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7 03:22 (토)
[안태근의 다큐세상] 이집트를 가다
상태바
[안태근의 다큐세상] 이집트를 가다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26 0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년 3월, 이집트 카프레왕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 2023년 3월, 이집트 카프레왕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이집트 카이로를 1994년 이후로 29년 만에 다녀왔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결정된 것인데 비행시간만 열 시간 훨씬 이상이고 가는데 만도 하루가 넘게 걸리니 먼 곳이다. 1994년, EBS에서는 <세계의 도시>를 제작 중이었다. <세계의 도시> 서울 편을 제작하던 나로서는 일종의 보너스 여행이었다. 제작비는 전액 대한항공 제공이었다. 난생 처음 비즈니스석에 앉았다.

그러나 그냥 다녀오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지역이기에 <세계의 도시> 번외 편으로 <이집트의 전통문화>를 기획했으나 담당 부장에 의해 제작은 부결되었다. 부담 없이 잘 다녀오라는 뜻이었고 기내 상영용 이집트 영상만 잘 찍었다. 당시에는 왜 이렇게 부결되는 게 많은지 궁금한데 원래 조직의 생리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2023년에 30여 년만의 카이로 방문이지만 도시는 변함이 없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그대로였다. 서울의 변화 속에서 살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 나일강을 기준으로 나누어진 구도시와 신건물이 들어선 신도시 역시도 건축 양식이며 색깔하며 모두 올드 모드이다. 카이로 서쪽의 기자(Giza)의 그레이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현존하는 90여 개의 피라미드 중 압권이다.

고대 이집트 왕국의 수도였던 멤피스(Memphis)의 거대석물들이 즐비한 유적지 역시 사람들이 늘어난 것 외엔 변할 수 없는 곳이다. 남쪽의 아스완(Aswan) 일대와 룩소르(Luxor) 지방의 유적지를 돌아보며 이집트 문명의 웅장함과 섬세함에 감탄하며 인류의 문화창조 능력과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인류는 처음부터 위대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5천여 년 전에 이러한 거석문화를 꽃피운 것이다. 당시에도 평화협정을 맺고 부질없던 10년 전쟁도 멈추었던 고대인들의 지혜가 필요한 오늘이다. 아부심벨 대신전 역시 경이롭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세계테마기행>을 통해 보아왔지만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감동이 더한다.

아부 심벨(Abu Simbel) 대신전
▲ 아부 심벨(Abu Simbel) 대신전

고대 이집트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거석문화를 향유했을까? 노예들이 투입되었고 건축설계자와 거석 기술자가 존재했을 터인데 그들이 과연 고대인들이 맞는가? 왕의 즉위와 함께 시작되어 왕의 죽음으로 공사가 끝났다는데 즉위 기간이 56년간으로 가장 길었던 카프레왕의 피라미드의 위용은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는 규모이다.

스핑크스의 모델은 왕자의 위엄을 보여주는 인두상에 사자의 몸체상이다. 지금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남아있는데 기원전 2,500년 전의 유물이라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이민족들의 훼손설도 있으니 타국 문화재에 대한 예의가 아쉬울 뿐이다. 크기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룩소르의 카르나크(Karnak) 신전에는 수십 개의 스핑크스가 도열해있다.

관광은 3월까지가 적기로 향후 40°C라는데 아직은 차가운 홍해 바다에 들어갈 자신이 없다. 하지만 너른 바다는 우리를 유혹하고 있고 우리가 묵었던 후루가다의 아자르 리조트 호텔에는 관광객들이 계속해 몰려들고 있다. 위대한 조상을 둔 후손들의 몫이 과연 관광산업뿐일까? 생각하게 한다.

귀국 편 비행기에서 만난 35세의 청년은 7식구 중에서 돈 버는 이가 없어 자신이 인천에 직장을 구해 일하며 버는 대로 송금한다고 한다. 2년 만에 한국말을 배워 곧잘 대화를 나누었던 재주 많은 청년이다. 세계 인구 12위의 이집트의 향후 번영을 기대해본다.

카이로 및 남부의 아스완 여행은 먼 길이지만 인류의 위대함과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뜻있는 여행길이었다. 나로선 30여 년 전의 EBS PD시절이 떠오르며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이었다.

이집트 유적지는 하나하나가 경이롭기만 하다.
▲ 이집트 유적지는 하나하나가 경이롭기만 하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