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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와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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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와 문학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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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시작은 글 읽기부터 시작된다.
▲ 창작의 시작은 글 읽기부터 시작된다.

2015년에 수원문인협회에 가입을 했다. 당시 박병두 회장의 권유도 있었지만 원래 가졌던 문학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책읽기를 즐기고 습작을 했던 문학도였고, 시나리오 <사방지>로 데뷔한지가 1988년으로 35년 됐다.(실제 집필은 1986년에 끝났고 1987년 영화사와 계약했으며 1988년에 개봉됐다.) 지금까지의 시나리오 집필 편수를 찾아보니 61편에 이르니 적은 편수는 아니다. 습작으로 쓴 시나리오를 비롯하여 재학 중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그렇게 편수가 늘어났다.

나의 경우를 보면 어려서야 다 그렇지만 만화책에 심취하고 좀 커서는 아동문학, 위인전 등을 독파하는 다른 학생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은 늘 기다려지는 시간이었고 시를 쓴 것도 그 즈음이다. 그래도 유난히 소설을 읽기를 즐겨했고 책 자체를 좋아했다. 책 소장하는 버릇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책들을 다 모아두었더라면 숨 쉴 공간도 없었을 것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투고 한 것도 그 시절이다. 아마도 당선이 목적은 아니고 본선 평이라도 듣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예선 탈락이고 나는 대학교에 입학 하고자 하유상 저 『시나리오 작법』을 읽고 습작을 시작했다 1970년 즈음일 것이다. 첫 시작은 책에 실린 엘리아 카잔 감독의 <에덴의 동쪽>을 리라이팅 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청춘 잔혹이야기>를 각색해보았다.

그리고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썼는데 1929년의 광주학생의거를 소재로 한 ‘밀려오는 혼의 물결’을 뜻하는 <혼조(魂潮)>란 시나리오이다. 대학교 면접에서 그 시나리오를 보여드리니 심사 교수님이 흐뭇해서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네가 쓴 것이 맞냐?”는 질문을 듣고 합격을 예감했다.

하지만 등단은 멀고도 먼 길이었다. 나에게 문학적 영감을 준 문학 스승이라면 여러 고전을 쓰신 세계적인 문호는 말 할 필요도 없고 서라벌 예대 학장을 지내셨던 김동리 선생을 비롯하여 <어린 왕자>의 셍텍쥐베리, <금각사>의 미시마 유키오, <대물>의 시바다 렌사부로, 추리소설의 대가 마쓰모도 세이쵸, 그리고 황석영, 김주영, 최인호 작가 등이다.

특히 추리소설은 시나리오의 구성과 비슷해 대학교에 들어가 집중 탐독했었다. 당시는 문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일기를 쓰고 소설 책 한 권은 들고 다녔던 때이다. 글쓰기의 가르침은 결국 타인의 글 읽기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영화를 많이 본다고 모두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아니듯 남의 글을 읽는다고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자신이 스스로 글쓰기를 해봐야 한다. 습작이 작가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되었고 추리소설이며 시나리오를 습작하였다. 특히 아랫골목에 사시던 방송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인 신봉승 선생님에게서 많은 지도를 받으며 습작을 거듭했다.

시나리오 창작은 어머니의 바느질에 비유된다. 한 뜸 한 뜸 정성들여 옷을 지으시던 어머니의 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한 편을 탈고하는 기쁨은 산통 후 희열에 다름 아니다. 창작은 고독한 작업으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공동창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본인 몫은 스스로 해내야 한다.

첫 시나리오 창작 이후 글쓰기는 점차 쉬워졌다. 반복 학습의 효과인데 그렇다고 빨리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난이도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정답이 없다. 그렇지만 보편성은 있다. 누가 읽어도 공감이 가는 시나리오의 작법은 엄연히 존재한다.

몇 날을 구상하고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를 쓰고 장면구분표를 완성하면 글쓰기의 반은 완성된다. 트리트먼트 따라 장면을 시각화 시켜 이어나가면 의외로 빨리 쓸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원고지로 반팔 분량의 습작을 하면서 깨달은 작법 원칙이다. 글쓰기 가이드는 있지만 스스로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익힐 수밖에 없다. 그 기간이 고행의 길임을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쉽게 권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작가를 향한 집념이 확실하다면 도전해 볼 일이다.

집필 후의 느끼는 감정은 글쓰기를 해 본 분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쾌감(?)이 있다. 그 기분을 느끼려고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마지막까지 쥐어짜낸 자신의 영혼과의 말 걸기는 다른 어느 창작 작업보다 힘들었기에 느낄 수 있는 벅찬 감정이다.

신봉승 작가가 늘 해주시던 말씀은 양 팔 벌린 정도의 원고를 습작하면 시나리오가 팔릴 것이라는 말이었고 그 말을 되새기며 원고지와 씨름하였다. 결국 영화소재 공모 및 국방부 시나리오 소재공모에 입선되고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집필하게 되었다. 전업작가라기 보다는 내가 만들고 싶은 시나리오를 썼던 것일 수도 있다.

생계형 작가로 쓴 것은 홍보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였는데 연출과 각본을 함께 한 경우가 많은 것은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으레 내가 각본을 썼다. 또 국방부 의뢰로 <배달의 기수>홍보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나의 시나리오 중 7편 가량이 국방부 국군홍보관리소에서 쓴 것이다.

그러나 PD생활을 하면서 더 이상 집필은 불가능했다. 휴가까지 반납하고 몰입해야 하는 글쓰기가 솔직히 고달프고 힘들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흘렀다. 이제 좀 전업작가로서 본격적인 글쓰기를 생각 중인데 아직 쉽게 써지지는 않는다. 발동이 걸려야 할 텐데 심각한 창작의 허기가 느껴지지 않아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다시 10년이 흘렀다. 2023년 6월, 나의 저서 목록은 38권을 기록했다. 교재가 거의 다이지만 한국영화사 관련 도서를 포함해 여러 권의 전문도서가 출간되었고 개인의 삶을 서술한 『이소룡 평전』, 『선물받은 내 인생』, 『신일룡 평전』도 출간되었다. 이래저래 나의 저서는 당분간 기록을 경신해 나갈 것이다. 다음 편은 나의 시나리오 창작기이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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