조작 등으로 의도된 다큐멘터리는 진정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처럼 재기발랄한 다큐멘터리의 변신이 기대된다. 또 UCC 등으로 만개한 영상시대에 누구나 손쉽게 제작한 영상들이 글쓰기를 대신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에 일거리가 늘어나고 따라서 우리 학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다큐의 진화는 타 장르의 영상콘텐츠보다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저예산으로 제작이 가능하기에 동호인들의 활동도 기대된다. 가가호호 홈 무비로서 역할을 다하며 누구나 접근이 용이한 장르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장르가 아닌 그 중심에 설 수 있는 장르이고 그만큼 주목을 받는 것이다. 그러한 구심점으로 우리 학회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하여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또 상업적으로 보더라도 수익성을 더할 수 있는 장르이기에 활동적인 운영진이 절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학회로서는 젊은 회원들의 영입이 우선이고 현업자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다큐에 대한 관심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제 역할을 다하는 우리 학회가 만개하는 날, 한국 다큐도 그만큼 성장하리라 믿는다.

다큐학회 정기총회 및 추계 학술대회
▲ 다큐학회 정기총회 및 추계 학술대회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2022년 11월 26일 추계세미나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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