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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사랑과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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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사랑과 용서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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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만든 넓디 너른 오스트리아의 짤츠캄머굿 호수에서
▲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만든 넓디 너른 오스트리아의 짤츠캄머굿 호수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왔다가 언젠가는 가야하는 것이 인생이다. 눈물을 아끼고 무시로 살다가 가는 인생길이 그래도 허망하지만은 않다. 우리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고 그 가운데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표로 한 일들을 하나씩 이루고 아이들이 커가며 누구나 생의 보람을 느낀다.

약속된 일정 없이 닥쳐올 미래가 불안하고 매번 대책 없이 살다가 알 수 없는 운명을 깨닫고 가는 게 우리네 삶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에 또 언제나 꿈을 꿀 수 있기에 행복하다.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꿈을 꾸는 것은 우리의 특권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리네 인생길은 오묘하다.

그런 인생길에 함께 갈 수 있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다를 수 있지만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보듬어 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목표를 따라 살다보면 언젠가는 그 목표는 이루어 질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희망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인생은 허무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정말 미운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공자 말씀 같은 이야기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서로가 이해하게 되고 미운 감정은 어디로 가고 오히려 더욱 가까워지는 경우도 생긴다. 그것이 바로 인생살이다. 그래서 유행가에는 사랑과 이별, 아픔과 미움, 눈물과 희망의 사연들이 담기게 된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으로 시작되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를 한때 애창곡으로 불렀다. 조금은 청승맞기도 하지만 가끔은 부르고 싶은 노래다. 2절 가사는 “이별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이다. “먼 훗날 당신이 나를 버리지 않겠지요?”라고 묻는 이 노래가 우리네 심금을 울리며 히트했던 까닭은 바로 감정을 삭이고 좀 더 의연히 살아보자는 은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를 담았기에 당대의 히트곡으로 명사들도 애창곡으로 뽑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제일 서글픈 건 미움 받는 것보다 잊혀지는 것이다. 수첩에서 지워지는 것보다 처참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옛 친구가 잊힐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친구는 그럴 수 없다. 진정한 친구가 어느 날 당신에게 못할 짓을 했을 때 과연 그를 용서하고 사랑을 베풀 수 있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정신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을 위한 일이다.

이러저러한 사연들이 있겠지만 지나고 돌이켜 보면 정말 작은 일이었는데(혹은 큰일이라도) 미워하고 영원히 안 볼 것처럼 난리굿이다. 오랜 기간 운동으로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고 신일룡 선배를 보면 무슨 말을 해도 빙그레 부처님 미소만 보인다. 과연 도인답다. 평범한 사람은 흉내도 못 낼 일이지만 누구나 도를 닦으면 도달할 수 있는 일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신의 조화로 시간이 지나면 절로 잊어버리며 안 만나려 해도 또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눈을 감고 걸어도 눈을 뜨고 걸어도 보이는 것은 초라한 모습, 보고싶은 얼굴...” 최백호 가수가 부르면 더 와 닿는 이 노래처럼 나를 두고 가버린 님도 시간이 지나면 떠오르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고 살다보면 이렇듯 아무 것도 아닌 일들에 화내고 미워하며 사는 게 우리네 삶인 것이다. 평생을 안 볼 것처럼 표정관리도 못하고 맞서 싸우는 추한 꼴은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내 삶의 건강을 위해 사랑하고 용서하자. ^.^ 한 때 스마일 운동이 있었다. 웃으면서 지금부터라도 미운 넘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이해하며 감싸준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이야 보기도 싫고 꼴도 보기 싫은 이도 시간이 흐르면 용서하고 이해하게 된다. 당장이야 참지 못하고 내지르지만 내일이라도 만나 진심어린 말 한마디와 더불어 따뜻하게 사랑하고 용서하자.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생길을 가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할 수밖에 없지만 사랑과 용서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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