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20:00 (일)
[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등산
상태바
[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등산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 동문산악회인 끼사랑 산악회 로고
▲ 대학 동문산악회인 끼사랑 산악회 로고

산이 좋아 산에 다닌 지 벌써 40년째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그야말로 봄바람 따라 산에 간 것이 벌써 그렇게 됐다. 그렇다고 전문 산악인은 아니고 순수한 아마추어 등산애호가일 뿐이다. 직업 특성상 여기저기 많이 다니지만 등산만큼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곳은 없다. 게다가 건강까지 챙겨주니 이런 좋은 취미도 없을 터이다.

산행의 즐거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즐거움이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에 선택도 달라진다. 자신의 체력을 배양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에 산만큼 좋은 대상은 없다. 그래서 무박등산이나 서울 근교산을 순회하는 북도수불(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종주를 한다.

나의 건강의 근원은 등산이다.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 따라 산악회를 따라가 산행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대학 입학하고 산악부에 가입하고 첫 산행을 가서 군기만 잡지 않았더라도 산악부 활동을 계속하였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좀 심했다. 물론 훗날 군대에 가서 맞은 빳다에 비할 바는 아니다.

군대생활은 강원도 인제에서 외설악을 돌며 보내니 전역 후에는 산도 쳐다보기 싫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대학동문산악회인 '거북이산악회'에서 10여 년간 총무를 맡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을 탔다. 산은 내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잘긴 인연이다. 그러다 보니 몸이 정상이 아니다 싶을 때 산을 타고 나면 일주일은 거뜬하다.

그러다 보니 산행을 하고나면 정신건강도 최고이다. 건강에 대해 절로 자신감이 드는 것이다. 산행은 낮은 산이야 리더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지만 고산산행의 경우에는 그 산에 대해 잘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 그래서 에베레스트산(8,848m)에 셰르파가 붙고 일반 산악회에서도 등반대장이 코스를 결정하고 산행을 리드한다.

산행만큼 즐거운 취미도 없고 그래서 산을 애인삼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산하고 연애하는 것만큼 건전한 삶은 없다. 일주일의 피로를 말끔히 해소하는데 산행보다 즐거운 것은 없다. 산행 후 느끼는 쾌감은 뜨거운 국물을 들이키며 “시원하다!”를 연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음날 다소 느껴지는 산행의 피곤함이 오히려 다음 산행을 기다리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삶에 활력소가 되는 산행의 기쁨을 만끽코자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산행은 계절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가을은 산행하기에 제일 좋은 계절이다.

산행이라는 것이 특별히 계절 따라 하는 것이 아니지만 가을 산은 단풍으로 물든 산을 걷는 고즈녘함이 있다. 봄 산행이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력을 전해준다면 여름 산행은 흐르는 땀을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겨울 산행은 역시 설경을 만끽하며 눈 위를 걷는 흥취가 있다. 그러한 계절마다의 느낌이 다르고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어 사람들은 더 산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산이 현모양처와 닮은 점 몇 가지(순수한 내 오리지널 창작이다. 내가 남자인 관계로 현모양처와 비교했다)를 생각해봤다. 첫째, 내 건강을 극진히 챙겨준다. 속세의 스트레스로 지친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건강을 두루두루 챙겨준다.

둘째, 항상 봐도 예쁘기만 하다. 현모양처는 예쁘지 않을 수 없고 또 산이란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아름답지 않은가. 셋째,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 짧은 코스를 마쳐도 아무런 불평이 없다. 왜 그러냐고 불평이라도 할 법한데 그저 미소지을 뿐이다. 그리고 진짜 바빠서 못가도 아무 말이 없다.

넷째,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절대로 도망가지 않는다. 요즘 현모양처님들 과연 산 같을지는 모르겠다. 다섯째, 내가 아프고 힘없을 때 나를 포근히 안아줄 이는 그대뿐 인가 하노라. 하여튼 등산 좋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등산인구 꽤나 늘어났다. 세상 어느 부부가 산에 간다고 부부싸움 했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 요즘 산에서 부부커플 만나는 건 일도 아닌데 때론 “부부 맞어?” 느낌의 팀도 더러 눈에 띄기도 한다.

산이 좋아 대학교 때 대학 산악부는 탈퇴했지만 산을 찾는 건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가 제대로 산을 만난 건 군대에 가서부터이다. 내가 배치된 곳은 설악산 외각지대인 인제 지역이었다. 현리부터 광치령, 펀치볼 까지 내 군화발이 안 디딘 근처 산이 없었다. 훈련시간이 엄청난 부대인 것도 부족해 동원훈련 나오신 분들께 막사를 제공하고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으레 주변 산을 순례하며 종주에 나서곤 했던 것이었다.

제대하면 산에는 두 번 다시 발을 딛지 않으리라고 야간행군을 하며 다짐했건만 나는 오늘까지 산에 가고 있다. 현모양처인 부인 보기가 이것보다 더 할까. 주말부부가 이것보다 신날까. 그런 산을 찾아 이곳저곳을 찾다보니 여러 산악회와 관련되어 있다. 약속대로 내가 활동하는 산악회를 소개해 본다.

우선 ‘끼사랑산악회’는 모교인 중앙대 연극영화학과의 공식산악회이다. 2005년 3월부터 서울 근교의 산행을 시작했다. 우리 산악회의 목적은 즐거운 산행을 통하여 건강을 도모하고자 하는 기본목적 이외에 선배는 후배를 이끌어 주고 후배는 선배를 따르자는 선후배간의 친목도모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또 하나는 ‘정산악회’이다. 한국외대 정책과학대학원 동문산악회 인데 언제부터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산악회이다. 일 년에 두 번 씩 춘‧추계 산악활동으로 시작되어 지금은 분기마다 정기산행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산악회 활동으로 내 청춘을 즐겁게 보냈다고나 할까.

“젊어 건강 평생 간다.” 라는 말이 있다. 자, 지금부터라도 현모양처인 산을 찾아 건강에 정성을 드리면 노후가 편안할 것이다. 산악구호 제창으로 이 칼럼을 마친다. “내 인생 내가 살고 내 건강 내가 보호!!”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