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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명의'에 대한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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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명의'에 대한 나의 생각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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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메디컬 다큐 '명의' 타이틀
▲ EBS 메디컬 다큐 '명의' 타이틀

변신은 무죄라고 했는데 <명의>가 2007년 3월부터 첫 방송하여 내가 연출을 맡았던 2011년에 4년 때에도 주변에서 말들이 무성하다. 즉 변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인데 180여 편을 내보낸 상황이기 때문에 '명의'가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느냐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명의>는 방송되고 있다. 물론 두 번 이상 소개되는 명의도 존재한다.

의사를 주인공으로 하던 <명의>가 방송되던 즈음 mbc는 <닥터스>라는 방송을 시작했고 환자들을 주인공으로 하였다. 두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의학을 다루고 있는데 <명의>가 주인공 의사를 통해 질병과의 전쟁을 한다면 <닥터스>는 질병과 싸우는 환자를 중심으로 질병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명의>만이 처음의 기획의도대로 제작되고 있다. 2011년에도 <명의>는 계속 양산되는 '명의'의 숫자로 인해 문제점에 봉착했다. 사실 한국의 전문의 숫자가 10만여 명을 헤아리기 때문에 천 여 명까지는 소개되어도 무난할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명의'의 숫자도 충분하고 계속 같은 포맷을 유지하며 제작되어도 괜찮다는 것이 시청자나 제작진의 의견일 수 있지만 당시 편성팀의 생각은 다르다. 프로그램은 끝없이 변신하는 것이고 제 아무리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라도 바꿀 수 있으면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변화는 발전을 의미하고 그래서 변화는 새로움을 주며 다른 세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건강클리닉>으로 방송할 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각기 다른 소재로 풀었었다. 홍혜걸, 이지희 MC의 진행으로 기본적으로 꼭지 구성을 하여 메인꼭지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질환인 암이라든가 계절별 질환을 다루었다. 이렇게 다루다가 각 요일별로 특성화시켜 다루었다. 즉, 수요일 꼭지는 정신건강을 다루고, 목요일은 한방을 다루며, 금요일은 대체의학을 다루는 식이다.

모든 요일의 마지막 꼭지는 운동과 스포츠를 소개하며 끝이 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지루할 틈도 없고 30분이 금방 지나간다. 이런 종합구성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의학정보를 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은 심도 있는 질환 소개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우리집 주치의> 등의 프로그램으로 유지되다가 결국은 한 질환을 소개하는 50분 풀 다큐멘터리 <명의>가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연출을 맡았던 초반기 4년 동안은 잘 방송되었다.

변신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변신을 생각해본다. 첫째,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전문과를 소개한다. 아직도 소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소개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 있다. '명의'라고 부를 수 있냐는 문제부터 극적 구성이 안 되고 소개하기가 모호한 점이 많겠지만 어쨌든 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방사선과, 마취과, 임상병리학과, 법의학과, 재활의학과, 수의학과 등이다. 때에 따라서는 지금 <명의>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타이틀만 갖고 평가되지 않게끔 새로운 타이틀의 작명도 필요하다.

둘째, 첨예한 문제이긴 하지만 '한방' 의학을 다루어 보는 것이다. '양방'만을 다루면서 간과했던 한방의학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인데 이미 한의과 대학이 열몇 개교가 있는 상황에서 별 무리가 없을 듯하나 양방 측의 반대가 거셀 수 있다. 또 추상적인 면이 많아 영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으나 이것은 PD들이 해결하고 도전해야 할 몫이다.

셋째로 <명의>들의 전문 질환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례를 환자에서 연구 위주로 바꾸어 소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보다 섭외며 스터디가 훨씬 어려울 수 있는 문제이다. 과연 우리가 원하는 기준치에 맞추어 소개될 명의가 몇이나 되겠냐는 문제도 안고 있다. 단순히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라기보다는 연구자, 과학자의 개념인데 한 번에 포맷대로 바꿀 수는 없고 한두 명 소개하며 점차 늘려나가는 방법을 택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시술하는 프론티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의료기기나 기구, 재활보조기구, 제약 등도 포함된다. 그럴 때 공대 교수나 약대 교수 또 전혀 다른 전공 교수가 나오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일 수 있다.

결국 새롭게 작명되는 타이틀은 이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 단 <명의>라는 타이틀은 포기할 수 없는 제목이다. 지금도 타 방송사에서는 <신 명의열전> 등의 이름을 차용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명의> 타이틀을 놓아버리는 순간 타방송이 쓸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그래서 타이틀을 바꾼다면 <명의>를 존속시키는 선에서 수식어를 붙이는 정도가 어떨까? 아니면 아예 <의학>이라는 제목을 생각해본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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