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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영화감독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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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영화감독 되기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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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을 수놓은 어머니' 촬영 현장
▲ '철판을 수놓은 어머니' 촬영 현장

한국에서 영화감독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얼마 전 만해도 유수한 감독 밑에서 10년 이상을 조감독으로 일해야 데뷔가 가능했었다. 지금이라고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올해 개최된 제43회 영평상에서 <올빼미>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안태진 감독의 말이다. 물론 기획영화 시스템으로 바뀌며 데뷔 전 고행길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먼 길이다.

우선 왜 영화감독이 되려고 하는가? 선문답이 될 성싶은 질문이나 확실한 자기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만 세운다고 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쯤에서 자기의 이력서를 미리 한번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언제 데뷔해 언제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겠다는 목표가 설정된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자연스럽게 가닥이 잡힌다.

그렇게 해서 데뷔했다 하더라도 관객이 몰라주면 끝이다. 데뷔작이 은퇴작이 된 경우를 수없이 봐왔다. 연출부로 입문해 감독이 되는 경우는 1000명 중 일이십 명이다. 그렇게 데뷔하고도 열 편 이상을 연출하는 경우는 한두 명이니 감독으로 살아남기란 하늘의 별 따기란 말이다.

나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단편영화상을 10개 이상 받고 자작 시나리오를 준비했어도 아직 상업영화 감독을 못했다. 40분짜리지만 35mm영화 <철판을 수놓은 어머니>를 만들고서 방송사로 옮긴 것 때문일 수도 있지만 주변의 동료나 후배를 봐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하지 말라고 말리기보다는 힘을 내보라고 격려해주고 싶다. 뜻하면 길이 있다는 사자성어처럼 영화감독이란 한평생을 걸어볼 만한 직업 아닌가?

감독이 되려는 사람들이 타인과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면 한 편의 영화를 보더라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오락으로 영화를 보아서야 어떻게 그 이상이 영화를 만들 것인가. 분석하며 메모하고 그 영화가 갖고 있는 미덕과 단점을 파악한다면 당신도 이미 평론가이다.

아울러 수많은 필견의 영화목록을 만들고 어쨌든 쉬지 않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자만 한다면 영화는 지천에 널려 있다. 교육방송에서 매주 방송하는 <세계의 명화>나 <시네마 천국>, <일요시네마>, <한국영화특선>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을 친구 삼는다면 관련서적부터 영화까지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 이야기가 나왔지만 서점에 얼마나 많은 영화 관련도서들이 쏟아져 나와 있는가. 너무 다양해 선정에 애 먹을 지경이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80년 말 과내 스터디그룹의 도서를 마련하는데 10만 원이 채 안 들었는데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이다. 한국영상위원회 선정기준의 좋은 책을 골라 필독하여야 할 것이다.

감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일반적인 코스라면 우선 영상 관련 학과에서 정식 코스를 밟는 것이다. 최근에는 150여 개의 학교에 영상 관련 학과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입학 기회가 쉬워졌다고 할 수 있다. 이들 학교에서 영화감독이 되기 위한 다양한 커리큘럼에 따라 배우고 만든다면 졸업 후 영화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에야 졸업작품을 잘 만들어 극장개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중앙대 졸업생인 윤종빈이 만든 <용서받지 못할 자>는 칸느영화제에까지 초청되었다. 특수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당신이 그 주인공 되지 말란 법 없다.

영화학과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요즘은 단편영화를 교육하는 곳이 많이 생겨났고 교육내용도 알차다. 이렇듯 영화감독을 꿈꾼다면 먼저 재학 중이나 졸업 후에도 끊임없이 자기 작품을 만들어 발표를 해야 할 것이다. 성공을 보장받을 순 없겠지만 감독이 꿈이라면 작은 영화라도 만들어 볼 일이다.

이렇게 사전 준비를 거치고 나면 인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존경하는 영화인들에게 당당히 전화하고 만나볼 것을 권유한다. 요즘처럼 영화인 만나기 쉬운 때도 없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영화제가 열리고 있고 찾아가 보면 영화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인을 만나 짧게라도 자기 소개를 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훔쳐라. 그런 배짱이라면 당신은 이미 반쯤은 성공한 셈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선 시나리오 작가 되기를 실천하라. 자신이 만들 영화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보면 그대는 영화감독으로 자연스럽게 성숙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계에 진출해 유수한 감독 밑에서 현장 감각을 익히고 데뷔 준비를 하면 될 것이다. 그 시간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당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면 당신은 즐거이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 꿈을 이루기까지 얼만큼 시간을 단축하느냐 하는 것은 당신이 하기 나름인 것이다.

쉽게 감독 데뷔한 경우는 아직 듣도 보도 못했다. 대학 후배이지만 <올가미>의 김성홍 감독, <본 투 킬>의 장현수 감독, <결혼이야기>의 김의석 감독,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 모두 몇 년간의 어려운 생활을 딛고 감독으로 데뷔했다. 시나리오 작가로 남을 위한 글을 써주고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광고영화를 만들며 힘들게 버텨온 결과였다. 그렇다고 모두 영화감독으로 잘 되어있는 것만도 아니다. 한국에서 영화감독으로 성공하기란 이렇듯 너무 힘들다.

허송세월만 한 것은 아니지만 후배 민병관은 너무나 안타깝다. 수원의 삼총사인 곽재용, 장현수 감독과 함께 기대되는 유망주였다.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이두용 감독의 조감독으로 <고속도로>에 참여했던 그에게 건강문제만 없었다면 몇 편의 화제작을 만들었을 것이건만 그는 지금 고인이 되었다. 글 잘 쓰고 사람 좋던 민병관 감독은 그 어려움을 딛고 죽기 전까지 영화감독의 꿈을 놓지 않았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그대들, 비록 지금 힘들고 지쳐 쓰러졌을지언정 참고 인내하라. 세상은 어차피 한번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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