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20:00 (일)
[안태근의 다큐세상] 영화 '미나리'를 보는 세대 차이
상태바
[안태근의 다큐세상] 영화 '미나리'를 보는 세대 차이
  • 안태근
  • 승인 2021.03.04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난'과 '고통'없는 세대는 주인공에게 전혀 공감 못해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한국인의 저력은 영화의 메시지로 유효
▲ 안태근 박사(한국영화100년사 연구회)
▲ 안태근 박사(한국영화100년사 연구회)

2020년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S. 김 출연의 이 영화가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곧 있을 미 아카데미상에서의 수상도 유력해지고 있다.

내용은 1980년대 미국에 이주한 한국인 이민자들의 분투기이다. 한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의 땅에 도착한 그들의 꿈은 무엇일까? 그것을 우리는 '아메리카 드림'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룰 수 없는 불가능에의 도전을 실현시키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이주 초기에야 누구나 할 것 없이 각종 허드렛일로 연명하였지만 그것이 아메리칸 드림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들은 여러 고난을 감수하며 모험적인 삶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미국 땅에 안착이다. 계속되는 고난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끊임없이 갈등을 거듭하는 주인공들의 삶이다. 이 영화는 그것을 너무도 적나라하고 디테일하게 담아낸다.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성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러나 자식 세대들에게 들려주는 부모 세대의 생활을 자식들은 이해할까? 아칸소 벌판을 배경으로 의지의 한국인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젊은 관객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밥이 없으면 라면을 먹으면 되지. 왜 그래?" 이런 식이니까 단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의 시간을 잊을 수 없는 동시기를 살았던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문화 충격 그 이상이다.

그 문화 충격을 극중 등장인물들은 고스란히 겪고 있다. 더구나 자식을 위해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미국 땅에 온 할머니의 심정은 어떠할까? 소통 부재인 어린 손자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외할머니의 미국 땅 적응기는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미나리를 심어 힘든 가운데 새로운 희망을 꿈꾸던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의 용감성을 그녀는 보여준다.

비록 중풍으로 쓰러지고 우연치 않게 곡물창고를 불태운 그녀이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한국 여성의 용감성은 미국인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불의의 화재로 인해 한 해 농사의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에게 야생의 미나리는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정 감독은 그 극복의 의지와 수난의 농장 개척사를 기억하며 생생한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본 소감을 엘리베이터 속에서 들은 나는 의외의 반응에 귀를 의심했다. 주인공들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다는 평이다. 발전된 한국에서 사는 요즘 40대 이하에게(물론 일부 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자초하여 겪는 현실은 이해하지 못할 스토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굳이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한국인의 저력은 영화의 메시지로 유효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