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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김수용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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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김수용 PD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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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봄, 우리는 용산극장 앞에서 찬바람과 마주하며 커메라를 돌렸다.
▲ 1980년 봄, 우리는 용산극장 앞에서 찬바람과 마주하며 커메라를 돌렸다.

대학시절 <동춘>이나 무술실험영화 <공>을 공동 촬영해준 대학 동기를 20여 년 만에 만났다. 그를 동대입구역에서 만나 남산 둘레길을 걸으며 정담을 나누었다. 그는 캐나다 뱅쿠버로 이민 가서 방송 PD로 근무 중이다. 만날 당시에도 PD로 근무하였는데 그곳은 65세에가 정년이라고 한다. 참고로 나는 58세에 정년퇴임했다. 58세라면 대표작을 양산할 수 있는 나이이다.

그는 졸업 후 충무로에서 이황림 감독 문하에서 일을 하였다. 그리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수학 후 프랑스 유학을 가서 7년간 공부하며 영화학 박사를 취득하고 C대에서 잠시 근무하기도 했다. 교수는 아니고 교직원으로 총장 비서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수 채용을 두고 벌어지는 여러 비리를 보고 더는 못 있겠다고 나온 그이다.

그는 한때 광화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프로덕션에서 2002년까지 프로그램 제작을 했다. 그가 프로덕션에서 일한다고 EBS로 날 찾아온 적이 있다. 얼마나 일이 피곤한지 광화문 사거리 차속에서 잠이 들어 다른 차들의 경적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고 할 정도였다는데 그는 이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듯하다. 한동안 소식이 없어서 그의 광화문 사무실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그가 월드컵 프로그램 제작에서 3D를 선보이자 캐나다에서 온 제작국장이 스카우트 제의를 하여 캐나다 이민을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내 또래 많은 이들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도 그렇게 한국을 떠났다. 그런데 부인은 수도권 대학의 교수이기에 주말부부가 아니라 생이별을 하여 지구 이쪽과 저쪽에서 살게 됐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 '이소룡 평전'을 받아든 김수용 PD는 연신 옛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 '이소룡 평전'을 받아든 김수용 PD는 연신 옛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를 동기생 단톡방에서 소식을 주고받다가 드디어 귀국을 하고 남산 산행길에서 만났다. 거의 40여 년 만에 만남이다. 내가 선물로 『이소룡 평전』을 전달하자 쌍절곤 돌리던 옛날 생각이 나는지 연신 싱글거리며 옛 이야기에 빠졌다. 그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는 장철 감독의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이다. 그만큼 우리 세대에게 장철 감독의 영화는 인상적이었다.

그는 프랑스 유학시절인 1988년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이두용 감독의 통역을 맡기도 했다. 이두용 감독은 198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피막>으로 특별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감독이 되었다. 이두용 감독은 칸국제영화제에 강수연의 출연작 <업(카르마)>로 참석했다고 한다.

좋은 시절에 태어났더라면 영화감독도 하고 부부 생이별도 안했을 그인데 그래도 현실에 적응하며 버텨낸 의지의 한국인이다. 그는 해외에서 PD생활을 했던 특별하며 자랑스러운 동기생이다. 우리는 충무로 파주옥에서 식사 후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고 그가 다시 귀국하여야 만날 수 있다.

보고 싶은 친구 수용아 “얼른 보자~~”
▲ 보고 싶은 친구 수용아 “얼른 보자~~”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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