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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조용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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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조용원 배우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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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용 감독의 '고속도로'(1987)
▲ 이두용 감독의 '고속도로'(1987)

1967년생인 조용원은 연기자로서는 불운한 여배우이다. 1983년 우진필름에서 제작한 선우완 감독의 <신입사원 얄개>로 데뷔했는데 같은 회사에서 제작한 고영남 감독의 <내가 마지막 본 흥남>이 먼저 개봉되었다. <신입사원 얄개>에서는 개구장이 이승현의 가슴을 설레게 한 여직원 '준희'역을 맡았는데 당시 강수연 배우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인 여고 2년생이었다.

그녀는 미스 롯데로 선발되며 자연스럽게 영화계 데뷔를 했다. 앳되고 가녀린 이미지와 달리 그녀는 당찼다. 중학교 때에도 걸스카우트 대장을 지낸 활달한 소녀였다. 그리고 숙성한 몸매와 뛰어난 미모로 본인 나이보다 위였던 ‘준희’ 역할을 잘 소화해 내었다.

그녀의 곁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그리 고운 딸의 보디가드를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었던 까닭일 것이다. 당시 조용원은 숫기는 없었던 어린 여학생이었다. 당시 나는 그 영화의 연출부였는데 목욕 장면이 기억난다. 여장까지 하며 한방에 들어온 이승현의 눈길을 섹시한 몸매로 끌어야 하는데 온 몸을 속옷이란 속옷은 다 껴입어 섹시함을 연출하기엔 너무도 아니었다. 옷을 좀 벗을 것을 요구하는 선우완 감독의 주문에도 고집을 굽히지 않아 선우완 감독이 그냥 양보하고 넘어갔다. 조용원은 하명중 감독의 <땡볕>(1984)에서 일제강점기의 순진한 아낙네 순이 역을 맡아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그녀의 연기력이 꽃을 피운듯했다.

그녀는 똑똑한 여학생이었다고 기억된다. 대사하는 것과 연기하는 것 모두 야무졌다. 그녀는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지망한다고 했고 1985년 27기생으로 당당히 입학하여 나의 후배가 되었다. 27기엔 유난히 연예인이 많은데 조용원 외에 박중훈, 김희애, 전인화, 변우민 등이 있다.

그녀는 임권택 감독의 <흐르는 강물을 누가 막으랴>(1984), 이원세 감독의 <여왕벌>(1986), 이형표 감독의 <먼 여행 긴 터널>(1987), 이두용 감독의 <고속도로>(1987)를 찍는다. 그렇게 바쁜 활동을 펼쳤는데 어느 날 밤샘 촬영 후 귀경길에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다. 여배우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얼굴에 상처를 입고 그녀는 치료를 받았지만 당시의 성형기술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그렇다고 보기 흉할 정도의 상처는 아니고 왼쪽 눈가 밑에 작은 상처로 화장으로 얼마든지 커버될 수 있는 정도이다. 그녀는 일본 유학길에 올라 와세다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귀국 후 TV 드라마 등에 출연했지만 별로 인상적이진 못했다.

EBS에서 <시네마 천국>을 차분히 진행하기도 했는데 얼마 후 잡지사를 만들어 「시네버스」라는 영화주간지를 창간했다. 그녀는 기차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서비스 사업을 기획하며 내게도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후배들도 그녀를 도와 잘 나가는 듯 했는데 결국 잘 안 풀렸고 그만 잡지사도 문을 닫았다.

여배우의 나이를 말하는 것이 뭣하긴 하지만 그녀도 이미 쉰을 넘긴지 오래이다. 미처 꽃 피우지 못한 이지적이면서도 야무진 그녀의 연기를 다시 보고 싶다. 지금은 은퇴하여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가 언젠가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해 본다.

임권택 감독의 '흐르는 강물을 누가 막으랴'(1984)
▲ 임권택 감독의 '흐르는 강물을 누가 막으랴'(1984)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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