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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백윤식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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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백윤식 배우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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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의 감독의 영화 '산상수훈(2017)'의 시사회에서 만난 백윤식 배우(오른쪽)
▲ 유영의 감독의 영화 '산상수훈(2017)'의 시사회에서 만난 백윤식 배우(오른쪽)

지금은 백윤식 배우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그 비결은 끊임없는 자기관리이다. 지금도 체육관에서 3시간 이상 운동하며 체력관리를 하고 있으며 각종 콘텐츠를 접하며 감각을 잃지 않으려 한다. 나도 그 나이에 그럴 수 있을까? 분발해 본다.

1967년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9기생으로 입학해 23살 때인 1970년 KBS 탤런트 9기생으로 들어가 1972년도 <꿈나무>란 KBS 고교생 드라마에서 하명중, 한혜숙과 함께 청춘의 아이돌로 출연하며 청소년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들이 연기한 고교생들의 문제와 갈등은 다음날이면 교실에서 화제가 되곤 했다.

그는 30년이 넘게 주로 KBS 드라마에서 그의 독특한 캐릭터로 활동해 왔다. 그는 미남자 이면서도 광적인 연기파로 알려져 왔는데 TV에선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배우였다. 아무래도 대형화면이 어울리는 배우인 셈이다. 신일룡 배우와 으로1947년생인 그는 남들이 활동을 멈출 무렵 그의 연기 인생이 만개했다.

아직도 진행 중인 그의 연기인생은 분명 남다른 면이 있다. 고만고만한 연기자로 채워진 영화 속에서 그가 등장하면 영화의 중심이 잡히며 쐐기를 박아준다고 할까? 어른 없는 이 시대에 어른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반가운 현상이다. 부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자로서 그의 끝없는 활약을 기대해 본다.

그의 TV 출연작을 보면 KBS의 <파랑새는 있다>, <TV 문학관>, <압구정 종갓집> 그리고 타 방송사의 사극 등이 떠오른다. 그는 다른 역도 잘하지만 특히 잘 맞는 역이 있다. 바로 사기꾼 역할이다. 아마도 1987년 <TV문학관- 백치의 달>부터 시작해 1994년 <서울의 달>을 거쳐 1997년 <파랑새는 있다> 까지 갖가지 사기꾼으로 모습으로 우리와 친숙해졌다.

사기꾼 경력 30년째이니 이제 백윤식 배우 하면 능글능글한 사기꾼, 능수능난한 사기꾼의 사부님으로 꼽힌다. 아마도 한국 제일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말이다. 일찍이 폴뉴먼, 로버트 레드포드가 <스팅>에서 사기꾼 역을 했었지만 백 배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과연 사기꾼 종목 하나만으로 지금의 인기를 끌을 수 있을까? 그가 맡은 역할이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그것 만은 아닐 것이다.

우유부단하면서도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우리시대의 소시민 역할에서부터 흉칙한 외계인의 역할까지 그 어느 것이든 자유자재로 소화해 내는 그의 타고난 연기력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의 주요출연작 중에서 <TV문학관- 백치의 달>을 조연출 때 그와 함께 했었다. 윤흥길 원작소설을 영화평론가 정일몽 씨가 각색한 <백치의 달>은 우리사회에 팽배한 배금주의와 요행심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토지사기꾼의 좌절된 사기극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영무 역을 맡은 그는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도 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남의 돈으로 아파트를 지어 치부해 보려다가 도리어 사기꾼들에게 당하는 청년 역이었다. 그때 그의 사기성(?)을 이미 점쳤었는데 36년이 지난 지금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떠오르는 최고의 배우가 됐다. <지구를 지켜라>, <그때 그사람들>, <범죄의 재구성>, <싸움의 기술>, <천하장사 마돈나>, <타짜>, 그리고 <내부자들>에 이르기 까지 쉴 틈 없이 화제작에 그가 나오고 있다.

그가 나오면 흥행에 성공한다는 데 그는 이미 1974년 임원식 감독의 <멋진 사나이들>에서 꽃미남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선보였었다. 이제 40년이 지난 지금 후배들 밖에 없을 젊은 영화현장에서 그는 외로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누구도 예견치 못했던 신화를 만들어 낸 백 배우. 그의 성공기는 세계영화사에서도 드문 케이스이다.

한국에서 가장 낮은 옥타브로 대사할 때 가장 파워풀한 그는 그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탁월한 대사전달력과 제 나이로 보기 힘든 그의 마스크는 그저 그만의 깊은 내공으로 유추해볼 뿐이다. “역시 백윤식이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백 배우의 명연기가 빛을 내면서 한국영화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백윤식 배우는 2019년에 만났을 때 촬영 현장이 과거와 많이 바뀌었다며 현장이야기를 소개했다. 과거 2~3년 전 한국영화 평균제작비가 40억 원이었는데 8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법제화되고 최저임금이 도입되며 제작비가 60~70억 원으로 급상승하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밤새며 촬영하던 것은 꿈꿀 수도 없는 시대를 맞아 할리우드 시스템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관람요금 인상은 불 보듯 뻔하다. 그래도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나의 생각이다. 과거의 저임금 시스템도 바뀌고 영화를 해서도 생활이 가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아들 백도빈도 한국영화계의 기린아로 무럭무럭 커나가고 있다. 그의 차남인 백서빈 역시 내가 프로덕션 슈퍼바이저를 맡았던 영화 <산상수훈>의 주인공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2017년 출연작인 '반드시 잡는다'. 사진출처=㈜에이디사공육
▲ 2017년 출연작인 '반드시 잡는다'. 사진출처=㈜에이디사공육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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