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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연출 49년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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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연출 49년 ③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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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코로나 팬데믹에 굴하지 않고 촬영한 '장편독립영화 만들기'
▲ 2021년 코로나 팬데믹에 굴하지 않고 촬영한 '장편독립영화 만들기'

방송사 퇴임 후 여러 다큐멘터리를 기획했지만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나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었다. 시스템을 벗어나며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흥행도 운이지만 제작도 운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투자자의 힘이 막강함을 실감했고, 제작자가 있음에도 실행되지 않는 것은 운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나는 운을 탓하며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맨손으로라도 만들어보고자 의지를 다졌다. 내 나이 서른까지 독립영화를 제작하며 감독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다큐멘터리 <장편독립영화 만들기>는 2021년 서울필름아카데미(SFA) 원장으로 취임하며 시작됐다. 영화배우 지망생들인 학생들의 수업 내용을 촬영하여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내용이다. 때로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문제가 발생하고 여러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것이지만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은 영화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주 내용은 강의의 각 주가 반복되며 겪는 배우 연기술 과정과 창작과정에서의 고통들이다. 끝없이 던져지는 질문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관객들로서는 겪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순간들일 것이다. 그래서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 가기까지의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한국에서 영화배우 하기의 어려움도 포함된다. 영화평론가 김수남 교수를 비롯하여 정진우, 이두용 감독, 영화배우협회 이진영 이사장 등 여러 유명 영화인들의 인터뷰가 들어가며 다큐의 내용을 풍요롭게 구성했다.

<장편독립영화 만들기>에는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어려움과 창작과 배우들의 고통을 담아내는 한국 최초의 다큐멘터리다.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참여자들의 인터뷰가 진행된다. 길이는 100분을 예상하고 있으며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아직도 미완으로 촬영이 더 필요하다.

 함께 제작되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다큐는 서울필름아카데미 수강생들과 함께 만드는 다큐이다. 토론을 통해 역사 속에 존재하는 거짓을 밝혀내고자 하는 독특한 기획이다. 다큐의 시대정신을 말하고자 함이다. 물론 저예산 제작비의 벽을 뚫고자 이런 기획을 하였다. 코로나 팬데믹의 악조건에서 다큐는 촬영을 마치었다. 그러나 후반작업을 거쳐 완성까지는 머나먼 여정이다. 아, 영화 만들기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고행의 길이다.

<새빨간 거짓말>의 로그라인은 우리 사회에 폭넓게 확산된 거짓말, 과연 진실인가? 밝히기이다. 기획의도는 가짜 뉴스가 한국사회에 만연한 지금 역사의 진실성과 역사 왜곡을 밝혀내고 역사 바로 알기를 통해 건강한 사회 만들기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서울필름아카데미 학생들 중에서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토론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연기에 대한 의구심과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을 확정해 출연자 12명을 확정지었다. 첫 촬영은 2021년 11월 6일이었다. 이 모든 과정이 다큐멘터리로 촬영되어 <장편독립영화 만들기>에 소개된다. 출연자들은 각자 맡은 역을 스터디하여 좋은 토론이 되었다.

한 달 정도 후인 12월에는 예고대로 2회차 촬영을 했는데 각자가 섭외한 장소를 찾아가거나 혹은 인물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2022년 2월 5일에 마지막 토론을 촬영하였다. 각자 토론에 필요한 사진이나 자료를 제시하며 토론에서 활용하였다.

스튜디오에서 촬영 중인 필자
▲ 스튜디오에서 촬영 중인 필자

15회 차에 이르는 촬영과 병행하여 영화연기 강의는 52주 전 과정을 예정대로 마쳤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기간 중에는 주당 1회의 대면 실습과정을 가졌고 이론 강의는 줌 원격강의로 진행하였다. 수강생들은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갔고 나는 새로운 인원을 선발해 강의를 이어갔다. 흡사 전쟁기간 중의 마지막 수업 분위기였다.

그리고 강의 내용은 한 권의 책 <명쾌한 영화연기>란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평생을 감독으로서 활동을 하며 공부한 연기에 대한 나의 지론을 전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며 결실이었다. 실로 의지의 52주를 보냈고 이제 다큐멘터리로 남기는 과정이었다. 어서 빨리 후반작업을 마치고 극장에서 만날 날을 고대한다.

▲ 2022년에 출간한 나의 37번째 졸저
▲ 2022년에 출간한 나의 37번째 졸저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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