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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술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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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술 ①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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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남에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안 마셔도 취하고 배부른 자리이다.
▲ 오랜만에 만남에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안 마셔도 취하고 배부른 자리이다.

칼럼을 쓰면서 엄청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얼마나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을까? 이 글들이 책으로 나오거나 독자들의 주목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함에도 나는 많은 글을 쓰게 된다. 그것은 끝없는 글쓰기의 욕구 때문이다. 아울러 솔직한 내 성격의 반영이다.

술이란 참으로 편리한 음식이다. 마시면 취하고 취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나훈아의 노래중 "한 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란 노래가 있다. 그래서 인간사에선 술이 존재하는 것이다. 술 없는 사회란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수많은 술들이 생겨나고 선물을 한다. 술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술을 마시는 이유는 다르지 않다. 오랜 친구를 만난 반가움에 즐거워서 한 잔,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자고 한 잔. 술을 마시면 마음이 열리고 대화가 통한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가까워진다.

술처럼 인생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도구(음식)가 존재할까? 술자리가 없었다면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술은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약이다. 술 한 잔에 인생이 풀어지고 술 한 잔에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반가운 자리거나 일을 앞두고 우리는 술을 건배한다. 술은 화합의 상징이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술의 유혹은 있다.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된다. 거부하지 못한 한 잔의 술은 독극물과 다름없다. 신은 참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술술 들어가서 술이라는데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해당이 안 되니 술꾼들이 지어낸 말이다.

술이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오랜 음식이다. 이 술이 우리의 유전인자 속에 전하여져 우리들은 술을 자주 접하게 된다. 분명한 건 본인의 기호식품이라기보다는 술이 가진 치명적 매력인 술자리의 유혹에 의해 마시게 된다. 여성들의 주량도 상당히 세어져가는 것을 보면 술이란 참으로 신비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술을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들이 중요한 이야기일 리 없지만 술자리의 좌담이 우리 생활에서 윤활류가 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싱거운 농담 속에 진심이 반영되어 오해나 갈등이 해소될 수도 있고 벌어진 간극을 좁히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술자리에서의 다툼도 없지 않은데 이는 곧 풀어진다. 술자리의 앙금이 오래가면 매너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그만큼 술이 가진 넉넉함이 있다. 이렇듯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지만 역시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옳다. 과해서 좋을 일은 없다.

주량이야기를 해보자. 나의 주량은 한국인 평균 정도이다. 한참 마실 때인 30세 즈음에 생맥주를 많이 마셨는데 만cc까지 마셔보았다. 화장실을 오가며 마신 것인데 바보스러운 짓이었다. 신차를 구입해 시승식을 하자고 모여 마신 것인데 지금 생각해도 엄청 후회된다. 사고는 없었지만 이후 음주 운전을 절대하지 않는다. 요즘은 아예 운전대를 놓았다. 대중교통 이용이 아주 편하다. 한국은 특히 대중교통 시스템이 발전해 전혀 불편한 점이 없다. 더구나 어르신 우대를 받아 공짜이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세금을 냈기에 미안해 할 필요도 없다.

젊어서는 소주를 즐겨 마셨는데 지금과 술의 도수가 달라 25도 이상이었다. 두 병 정도 마시면 안주가 부실하니 취해서 술자리를 파하고 일어났다. 대충 모두 그 정도는 마신 것 같다. 처음 마신 술은 고등학교 때 농촌에 모내기 지원을 나가 막걸리를 마신 기억이 있다. 술이란 묘한 것이다. 마시면 공감대가 형성되며 힘이 나서 일하게 된다. 물론 적당히 마실 때이다.

군대 가서도 회식 때에는 막걸리를 마셨다. 그 때는 밀가루 막걸리로 쌀 막걸리가 없을 시절이다. 취사반에서 받아온 김치와 고기로 찌개를 만들어 취하도록 마셨다. 그러고도 경계 근무를 나갔고 별 사고는 없었다. 군기가 잡혔기 때문이다. 모든 부대가 같을 리는 없는데 내가 근무하던 곳에서의 일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출장을 가면 젊은 친구들 위주라서 꼭 삼겹살을 먹는데 나는 맥주를 좋아하기에 이상한 조합의 술 음식을 먹는 자리가 된다. 오바이트를 할 정도로 마신 것은 내가 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스태프들과의 대화를 위해서였다. 이 짓도 한 5년 하고 나니 술자리가 싫어졌다.

2007년에 중국에 출장 가서는 스태프들이 술 마시는 것을 보며 술주정꾼 아내의 심정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술자리를 피한 것은 아니고 한국에 있는 작가들에게 오늘 촬영한 내용들을 써서 보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 술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그러함에도 술이란 사회생활에서 꼭 필요한 음식이다. 술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마법의 음식이다. 술 한 잔에 꼬인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 단 적당한 선이 분명히 있다. 나는 긴 술자리를 혐오한다. 어울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망유희>의 대역 주인공인 고 당룡(김태정) 배우와의 술자리는 길게 이어지는데 나는 1차 후 빠져나온다. 도저히 어울리기 힘들어서 있다. 술자리도 체력이라던가? 60세 넘어 술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55세에 발병한 통풍 도 문제이다. 차라리 안마시고 말지 통풍약 먹기는 바보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예 술을 끊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쩌다 한 잔 정도를 건배하는 정도이다. 술이란 유익한 것보다 안 좋은 점이 더 많은 음식인데 사람들은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마실 수 있을 때 많이 마셔." 잘 먹고 살았기에 하는 말이다. 금연, 금주를 하는 지금 오히려 더 행복하다. 그 사슬에 묶여 살았던 노예 생활을 벗어났기 때문인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의 술 마시는 사진을 모아보니 꽤 많다. 그것도 후회되지는 않는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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