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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저서 『한국영화 10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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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저서 『한국영화 100년사』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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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엮어낸 『한국영화 100년사』 (2013년)
▲ 한 권으로 엮어낸 『한국영화 100년사』 (2013년)

“100년의 한국영화사를 한 권으로 읽는다! 한국영화와 한국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모토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 나로서는 회심의 역작이 아닐 수 없었다. 감독 배우 스태프와 한국영화의 모든 것 『한국영화 100년사』는 내가 30여 년간 취재하고 써온 글들을 집대성한 책으로, 애정 넘치는 시선으로 한국영화사를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대학 졸업 논문인 「한국활극영화의 계보와 그 비평」이라는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발전을 모색해온 나로서는 영화 현업에 종사하면서 더욱 깊이를 더해갔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지만 한국액션영화에 대한 관심은 나를 더욱 영화에 집착하게 했다.

이 책의 시작은 ‘장혁’이라는 배우로부터 더욱 심화되었다. 장혁 배우하면 지금은 절권도 스타 장혁을 떠오르게 하지만 오리지널 장혁 배우는 박노식 배우와 콤비가 되어 활동하던 액션배우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익살끼 있는 연기가 일품인 그를 조사하기 위해 2006년 12월에 한국영화배우협회를 찾아갔다. 나의 카페에 글쓰기가 시작되며 한국영화인들을 소개하던 차였는데 다른 배우들에 비해 그의 자료가 적었기에 직접 배우협회를 찾아 나선 것이었다.

취재는 나의 일상이었기에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데 증언자들의 인터뷰는 제 각각이었다. 생년월일부터 삶의 발자취도 자신들이 아는 코끼리 더듬기 식의 증언이었다. 그래서 ‘한국영화배우 주소록’이라는 CD를 얻어와 나름의 내용을 인용하여 글을 마무리 했다. 이렇게 인터뷰를 시작하여 이 책에는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었던 거장들의 인터뷰와 한국영화인들의 생생한 이야기까지 실렸다.
이 책에는 한국전쟁과 납북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었던 신상옥 감독, 유혼의 미학을 추구했던 유현목 감독, 한국 액션영화를 세계화시키려고 했던 이두용 감독 등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귀중한 자료가 담겨져 있다. 한국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거장들의 영화 이야기와 후배들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배우, 제작부장, 조명감독 등 평소 조명 받을 기회가 없었던 영화인들의 이야기까지 알차게 다루었다.

당연히 『한국영화 100년사』에는 영화인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이 책은 한국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쓰인 책이다. 한국영화사의 여러 이야기를 찾아내 연구하고 기록으로 남기려는 저자의 노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영화감독 정진우

“안태근 PD는 발로 뛰는 분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상해파 영화인들을 국내 최초로 집중 조명했고, 한·홍 위장합작영화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냈다.”- 영화평론가·광운대 교수 강성률

“30여 년간 방송 제작 과정에서 얻은 여러 자료들을 모아 한 권의 책에 수록했는데 자료 부족으로 한계를 느끼는 한국영화사 연구에 더없이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영화평론가 장석용

“한국영화사 연구에서 빈칸을 채워주고 있는 반가운 책.”- 영화감독 이두용

출간 당시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82%에 달하던 때이다. 한국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세계의 유명 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인들이 수상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1000만 관객 시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하지만 막상 한국영화의 뿌리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박찬욱, 봉준호 감독 이전에 신상옥, 이두용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었다는 것은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영화 100년사』는 우리가 보고 있는 한국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일독해야 할 책이다.

『한국영화 100년사』에는 지금껏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았던 신상옥, 유현목, 김수용, 이두용, 정진우 감독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귀중한 자료들로,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들의 원점과 그들이 만든 영화 이야기, 또 후배들에 대한 조언이 담겨 있다. 여러 감독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한국영화의 또 다른 얼굴을 보게 된다.

『한국영화 100년사』는 과거 한국영화를 미화하기만 하는 책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강점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결국 친일영화를 찍을 수밖에 없었던 영화인들에 대해선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상하이로 건너가서 민족영화를 만들었던 자랑스러운 ‘상하이파 한국영화인’들을 조명하는 한편, 마치 홍콩영화를 한국과의 합작영화인 양 위장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밝혀내고 있다. 이런 서술 덕분에 독자들은 한국영화에 대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유명 감독과 배우만을 다루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제작부장, 조명감독 등 평소 조명 받을 기회가 없었던 영화인들의 이야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신상옥 감독이나 최무룡 배우 같은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영화인뿐만 아니라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의 대역을 맡았던 당룡의 이야기, NG 없이 영화를 찍었던 남기남 감독의 이야기 등 한국영화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한국영화 100년사』는 내가 한국영화에 보내는 러브레터이기도 하다. 애정 넘치는 시선으로 한국영화사를 서술하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한국영화사의 구석구석을 조명했고 2014년 공감도서 학술 부문에 선정됐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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