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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유영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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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유영호 감독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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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월, 끼사랑 산악회 우면산 등산에 함께한 유영호 감독
▲ 2008년 1월, 끼사랑 산악회 우면산 등산에 함께한 유영호 감독

이 땅에서 감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유영호 감독은 나의 대학 1년 후배로 함께 대학을 다니고 중앙영화사에서도 함께 근무를 하였다. 그는 재학시절부터 유망주로 연극연출을 전공했다. 대학 입학 후 실험극단에서 연구생 생활을 시작으로 명동의 예술극장에서 올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공연에 참가하였다. 당연히 대사가 없는 단역이었다.

학교에서는 단막극의 연출을 하였고 군 생활 후 흑석동 캠퍼스의 루이스 홀에서 <한 여름밤의 꿈>을 연출하였다. 그 때 지도교수는 이원경 교수는 너무도 열성적이고 정열적인 분이었다. 실험극단에서의 마지막 작품은 고 김동훈 대표가 연출한 <블라드 낫>에서 조연출을 맡았다. 이 때의 주인공은 전무송과 서인석 선배였다.

학교에서는 장윤환 작 <색시공>을 연출했고, 2학기에는 <그린 줄리아>를 연출했다. 그리고, 15기 이경록 선배와 이화여대 불문과에서 몰리에르의 <여학사들>을 공동연출했다. 1981년에는 학교에서 아돌프 가드 작 <아일랜드>를 연출했다. 이것은 인천의 돌체소극장에서도 근 한 달간 공연을 했다. 그리고 졸업 작품으로 세익스피어의 환타지 연극인 <한 여름 밤의 꿈>을 연출했다.

졸업하고, 이응우 교수의 소개로 국립영화제작소의 김항원 선배를 만나, 조감독 대타로 기용되어 나름 열심히 했지만, 직원으로 채용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다시 이응우 교수의 소개로 당시 KBS 기획제작실 전국일주 팀의 박영호 PD를 소개 받아 <전국은 지금>에 AD로 합류한다.

그런데 86아시안게임으로 공채직원을 엄청 뽑는 바람에 KBS에서의 생활 4년을 끝내야 했다. 작가라도 하라는 얘기를 접고 본격적인 다큐멘터리를 하기위해 중앙영화사에 입사해 문화영화 감독이 되었다. 중앙영화사에서는 KBS TV문학관 시리즈로 윤흥길 원작, 박태원 연출의 <백치의 달>, 박범신 원작, 박태원 연출 <우리들의 뜨거운 노래>, 이청준 원작, 박태원 연출 <줄>의 조연출을 거쳐 철도청, 충남도청, 서울대병원 홍보영상, 88올림픽 사격 기록영상 감독을 했다.

그리고 동기 박형철과 함께 방배동에 프로덕션 ‘씨네뱅크’를 차려 독립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프로덕션은 잘 안풀렸다. 그를 통해 한국 다큐멘터리 감독의 험난한 역사를 읽을 수 있다. 다큐 감독이라는 것은 사실 영광의 가시밭길이다. 일을 따와도 촬영지가 전국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떠돌이 생활이다. 짧게는 수 개월간 촬영을 해온 필름을 다듬어 한 편을 난산해내면 또 지방을 떠도는 그런 생활의 연속이다.

당시엔 비포장도로도 많았다. 내 기억에도 광양까지 가는 데만 6~7시간을 시달리고 나면 아무 생각도 없고 도착하면 온 몸이 욱신거렸다. 다큐 촬영지는 왜 이리도 멀리 떨어져 있는지 길 위의 인생이다. 그나마 일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극영화 한 편은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다큐는 끊임없는 촬영의 연속이다. 찍어도 찍어도 끝이 없는 것이 다큐이다. 동시에 여러 편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촬영기간도 보통 일 년이다.

그런 험난한 다큐 영화 제작은 그래서 땀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것에 비하면 2주일에 한 편씩 만들던 방송 다큐는 그야말로 공장에서 벽돌 찍기일 수 있다. 그는 타고난 끼와 노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개척하였다. 10여 년간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출하며 작품연보를 쌓은 그는 1992년 서울시의 공보관실 감독이 되었다.

서울시청 공보관실은 출입기자실 보도업무와 홍보업무를 담당한 부서이다. 재직 18년 동안 홍보담당관 영상홍보팀장으로서 서울시정 기록영상, 케이블 방송용 주간영상물 <안녕하세요 서울입니다> 와 광고용 영상을 제작했고 서울시홍보대사 안성기, 조용필, 강타, 보아 등 당시 대한민국 대표 연예인을 선정했다. 24대 이해원 시장을 시작으로 이원종,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시장까지 열한 분의 시장을 모셨다.

유인촌 장관 시절에 최치림 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공연예술센터에 자리를 옮겨 3년을 근무하고, 자유극단에 입단해 기획실 차장으로 기획업무 담당했다. 2015년 5월에는 명창 안숙선의 <심청가>, 김성녀의 <벽속의 요정>, 박정자의 <영 이별 영영 이별>, 손숙의 <나의 가장 나종 지니 인 것>을 묶은 제1회 모노드라마페스티벌을 광주시 남한산성아트홀에서 공연했다. 2017년에 「극단자유 50년사」를 엮었고 <그 여자 사람 잡네>를 기념공연했다.

극단을 퇴임 후에는 유튜버로 활동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조선왕릉이 40기(왕비릉 포함) 중 25기를 <또 하나의 궁궐, 조선왕릉>이라는 타이틀로 제작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왕릉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과 삭막한 도시에서 문화적, 환경적으로 숨 쉴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다큐이다.

나와는 동료로서 함께 근무를 하였고 산악회 활동까지도 함께 하니 평생 친구이다. 끼사랑산악회 회장도 이어서 활동하였으니 보통 인연이 아니다. 올해에도 그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 2023년 3월 한양도성길 낙산구간 산행 후 함께한 유영호 감독(사진 왼쪽부터 세번째)
▲ 2023년 3월 한양도성길 낙산구간 산행 후 함께한 유영호 감독(사진 왼쪽부터 세번째)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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