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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 중국 촬영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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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 중국 촬영 ⑥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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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돈황의 막고굴
▲ 세계문화유산 돈황의 막고굴

내가 돈황의 막고굴 촬영을 했던 2007년으로부터 2년 후인 2009년 10월 14일, 수요일 밤 뜻밖의 다큐 한 편을 보았다. KBS의 <수요기획>에서 <실크로드 석굴벽화의 비밀>을 방송한 것이다. 내가 한중수교 15주년 다큐멘터리 <청사초롱과 홍등> 제작 시 몇 천 만원이라는 거액의 촬영료를 요구하며 취재가 거부되었던 둔황석굴에 관한 다큐였다.

<수요기획>은 외주제작이며 6mm HD로 촬영한 것이었다. 처음엔 몰카로 찍은 것인가 하였지만 확실히 촬영허가를 얻고 촬영한 내용 같았다. 왜냐하면 석굴 내부로 카메라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보다보니 의문이 풀렸다. 중국 당국은 제2의 돈황석굴을 인근지역에 새로이 건축 중이었다. 과연 중국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들이 계속 몰리니 짝퉁의 석굴을 새로이 만든 것이다. 공사는 현재 진행 중이고 촬영팀은 이것을 촬영하여 기존의 도록에 소개된 사진자료를 교묘히 합성 편집하여 완성시켰다. 어쨌든 대단한 일이다. 경위야 어쨌든 감독으로서는 끈질기게 추적하여 그러한 사실을 알아냈고, 결국 이런 불가능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돈황석굴은 한국인으로서 꼭 다시 촬영해야 할 이유가 있는 곳이다. 이번 다큐는 그것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니었지만 일부 사실들이 소개됐다. 고구려 고분에서 발견되는 ‘사신도’가 이곳 석굴의 벽화로 남아있는 것이다. 아직 학술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지만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이러한 아이템들은 흔치 않은 소재이다.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으면 어쨌든 다큐멘터리나 프로그램은 만들어진다. 현재 불가능한 것이지 끝내 못 만들 다큐멘터리는 없다. 당시 중국 측은 끊임없이 접촉을 해왔다. 워낙 거액의 촬영료라 응할 수가 없는 상태였는데 그들은 밤 1시에도 찾아와 협상을 계속하였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알려져 촬영이 쉽지 않으리라는 건 예상했지만 굳이 그 먼 곳까지 촬영팀을 오게 해놓고 돈 협상을 새로이 시작한다는 건 '상도의 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CCTV와의 공동제작임을 밝혔어도 그들은 선례만을 내세웠다. 그들로서도 전 세계에 방송될 이 다큐멘터리에 무조건 원칙만을 내세우며 거부할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돈황 시장의 인터뷰를 넣어줄 것을 요구하며 명분을 세우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촬영료 조정은 안됐다. 우리는 석굴외경과 인근 사막지대를 촬영하고 돌아왔다. 이런 경우는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돈황 촬영현장 촬영에서도 똑같이 되풀이 됐다. 이번엔 한국 사람이 문제제기를 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촬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 측 언론에도 허가치 않았기 때문에 한국 측에도 공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곳까지 찾아가 그냥 돌아온다는 것은 맥 빠지는 일이다. 결국 후에 촬영 테입을 건네받았지만 다큐멘터리를 찍다보면 사전에 섭외를 하였어도 이런 일들은 늘상 일어난다. 이럴 경우 꼭 사용하여야 하는 장면의 경우가 문제이다.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는 지속적인 관심에 달려있다.

홍콩 세레스티얼사와의 자료화면 구하기와 중국전영자료관에서의 사진자료 구입은 대표적인 예이다. 협상은 거의 결렬상태였지만 필요하고 답답한 건 우리이므로 끊임없이 연락을 취하고 방문을 했다. 결국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큐멘터리는 만들어진다. 만들고 싶은 다큐멘터리의 꼭 만들기 비결은 바로 지속적인 관심이다.

결국 감을 주우려면 감나무 밑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감이란 곧 꿈이다. 감나무를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다른 사람의 몫이 되듯 꿈을 포기하는 순간은 다큐멘터리는 만들 수 없다. 바로 세상의 이치다. 그러나 방송은 방송일자가 결정되고 제작이 시작된다. 중국이나 공산권 국가에서의 촬영처럼 긴 시간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만큼 서둘러야 한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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