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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최동균 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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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최동균 탤런트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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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봄에 산행을 마치고 동문 체육대회에서 최동균 배우 
▲ 2006년 봄에 산행을 마치고 동문 체육대회에서 최동균 배우 

나는 최동균 탤런트를 옆에서 쭉 지켜보았고 함께 몇 편의 드라마도 찍었다. 최 탤런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72학번이고 내가 입학시험 보러갔을 때 탤런트 1차 시험에 합격했다고 그 특유의 껄껄대는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삼수 끝에 1978년에야 그 어려운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다.

어쨌든 그의 시작은 좋았다. KBS 드라마 <역사의 강>에 출연하고 <실화극장>의 단골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KBS의 독고성 소리를 들을 만 했다. 그리고 개성파 연기자로 약방의 감초처럼 이런저런 드라마에서 얼굴을 보였다. 그러나 일이라는 것이 몰리는 때가 있고 한가한 때가 있다.

그가 한번은 <백분쇼>에 출연했었는데 홍수환의 동생 홍수철과의 권투시합이 녹화중계되었다. 가수와 탤런트간의 권투 시합이었는데 참 기발한 기획이다. 최동균은 권투를 해보지는 않았으나 가장 권투를 잘 할 것 같은 탤런트로 뽑혀 나간 것이다. 아니면 샌드백을 진짜로 두드리며 운동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공은 울리고 시합은 시작됐는데 홍수철은 제법 운동을 했던 티가 났고 최동균은 동네 싸움식이었다. 그는 담배에 술에 촬영으로 컨디션이 최악이었지만 선배라는 이름의 오기와 깡으로 끝까지 버텨냈고 라운드가 계속될수록 때로는 우세한 경기로 이끌어 갔다. 원래 우격다짐이 아마추어끼리에서는 통하는 법이다.

이런 경기 후에 그의 이미지는 악역배우 독고성의 이미지로 확실히 굳혀졌다. 그러나 당시 그런 이미지로는 국영방송의 드라마에서 맡을 수 있는 배역에 한계가 있었다. 이영국 PD의 <무풍지대>에서 도끼를 들고 설쳐대는 역은 힘 좀 빼고 하라 할 정도로 물 만난 고기처럼 열연을 하였다. 주인공인 나한일 보다 더 무풍지대의 진면목을 보여준 그였다.

2018년 9월, 명동에서 분수대 통과하기 게임 중
▲ 2018년 9월, 명동에서 분수대 통과하기 게임 중

이후 그에게 돌아오는 역은 술주정뱅이, 알콜 중독자, 도박꾼, 그것도 모자라 화투판에서삥땅 뜯는 역할까지 온갖 밑바닥 인생이었다. 나와 같이 일할 때도 <한국의 귀신>에서 귀신에게 홀려 정신 못 차리는 선비 역, <도깨비>에서 도깨비 역할 아니면 <까치까치 설날은>에서는 주인공 잡으러 오는 저승사자 역 등이었다. 하여튼 누구도 맡기 싫어하는 역은 도맡아 해낸 것 같다.

자부심 가지고 연기생활을 하지만 왜 나한테 오는 역은 모두 이 모양인가 투덜거릴 만도 한데 한 번도 배역 때문에 뭐라고 하는 소리를 듣지는 못했다. 단 건강이 안 좋아서 부득이 못한 경우는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PD수첩에서 지워진 듯 섭외가 그쳤다.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많은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왜 배역이 없을까? 그가 그렇게 대사를 못할까? 연기자 생활 30년인데 그럴 리 없고 울렁증이 있다지만 그것도 옛날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예전에 초상집에서 깽판 꽤나 부린 후유증일까? 그것도 옛날이야기인 게 금주한다고 사방에 소문 나있다. 그는 차라리 맘 편하게 살고 있다. 영등포 집에서 나오는 월세로 아쉬울 것 없이 맘 비우고 사는 그가 오히려 부러울 지경이다. 그는 출연 얘기는 한 마디도 없이 산을 오르내리며 도인처럼 살고 있다.

그러더니 처갓집이 있는 통영으로 이사하여 잘 살고 있다. 2021년 2월, 그가 생각나 불현듯 통영을 찾았으나 그를 만나지는 못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연락이 끊긴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인생사 인기와 돈이 최고도 아니거니와 새옹지마라고 곧 좋은 소식을 전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동균이형, 화이팅!!!”

2021년 2월, 통영의 소매물도에서
▲ 2021년 2월, 통영의 소매물도에서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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