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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수원의 영화감독 삼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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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수원의 영화감독 삼인방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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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수원지부 총회를 마치고 왼쪽이 곽재용, 오른쪽이 장현수 감독
▲ 2019년 2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수원지부 총회를 마치고 왼쪽이 곽재용, 오른쪽이 장현수 감독

수원이 배출한 후배 감독들 이야기이다. 내가 중앙대 영화전공학생 때이다. 제대하고 복교를 하니 새내기들이 입학하여 있었다. 풋풋한 학생들 가운데 눈에 띄는 후배가 민병관이었다. 부리부리한 두 눈이 일을 낼 느낌이다. 태권도를 해서 일까? 더 믿음직스러웠다. 집은 수원이라고 했다. 나와 영화 이야기 꽤나 했다.

아, 그 때 우리는 UCLA영화과 출신인 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처럼 금방 될 것 같았다. <대부>도 만들고 <지옥의 묵시록>도 만들 것 같았다. 카메라를 들고 흑석동 캠퍼스를 세트장 삼아 “레디~ 고!”를 외쳤다. 민병관은 믿음직스러운 후배였다. 수업도 빼먹고 현장에서 나를 도왔다.

그와 같은 학번의 장현수가 있다. 지성적인 외모에 별로 말은 없지만 내겐 살갑게 굴었다. 이 친구 역시 한 껀 할 친구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를 졸업하고 영화아카데미를 다니더니 <걸어서 하늘까지>로 데뷔하고 <남자의 향기>, <본 투 킬> 등의 영화로 충무로에서 제일 잘 나가는 감독이 되었다. <라이방>을 마지막으로 신작을 구상 중인데 공백기가 조금 길다.

어느날 민병관이 고등학교 동기동창라고 좀 투박하게 생긴 제 친구를 데려왔다. 곽재용이다. 경희대 물리학과를 다닌다는데 영화를 배우고 싶다고 한다. 그러더니 이소룡 이야기를 꺼낸다. 무술도 제법한 듯 액션도 할 줄 알았다. 어디에선가 있었던 활극이야기도 펼쳐놓았다. 자기 집에 가서 부모님을 설득시켜달라고 해서 후배의 집에 가서 부모님을 뵙고 오기도 했다. 아버님을 만나 설득을 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 아버지의 생각은 괜히 영화한다고 고생하지 말라는 뜻이었을 텐데 곽재용은 기어코 영화감독을 해내고야 말았다. 한국청소년영화제에서 내가 이정국 감독과 함께 특별상을 받았을 때 그는 <선생님 그리기>로 우수상을 받았다. 물론 나나 이정국 감독이나 이미 이 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았었다.

곽 감독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라는 영화로 이름을 알리더니 <가을여행>으로 유명감독이 되었다. 당시 흥행감독이던 배창호 감독의 기세를 누를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러더니 슬럼프가 있었고 이후 절치부심하여 만든 <엽기적인 그녀>로 그는 적어도 아시아권 감독이 되었다. 이 세 명은 내가 꼽는 수원의 영화감독 삼인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출중했던 민병관 감독은 아깝게도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시나리오도 잘 쓰고 이두용 감독의 조감독을 거쳐 충무로에서 조감독 인기 1순위, 감독 데뷔 1순위로 꼽혔던 사람 좋은 민병관. 하느님은 좋은 사람부터 데려간다고 했나? 젊디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난 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

미래를 기대하기에 살아있음은 진정으로 행복한 일이다. 왼쪽부터 장현수 감독과 곽재용 감독
▲ 미래를 기대하기에 살아있음은 진정으로 행복한 일이다. 왼쪽부터 장현수 감독과 곽재용 감독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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