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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2008년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 이후 지난 15년간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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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2008년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 이후 지난 15년간의 세월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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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 '안중근 순국 백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2010)에서 밝혀낸 안 의사의 유해 매장 추정지
▲ EBS 다큐 '안중근 순국 백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2010)에서 밝혀낸 안 의사의 유해 매장 추정지

2008년 처음으로 안 의사의 유해발굴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감옥소장의 딸인 이마이 후사코(今井房子) 할머니가 제공한 오정보에 의해 실패로 끝났고 이후 15년이 지나도록 2차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올해의 발굴도 기대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태라 답답하기만 노릇이다. 내가 발족한 ‘안중근의사뼈대찾기사업회’는 창립한 2011년부터 시작해 지난 12년 간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을 하였다. 거리에서 홍보전단지 십만 장을 뿌렸고 한국영상자료원의 극장을 대관해 유해 발굴에 대한 안중근 세미나를 56회 개최하였고 온라인 개최를 포함하여 모두 72회의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그동안 중국을 수차례 방문해 여러 곳을 돌며 유해발굴의 의사 타진을 했었다. 2017년에도 우리는 여순일러감옥 구지박물관을 찾았으나 외교적인 높은 문턱을 다시 한번 실감해야 했다. 이 사안은 일개 박물관 관장이 허락할 사안이 아니다. 적어도 중국의 수뇌부가 결정할 일이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우리 집 식구들은 이제는 격려보다는 걱정이 크다. 미쳐도 제대로 미쳤다지만 이 일을 여기서 그만 둘 수 없는 게 나의 다짐이다.
우리는 우리의 활동을 2011년부터 네이버의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 카페에 자세히 기록을 남기며 소개했다. 그리고 국가보훈처 및 청와대, 외통부를 찾아 매장 추정지를 제보를 하였으나 단 한 차례 건의가 받아들여진 적은 없다. 그들은 단 한 번도 그들이 나를 불러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 정확히 내가 찾아가 만난 것 외에 관심을 보인 공무원들이 없다.

나는 공식적으로 그동안 EBS의 PD였으며 현직 대학교수이고 안중근의사숭모회의 자문위원이다. 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분명한 공인이다. 그럼에도 내게는 중국만큼이나 한국 정부도 문턱이 높다. 그 누구라도 만나 단 10분이라도 면담을 하고 싶은데 그게 불가한 현실이다. 이것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미 안 의사의 유해 발굴 관련 책도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 『돌아오지 못하는 안중근』, 『안중근 연구』(중국어 출간) 등 세 권이나 출간된 상태이다. 이 책들은 이미 청와대에까지 전달되었다. 그러나 잘 받았다는 의례적인 전화연락만 받았다. 그게 민간단체의 한계이다.

2014년에 발간된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찾아라!』
▲ 2014년에 발간된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찾아라!』

이제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안 의사의 매장지를 알고 있으며 GPR(지표투과레이더)조사를 통한 발굴 방법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지금은 2008년처럼 흙을 파고 확인하던 때가 아니다. 과학적 기술의 진보로 레이더 투과 조사로 땅속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이다.

안 의사의 유해가 맞는지에 대한 확인은 4가지의 단서가 있다. 안 의사는 사후 평관에 모셔져 묻혔고 천주교 신자로서 목의 십자가가 우선 증거이다. 이건 GPR로 확인 가능한데 평관에 모신 유해는 많지 않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지 않다. 다른 일반 사형수들은 일본의 전통풍습대로 통관에 앉은 채로 매장되었다.

그리고 함께 매장된 약병 속의 이름도 안 의사인지를 알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이다. 일본인들의 꼼꼼함은 정평 나 있는데 사체에 유리약병 속에 이름을 적어 함께 묻었다. 단지된 약지 손가락은 110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큰 기대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후손과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여야 확실하다.
15년의 세월은 그야말로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짧지만 그래도 긴 세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유해 발굴은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냉정히 말하면 지난 정부는 포기한 듯했다. 국가보훈처 내에 안 의사 유해발굴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이 대외적으로는 했던 일을 들은 바 없다.

그간 아무 일도 추진되지 않았고 관련해 적극적인 그 어떤 노력에 대한 보도가 없었다. 즉 대외적인 일을 했다는 그 어떤 보도를 본 적이 없다. 간담회를 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그뿐이다. 그들이 무엇을 행동으로 옮겼는지에 대한 후속기사를 본 적은 없다. 담당 공무원들은 왜 자신이 월급을 받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안중근 유해가 발굴 안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중근 유해발굴은 위치 파악이 안되어서가 아니라 담당부처인 외교부와 국가보훈부의 무사안일과 담당자들의 복지부동으로 인해 꼬여있는 사안이라서 발굴이 안 되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 매장지는 이미 기록으로 전해오고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지난 15년간 아무런 연락을 못 받고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현실을 보며 이 일에 대한 공무원들의 자세를 보면서도 그들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 없다. 그것은 이 일은 민간단체가 하기에는 너무도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나의 나이만 가능하다면 나라도 국가보훈부의 공무원으로 가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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