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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기획-'표해록'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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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기획-'표해록' ②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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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파시 희망소학교 교정에 서있는 최부 표류 사적비
▲ 중국 영파시 희망소학교 교정에 서있는 최부 표류 사적비

전편에 이어 조선시대 선비 최부의 중국 표류기 다큐멘터리인 <표해록>의 기획안을 소개한다.

<표해록(漂海錄)>의 의미

1. 중국을 자세히 소개하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하멜의 <하멜표류기>는 유명한 세계 여행기이다. 이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여행기는 500년 전 조선의 선비 최부의 <표해록>이다. <표해록>은 최부가 중국에 표류되었을 때의 149일 동안의 체험을 상세하게 기록한 최고의 중국 견문기로, 통신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의 중국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정보의 보물창고이다.

조선시대 중국과의 교류는 사신왕래를 통한 것이 유일했으며, 사신왕래는 북경에 한정되어 북경 이외의 중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부가 중국의 절강성에 표류하여 절강성에서부터 북경까지, 그리고 다시 북경에서 조선과 중국의 국경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하면서 당시 알기 어렵던 중국 강남 지방의 풍물과 경제 등 다양한 정보를 <표해록>에서 다루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1487년 당시 명나라(중국) 연안의 해로(海路)·기후·산천·도로·관부(官府)·풍속·군사·교통·도회지 풍경 등이며, 특히 경제적 효율성에 대하여 심도 있게 서술하였고, 운하의 제방수문(堤防水門)에 대한 기록과 수문의 비문 내용은 중국 운하사(運河史)의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차(水車:踏車)의 제작과 이용법은 뒤에 충청도 지방의 가뭄 때 이를 사용케 하여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내용은 당시 다른 곳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내용이다.

2.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고난을 이기고 돌아오다

<표해록>은 최부와 42명의 일행이 겪은 고난과 역경, 그리고 중국의 풍물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표류기의 백미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중국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여행기로서의 뛰어난 문학성에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풍랑을 겪으며, 해적을 만나고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함께 표류한 사람 중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 최부의 지도력이다. 당시 34세의 청년 관리 최부의 조선 관리로서의 뛰어난 지도력과 자부심을 보여주고 있다.

3. 동아시아 교류의 역사를 이어가다

<표해록>에는 중국의 수차(水車:踏車)의 제작과 이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최부는 이 수차를 본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에 돌아와서 충청도 지방에 가뭄이 들었을 때 수차를 사용하게 해서 당시 백성들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표해록>은 조선시대에 이미 일본에 번역되어 소개될 만큼 당시 최고의 중국 정보의 보고로 손꼽혔으며, 뛰어난 문학성으로 인해 일본에서 상업 출판을 가능하게 하기도 했다.

조선 선비의 표류 기록은 중국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것은 번역되어 일본에 소개되기도 하는 등, 당시 동아시아 삼국의 교류와 소통에 큰 역할을 하였다. 최부 자신도 149일간의 중국 기록을 <표해록>으로 남기며 일찍이 세계화에 눈을 뜨고 조선에 세계화 정신을 심었다.

최부가 처음 도착한 곳 영파시에는 현재 최부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영파시의 희망초등학교 교재에는 최부의 <표해록>을 2페이지 가량 소개하고 있다. 500년 전 조선 사람의 우연한 표류는 긴 시간을 넘어 지금도 동아시아 교류의 한 힘이 되고 있다.

◆ 주요내용

▲ 조선 관리로서의 최부

당시 엘리트 관료로서 목숨을 걸고 가야 할 만큼 가는 길이 힘든 제주도에 재임하여 맡은 일을 충실히 하고, 배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면서도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도록 지도력을 발휘하였으며, 중국 황제와의 알현에 있어서도 당당하게 조선의 격식을 주장한 최부의 관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 효자로서의 최부

제주도에서 부친상의 소식을 듣고 급히 고향 나주로 떠나려 할 때, 날씨가 험해 사람들이 배 띄우기를 만류하지만, 아버지를 잃은 아들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띄운다. 표류하는 동안에도 상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으며 아버지 상을 치르지 못한 괴로움,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 중국에 대한 최고의 정보

당시 뱃길로 가보지 못한 중국의 절강성에 도착하고 난 후 황제를 만나기 위해 북경까지 가게 되는 동안 그 여정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한 최부. 그 작품에는 그가 지나온 중국 땅의 지세와 물길을 이용한 제도, 중국 사람의 살림살이와 옷차림새, 인정과 풍속, 기후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 역경을 이겨내는 인간 승리의 정신

귤 한 상자와 술 두 병. 43명의 사람들이 13일 동안 거대한 태풍을 만난 배 안에서 버텨야 하는 식량의 전부이다. 귤 한 조각, 술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고 골고루 나눠 먹으며 목숨을 이어가고, 중국에 도착한 후에는 왜구로 오해받아 목숨이 위태로웠으며, 섬에서는 해적을 만났다. 149일 동안 삶과 죽음의 길을 오가며 조국으로의 무사귀환을 이루어낸 최부의 인간 승리의 정신이 돋보인다.

▲ 뛰어난 문학성

<표해록>에는 최부와 그 일행 42명의 여정이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으며, 중국 자연 경관과 운하의 모습, 사람들의 사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한 사람의 표류기록이지만, 한 사람의 체험을 넘어 500년이 지난 후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되어 감동을 일으킬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하멜의 <하멜 표류기>와 함께 3대 여행기라고도 손꼽히는 <표해록>은 뛰어난 문학성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주요 촬영지

최부의 고향인 전남 나주, 최부의 부임지 제주도, 중국 절강성 영파시, 양자강, 회화, 소흥, 항주, 소주, 북경, 난하, 산해관, 광녕, 요동, 압록강, 서울 등이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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