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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손만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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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손만두국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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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설렁탕집의 손만두국
▲ S설렁탕집의 손만두국

이북음식전문점을 표방한 어랑면옥은 가평 서울스키장옆에서 영업을 시작할 때부터 단골집이다. '어랑'이란 함경남도에서 새며느리, 새아가를 부르는 호칭이다. 따라서 새색시가 시부모님께 올리는 첫 진지상의 정성을 담은 음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북식 만두와 만두국만을 전문 판매하였는데 입소문이 나며 분당 율동공원 입구에 2호점을 내고 성업 중이었다.

그러더니 2009년에 광화문 청계광장에 무려 200평 규모로 오픈하였는데 도대체 만두 하나로만 국내 최고의 판매신화를 일으킨 비결이 무얼까 해서 마원아 사장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고객들의 입맛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손님이 남긴 음식을 맛을 본다는 그는 주방에서 양념을 어느 정도 썼는지 맛의 차이를 금방 알아내고 표준화 기준을 어겼을 시에는 주방장들의 눈물을 뺄 정도로 따끔하게 혼낸다고 한다. 그러니 맛의 비결이 유지될 수 있다. 손님이 먹던 음식을 맛을 본다니 진짜 그는 음식 장인이다.

경복고 49회 졸업생인 그는 인하대 졸업 후 종합상사 대우에 입사해 대우버스 판매를 했다. 그리고 뜻한바 있어 요식업에 뛰어 들어 성공신화를 일구었다. 가평에서 시골할머니들을 모아 평양식 만두를 빚어 처음 만두국을 팔았는데, 스키장을 찾는 손님들의 미각을 자극해 소문이 나며 사업의 기반을 다졌고 오늘날 서울의 중심가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그가 처음 만든 만두는 지금보다 크기가 약간 컸고 만두국에도 6개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의 식사량에 맞춰 크기나 양을 줄였다. 이건 좀 적은 양이 아니냐고 물었을 때 "드리는 것이나 다 드시죠"하며 인심 좋은 웃음을 보인다. 그 정도로 어랑손만두국은 푸짐하다. 30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정말 많은 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집의 반찬은 시원한 물김치와 깍두기 두 가지인데 특히나 물김치의 맛은 손님들이 다시 찾는 이유 중 하나일 정도로 별미이다. 특별메뉴로는 만두 속을 끓여낸 어랑뚝배기도 권해볼만 하고 그 외 만두전골과 메밀막국수, 수육, 모듬전 등의 메뉴가 개발되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좋은 맛집은 어르신을 모시고 와야지 할 생각이 드는 집인데 어르신들의 입맛에도 잘 맞을 음식들이다.

마원아 사장은 차에 대한 관심이 많다. 관심을 뛰어넘어 BMW 수집광인데 그것도 다 사업이 잘 되니 가능할 것이다. 골프도 수준급인 데 음식점 뒤편에 스크린 골프장을 같이 오픈했다. 골프장 입구엔 BBQ 치킨카페까지 있어 손님들의 미각을 자극한다. 정말 음식 맛처럼 사업 감각도 뛰어나다. 그런데 이 친구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이민이라도 간 것일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마 사장, 부디 건강하길 바라며 돌아와 그 밝은 미소를 보여주기 바란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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