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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더 큰 방송사로서의 성공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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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더 큰 방송사로서의 성공전략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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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자 이국성 씨가 안중근 의사의 매장 추정지 현장을 증언한다.
▲ 증언자 이국성 씨가 안중근 의사의 매장 추정지 현장을 증언한다.

방송사에서 사반세기 근무하며 느낀 생각이다. 나는 지금까지 예산에 억눌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좋은 방송제작의 3요소를 제작예산, 제작기간, 제작인력으로 판단하였는데 이것에 대한 의식 변화이다. 하고자 하는 분위기만 있으면 예산에 상관없이 얼마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열악한 예산 구조에서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기에 말할 수 있다. 2010년 10월 26일에 방송된 <안중근 순국 100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는 방송 예정일 한 달 보름 전 즈음에 편성의 동의를 얻었다. 그리고 제작예산 800만 원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제작기간이나 제작예산 모두 좋은 프로그램 만들기로는 최저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을까? 만들고자 하는 의욕 하나 만으로 승부 내고자 했던 의지의 승리였다. 주어진 기회를 활용해야 하는 것은 기획자의 책무이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매장 추정지를 한국방송 사상 처음으로 소개하며 ‘이 달의 PD상’까지 수상하였다. 관련 증언자를 찾아냈고 그와 함께 중국 대련시 여순구 현장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여러 문건의 검증을 통해 진실을 파헤쳐 매장 추정지를 기어코 찾아냈다.

물론 1990년 이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추적한 결과이다. 당시에도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은 이슈였고 몇몇 분들은 중국과의 수교 이전부터 현장을 찾았다. 그중 한 분이 바로 김영광 전 의원이다. 그와의 만남은 이 다큐멘터리의 완성에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그를 통해 많은 정보를 입수하였고 검증을 통해 사실임을 파악하고 이국성이라는 증언자 또한 만나게 된 것이다.

이국성 씨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로 1946년생이다. 2010년 여순의 상양가 뒷산, 지금은 공원화되었고 한켠에서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곳에서 이국성 씨는 내게 "바로 여깁니다!"라고 증언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3열의 묘지구역이 비록 봉분은 없지만 흔적은 남아있었다. 바로 파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새삼 중국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중근 의사의 순국 113주기, 이제는 더 늦출 수 없이 조기에 발굴하는 일만 남았다. 유해가 언제까지고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와 책임의식은 제작의 여러 악조건을 넘어서는 일이다. 저예산의 프로그램일수록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그것만이 큰 방송사와 경쟁할 수 있는 승부수이다. 작은 방송사로써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필수 대안이기도 하다. 모두가 알 수 있는 일들인데 과연 실천은 쉬운 일일까?

그러기 위해서 우선 조직원들이 신이 나서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신나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려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조성향의 제작 풍토가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조직원들을 밀려드는 일에 치이고 찌들어 그저 소모품적인 소극적 활동에 머물고 있다.

조직은 항상 변해야 한다. 과감한 실험과, 새로운 시도, 열정적인 의욕으로 조직 내에 젊은 분위기를 창출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다. EBS라면 유아 및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원소스멀티유즈 개념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개발해야 한다. 방귀대장 뿡뿡이나 팽수가 좋은 예이다.

방송 프로그램은 한국문화의 전파도구이며 글로벌 문화의 리더에 의해 전파된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으로 글로벌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살아남는다. EBS에서 내가 만든 <명의>는 2011년 당시 천만 원에 판매되었다. 자신이 개인사업가라고 생각하게 해주자. 아마도 부자 싫어할 사람 없고 더욱 열심히 만들 것이다.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수출되어 성과급이라도 돌아온다면 더욱 신이 나서 만들 것이다. 꼭 성과급이 아니더라도 칭찬해주어야 한다. 이런 기회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명품의식으로 기성문화를 탈피하여 우리식 문화콘텐츠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앞서 나가자. 남들이 안한다고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남들이 안하는 장르를 우리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목표가 고답적인 것이었다면 새로움은 그 대비책이다. 부정적인 의식과 의심을 깨고 과감하게 돌파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항상 느끼고 있다. 이제부터는 남들이 못하고 안하는 것을 찾아 주도해보자.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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