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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노후 대책 없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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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노후 대책 없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 장영준 기자
  • 승인 2017.06.21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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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후 대책 없다' 포스터. (사진=서울독립영화제)

 

[한국정경신문=장영준 기자] 처음엔 꽤나 진지할 줄 알았다. 장르가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더욱 그랬다. 게다가 펑크라는 음악을 다룬다니 진지하면서도 재미는 없는 그런 다큐멘터리일 줄 알았다. 그런데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을까. 이토록 신선한 충격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영화 '노후 대책 없다'는 일본에서 열리는 하드코어 펑크 페스티벌에 초대된 밴드의 여정을 따라간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펑크 밴드 '스컴레이드'와 '파인더스팟'이 주인공이다. '과연 펑크란 무엇이고, 펑크로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영화는 던진다. 그러니 펑크를 모른다고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영화 초반부까지는 대체 이 영화가 무얼 말하려는지 알지 못했다. 마치 친구들끼리 모여 장난치듯 찍은 영상들을 모아놓은 듯 조잡한 느낌마저 들었다. 연출도 대본도 없는 다큐멘터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혼란스러웠다. 카메라는 흔들렸고, 이렇다 할 편집점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펑크에 무지한 기자가 보기에 영상 속 주인공들의 음악은 음악이 아닌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느새 '노후 대책 없다'에 빨려들기 시작했다. 특히 잔잔하면서도 발랄한 피아노 반주가 삽입된 부분에서는 예상치 못한 웃음 코드가 녹아 있었다. 영화 내내 이 음악이 반복됐고, 후반부로 가면서 음악 소리만 들려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영상이 아닌 자막만 등장했음에도 이들의 넘치는 위트는 계속됐다.

영화 '노후 대책 없다' 스틸. (사진=서울독립영화제)

 

몰입도를 높여준 건 웃음 코드 뿐만이 아니다. 하드코어 펑크라는 음악을 하는 이들의 삶 역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집중하게 만들었다. '돈도 되지 않는 음악에 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매달리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나서야 이들이 그토록 음악에 매달리는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

그들에게 음악은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창구다. 영화와 동명의 곡 '노후 대책 없다'에는 '공부하고 스펙 쌓고 취직하고 그러다 죽는' '호걸을 건드리면 관아는 잿더미가 된다'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사회 부조리에 날을 세운 음악으로 이들은 투쟁한다. 이들 뿐 아니라, 일본 펑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많은 밴드가 이런 식으로 세상에 일침을 날린다.

그렇다고 단지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파인더스팟의 기타리스트 심지훈은 각종 집회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 때문에 여전히 벌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영화는 이런 그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담아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러닝타임이 끝난 뒤 그제서야 왜 이 영화가 '서울독립영화제2016'에서 대상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당초 일본 공연 실황을 담은 DVD로 제작할 계획이었다"는 이동우 감독의 의도와 달리 한편의 독립 다큐멘터리라는 영화가 됐지만, 그래서 더 신선했고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라는 반응이 나올법 하지 않은가.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오는 6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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