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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김정환 아역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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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김정환 아역배우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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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춘에 출연한 아역배우 김정환군
▲ 동춘에 출연한 아역배우 김정환군

김수용 동기와 용산극장 앞에서 촬영했던 <동춘(童春)>은 군 전역 후 복학하여 1980년에 만든 16mm 흑백영화이다. 남대문의 소매치기 소년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그린 영화이다. 1980년이면 5공 신군부가 등장했던 시절로 나쁜 어른들에 의해 핍박받던 소매치기 소년의 잃어버린 꿈을 영상적으로 그려냈다.

한국영화인협회 주최로 부산에서 개최된 제1회 한국단편영화제 금상(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시로는 서슬 퍼런 시절이라 대놓고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심사위원들은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금방 알아챘다.

이 영화는 대학 4학년 1학기인 1980년에 만든 워크숍 영화이다. 나로서는 <적상춘>, <폭춘>에 이은 ‘봄’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군에 다녀와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10.26을 거쳐 5.18 민주항쟁까지 가파른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 영화가 떠올랐다.

내가 만든 <동춘>은 남대문 시장의 소매치기 소년을 통해 본 나쁜 어른들의 이야기이다. “아이들의 봄날”이란 뜻의 <동춘>은 좌절된 소년의 꿈을 통한 당시 정권을 잡은 나쁜 어른들에 대한 풍자였다. 이 영화의 타이틀은 정진우 감독이 만든 <동춘>과 같다. 단지 “얼어붙은 청춘”이란 뜻과 “소년의 봄”이란 뜻은 전혀 다르다.

당시는 겨울이고 봄은 모두의 희망이었던 시기이다. 영화를 만들던 중 휴교령이 내려져 편집실에는 대못이 박혀 결국 집에서 편집을 해야 했다. 처음 의도대로 제대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만든 것은 확실하다.

흑석동 일대에서 로케이션했던 촬영
▲ 흑석동 일대에서 로케이션했던 촬영

남대문 시장의 건달 돼지삼춘 역은 후배 정종준 군이 맡았는데 그는 훗날 드라마 <제 5공화국>에서 전두환 역을 맡았다. 그 밑에서 주인공 소년을 괴롭히는 번개는 당시 집권세력을 풍자한 것이다.

시장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어른들의 한심한 작태를 보며 소년은 자신만의 꿈을 펼치고자 강물에 나가 종이배를 띄우고 종이배를 따라 뛴다. 종이배는 물결 따라 떠나가는데 소년의 뜀박질은 슬로우 모션이다. 그리고 엔딩, 석양녘 강변에 선 소년의 실루엣은 좌절된 꿈에 대한 희망이다. 당시 참담했던 국민들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이 영화를 영화진흥공사 주최의 청소년영화제에 출품하니 당연히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내가 잘못 만들어서 그렇지 하며 아픈 기억을 지웠고, 별 생각 없이 영화인협회 주최의 한국단편영화제에 출품하니 최우수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가 뭘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심사위원들은 읽었을 것이다.

졸업 직전에 받은 이 상으로 나는 자연스레이 영화계에 진출했다. 당시 영화인협회장이던 변장호 감독의 연출부가 되었다. 그러나 변 감독은 영화법 개정문제로 크랭크인은 쉽지 않았다. 그 때 나는 미국유학을 꿈꿨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이더스>를 보면서 절감했다. 영화를 하려면 미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더 큰물에서 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우선 영화진흥공사 L.A 특파원인 한재수 선생을 만나 <동춘>을 보여주고 필름맥스 영화제에 출품하려고 시도했었다. 불행히 그 뜻은 좌절되었는데 당시 단편영화라도 검열을 받아야 해외영화제 출품이 가능했는데 그런 영화이니 검열에서 난도질 될 것은 자명한 일이고 결국 미국의 영화제 출품을 포기하고 나도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장편으로 만들어 보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쓴 시나리오가 <산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당시 갈현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정환 군인데 이제는 50대 후반이 되었을 것이다. 소년의 꿈이란 뜻의 동춘을 구현할 수 있는 내용으로 남대문 시장을 설정해 껌팔이 소년을 등장시켰다. 정환이 학교로 찾아가 담임을 만나 상황을 이해시키고 정환이와 사방팔방으로 다니며 촬영을 하였다. 배경 무대는 남대문 시장이지만 촬영은 흑석동 캠퍼스 내외에서 하였다.

정환은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역을 잘 소화했다.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하는 연기였는데 그는 이미 유사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었던 지라 NG 없이 대학생 연기자들 보다 더 잘해냈다. 그게 벌써 43년 전이다. 정환이도 커서 벌써 애 아빠가 되었을 것이다. 만나면 못 알아볼 터인데 무라고 불러야 할까? 만나서 술 한 잔 하고 싶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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