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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연출 49년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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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연출 49년 ①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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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에 '철판을 수놓은 어머니'로 제8회 금관상영화제에서 작품상, 기획상을 수상했다.
▲ 1991년에 '철판을 수놓은 어머니'로 제8회 금관상영화제에서 작품상, 기획상을 수상했다.

1975년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학생 신분으로 청계천 일대를 다룬 <폭류>란 단편영화를 연출한지 49년이 되었다. 그사이 학생의 신분으로 만든 6편의 단편영화 외에 졸업 후에도 꾸준히 단편영화를 만들어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격려를 받았다. 그리고 1986년 <한국의 춤 살풀이>로 정식 데뷔하여 1990년 제7회 금관상영화제에서는 <귀항>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EBS 프로듀서로 스카우트되어 천여 편의 프로그램을 연출하였다. PD였던 1991년 12월에도 <철판을 수놓은 어머니>로 제8회 금관상영화제에서 작품상, 기획상을 수상했다. 워커 홀릭 수준을 넘어서 딴 눈 팔지 않고 제작 일에 빠져든 지난 세월이다. 일 욕심은 큰 사고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정년을 하고도 지금도 제작을 못 잊어 하고 있는 것은 성격 상 문제이다. 연출이 힘들어지며 시나리오 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언제 영화화될 지는 미지수이다. 글쓰기 습관은 책 저술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일들이 단행본으로 하나씩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지금 나의 졸저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카운트해보니 영화와 시나리오를 포함하여 무려 1,108편(신작 시나리오 추가 편수)이라는 작품을 갖게 되었다. 방송 프로그램 천여 편은 186편의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그리고 종합구성 등 각 장르를 넘나든 프로그램들이다.

말이 천여 편이지 이는 석 달을 잠 안자고 보아야 할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그러니 많이 만든 것보다는 얼마나 완성도 있는 작품인가가 생각하게 된다. 많이 만든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용과 완성도가 중요하다. 이들 천여 편 모두는 나의 투혼을 불사른 작품들이기에 내겐 더욱 소중하기만 하다.

충무로 시절부터 남이 기피하는 영화들을 만들며 ‘해결사’로 불리기도 했고 방송사 시절 제작에만 몰두해 ‘돌격대장’ 소리를 듣기도 했다. 방송이 임박한 프로그램 제작은 독차지였고 그 프로그램들은 모두 무사히 방송될 수 있었다.

소의 해였던 어느 해에는 설날특집 <소에 관한 기억>, 석가탄신일 특집 <달마이야기>, 광복절 특집 <일제강점기의 영화>, 추석특집 <우리 고향의 명주>까지 특집을 제작하며 매주 방송되었던 50분 토크 프로그램 <TV인생노트>까지 만들었으니 가히 초인적인 제작활동이었다. 이런 활동이 가능했던 것은 나를 도와주는 스태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 기간 이런 스타일로 제작하였기에 제 주변에 항상 작가들이 여러 팀이 있었다. 그들이 아니라면 이런 천여 편 제작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모든 내용을 포괄하는 책 『나는 PD다』를 2015년에 발간하였다. 이 책은 이미 발간된 『나는 다큐멘터리PD다』, 『나는 드라마PD다』의 완결편이다.

정말 원 없이 만들었다. 그런데 또 감독을 하려한다. 그것도 투자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스스로 제작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못 말리는 미련이다. 이런 걸 두고 못 말리는 짝사랑이라고 할까? 영화나 TV 프로그램이나 내게는 다 같은 창작품으로 모두가 나의 소중한 자식들이다. 나의 영화사랑은 지겹기도 하련만 끝이 보이질 않는다.

지나고 생각하니 제작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금도 나는 제작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런 꿈은 실제 꿈으로 나의 잠에서까지 등장한다. 작가들과 기획회의를 하며 스태프들과 토론하는 꿈이다. 그 꿈의 마지막은 긍정의 해피엔딩이다. 제작의 난관은 항사 뒤따르는 것으로 어느 꿈에서는 녹화시간을 놓쳐 후배가 대신 완성을 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나는 오늘도 PD 때를 꿈꾼다. 꿈에서도 PD로서 원고를 읽고 기획서를 정리한다. 나의 연출 49년, EBS 퇴임식장에서 후배 이상범 본부장이 해준 말, “선배의 대표작은 지금부터입니다!” 라는 말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2022년 '새빨간 거짓말' 촬영 현장
▲ 2022년 '새빨간 거짓말' 촬영 현장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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