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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정부에 고함-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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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정부에 고함-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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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순일러감옥 부근 뒷산 500m 지점에 있는 묘역에 안 의사 묘 추정지에서
▲ 2011년 여순일러감옥 부근 뒷산 500m 지점에 있는 묘역에 안 의사 묘 추정지에서

중국 여순에 있는 여순일러감옥구지(옛터)박물관 부근 뒷산 500m 지점에 있는 묘역에 안 의사 묘 추정지가 있다. 이것은 내가 만들어 2010년 3월 26일에 EBS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안중근 순국 백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곳이 안 의사 유해 매장지임이 맞는 이유는 첫째, 그곳이 병사자, 치사자를 묻은 제1감옥묘지로 안 의사의 순국하셨던 1910년대의 묘지로 조성되었다는 점. 둘째, 그곳을 참배한 여러 명의 참배자가 있으며 또 서로 모르는 그들이 한 지역을 지목하고 있다는 점. 심지어 지도로도 그려져 있다. 셋째, 안 의사 묘라고 나무 묘비가 있었다는 점(신문기사와 증언 등)이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안 의사의 묘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 사유로 여순구청장은 이곳에 감옥묘지터라는 석물을 2001년 설치했다. 단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박물관 전시팀이 그곳의 다루(나무 바구니)의 시체를 박물관 내에 전시하기 위해 이곳의 유해들을 발굴하여 옮겼다는 것이다. 즉 현장이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다루의 시체들을 발굴하며 안 의사의 유해를 발견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여순감옥박물관 전시실에 전시 중인 다루에 담긴 사형수들의 유해
▲ 여순감옥박물관 전시실에 전시 중인 다루에 담긴 사형수들의 유해

확실한 건 그들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안 의사의 유해를 발굴하였다면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을 것이고 어딘가에 모셔두었을 것이다. 그들도 안 의사의 유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그 모든 속내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유해 발굴 사업에 동참하며 함께 유해발굴을 했던 것으로 보아 이미 발굴하였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판단된다. 그들의 손을 타지 않았다면 안 의사의 유해는 그곳에 분명 잠들어 있을 것이다. 설령 훼손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직접 발굴하여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일 뿐이다.

안 의사의 유해를 확인하는 것은 육안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첫째, 다른 죄인들이 관을 사용하지 않고 다루라는 나무 바구니에 담겨져 앉은 채로 묻힌 것과는 달리 안 의사는 침관에 모셔져 누운 채로 매장되었다. 앉은 채 매장된 다른 죄수와 달리 안 의사의 유해는 너무도 구별이 쉽다.

둘째, 안 의사의 왼손 무명지 손가락은 단지가 되어 있다. 이것도 육안으로 쉽게 판별된다. 이것은 시간이 너무 흘러 손가락뼈 자체가 진토 되었을 확률이 높다. 셋째, 어차피 DNA 검사를 하면 금세 판명이 된다. 넷째 관속에 있을 유리약병의 고인의 이름이다. 일제는 사형수의 이름을 써서 유리약병에 담아 함께 매장했다. 이는 당장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이다.

이렇듯 참배자 모두가 공동으로 지목하는 묘역 두 번째 열의 중앙 부분부터 끝부분까지 짧게는 10m에서 길게 잡아도 30m만 파면 유해의 존재 유무는 금방 밝혀진다. 지난 1차 발굴 때 3천여 평을 발굴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발굴 비용이 많이 들 일도 없다.

지금 묘터가 훼손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으로 이곳을 발굴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인근의 아파트 공사장은 점점 확대되어 이곳 묘역을 침범한 현실이다. 안 의사의 유해가 있든 없든 이곳의 발굴은 이루어져야 한다. 해마다 3월 26일의 기일과 10월 26일의 거사일에만 잠시 반짝하는 일회용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 안 의사의 유해발굴 사업이다.

과거 국가보훈처나 외교통상부에 안 의사 묘역을 추적한 나의 다큐멘터리 <안중근 순국 백년, 안의사의 유해를 찾아라!>도 전달하고 모든 상황까지도 전달하였으나 아직 그 어느 곳에서도 가타부타 연락이 없다. 진짜 발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조차도 의문이 든다.

그래서 나는 범시민 운동으로 안 의사의 유해찾기를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국민들의 동참으로 힘을 받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런 국민운동으로 유해가 환국되었을 때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유발할 것이다. 이번 일은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이다. 정부가 나서서 못한 일을 국민이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올해 국가보훈처는 국가보훈부로 승격되었다. 조직의 위상이 커진 만큼 책임 있는 마음가짐으로 자신들의 직무에 충실했으면 한다. 남태평양 어느 곳에 묻힌 사병의 유해까지 발굴하여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미군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그들을 위해 당연한 일이다. 부디 안 의사 유해 발굴과 봉환이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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