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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 안중근, 그의 길을 걷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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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 안중근, 그의 길을 걷다 ②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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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사살한 하얼빈역 구내
▲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사살한 하얼빈역 구내

중국의 통화에서 밤 11시 완행열차를 타고 아침 7시에 하얼빈역에 도착했다. 각 역마다 서는 완행열차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안 의사의 의거 현장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고 역 구내를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이다. 늦은 밤이라 볼 수 없거나 한국인에게 입장불가가 되어 있는 현 상태에서 이 방법은 안 의사의 의거현장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얼빈역의 의거 현장에는 삼각과 사각형의 표시가 되어 그날의 현장을 표시해놓았다. 물론 역이나 현재의 시설물들은 100년의 흐름 속에 모두 바뀌어 있지만 이 표시가 그나마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표시점 사이의 거리는 약 7m다.

아침을 인근 뷔페에서 먹고 하얼빈 중앙대가를 산책했다. 송화강까지 이어지는 1.5km의 이 거리는 러시아시기에 조성된 거리로 러시아풍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한국으로 치면 명동거리나 대학로 같은 분위기인데 바닥에 갈린 돌벽돌은 한 장에 1$로 당시 서민들의 며칠 생활비였다는데 바닥을 모두 이 돌벽돌로 깔았다.

인근의 극장과 쇼핑몰을 둘러보고 11시 반에 조선민족예술관 안중근기념실을 방문했다. 미리 연락된 서명훈 하얼빈시 조선민족사업촉진회 명예회장의 강의를 한 시간 가량 듣고 촬영을 하였다. 중식 후에는 자유시간을 가져 중앙대가의 신화서점과 중앙서점에 들러 관련서적을 구입했다.

저녁 6시에는 이곳의 안중근역사중국지회 장현운 지회장 초청 만찬이 있었다. 화통한 그는 안중근 의사의 업적을 듣고 선뜻 하얼빈 지회를 만들어 안중근 의사 알리기 일을 하고 있는 중국인이다. 한국인이나 조선족이라면 응당 그러할 법도 하지만 외국인이 안중근 의사 알리기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존경스러운 일이다. 그는 안 의사의 생애를 정리한 책을 2만 부 발간하여 중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당시 한국에서도 사업을 시작해 제주도에 1조 천억 원 규모의 큰 호텔을 신축중이라고 한다. 놀이시설까지 갖춘 공원이라니 과연 통 큰 사업가다.

탐방 기간 중 틈을 내어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 회원들은 여순의 일러감옥구지(옛터)박물관 소유의 죄인묘지 구역을 찾았다. 당장이라도 삽을 들고 땅을 파헤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시간여 돌아섰다가 되돌아오길 세 차례나 반복했다. 죄인묘지 위 구역은 공동묘지로 이곳의 어떤 묘는 이장을 했는지 파헤쳐져 있기도 했다. 어수선한 공동묘지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우리의 이런 행동을 아파트 주민이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아마도 신고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오는데 왠 건장한 분이 인사를 건넨다. 손엔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까지 소지하고 있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을 모두 촬영했었을 것이라 짐작되는 상황이다. 수상한 짓이라도 했다면 도굴범으로 꼼짝없이 몰릴 판이다.

우리는 아예 먼저 인터뷰를 시도했고 그도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꺼낸다. 새로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에 안 의사의 동상을 건립하고 광장을 만들고자 했는데 아파트가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곳이 안중근 의사의 매장지역이 맞으며 약 5무(중국식 면적 단위)의 면적 중 이제 3무 정도가 남았다는 이야기인데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저녁에 숙소로 와서 조선족 가이드가 통화를 하니 자신을 공안이 아닌 교육관계자라고 소개했다. 신분이야 속일 수 있는 것인데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떳떳이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신분이 교육관계자인지는 확실치 않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이곳에 서있었다는 것은 평범한 일은 아니다. 중요한 건 그도 이 지역을 안 의사의 유해 매장지로 증언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지역은 중국 내에선 공공연한 안 의사의 매장지역인 셈이다. 흥분할 일도 아니지만 중국인들도 알고 있는 이런 장소를 우리 정부만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생각 같아선 아파트 한 채를 세내어 살면서 이 지역을 집중 연구해보고 싶다.

안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남자
▲ 안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남자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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