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20:00 (일)
[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막국수 연가
상태바
[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막국수 연가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박하긴 하지만 메밀 막국수의 맛은 그만이다.
▲ 투박하긴 하지만 메밀 막국수의 맛은 그만이다.

나는 국수를 즐긴다. 정확히 면이라면 뭐든 대환영이다. 라면이 처음 나왔을 때 한 박스를 사놓으면 삼춘과 며칠 새 다 비웠는데 그 뒤 자장면, 우동, 냉면을 거쳐 막국수까지 면이라면 모두 O.K 이다. 그것은 가격문제를 떠나 어릴 때부터 밀가루에 익숙해져서 아닐까?

중국에서도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만 한국도 못지않다. 북방민족이 만두를 즐겨 먹었다는데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방 쪽은 상대적으로 쌀 음식이 발전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절충형일까? 만두의 초승달 모양은 중국 돈의 모양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예전 중국에서는 '만두속'에다가 동전을 깨끗이 씻어 같이 넣어 빚어서 그 돈만두를 씹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번다는 속설까지 있다. 라이라이 중국어 학원의 정 선생 말이다.

우리 집은 어머님을 빼고는 온 식구가 밀가루 음식을 다 좋아하는데 어머님도 사실은 좋아하시는데 나 더 먹으라시며 싫다고 하신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거의 맞는 게 요즘은 어머님도 밀가루 음식을 잘 드신다. 차차 드셔서 적응이 되신 건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수제비를 많이 먹었는데 요즘도 식욕이 떨어지면 찾게 된다. 만두국도 마다할 리 없고 밀가루로 만든 떡국까지 쌀 떡 못지않게 좋아했다.

그러다 냉면 맛을 알게 됐는데 나는 막국수가 더 좋다.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냉면의 찰지고 씹는 맛보다는 구수하며 부드러운 막국수가 내 입맛엔 더 맞는다. 막국수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 비교를 하며 먹게 되는데 서울에 잘하는 집들이 많지만 지방도 못지않게 많다.

막국수하면 떠오르는 곳이 춘천이다. 춘천 사시는 이모부님이 추천하는 샘밭 근처의 막국수 집은 지역에서도 알아주는 집인지라 그 맛이 특별했다. 그래서 방송국 스태프와 함께 찾았더니 입구의 방에 손님이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홀로 나왔는데 빈자리 없이 손님이 가득 찼는데 전부가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군말 없이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다릴 시간이 안 되어 나왔지만 모두 잘 먹은 듯 흐뭇해서 나왔다. 좋은 집을 알게 되었으니 다음에 다시 오면 되기 때문이었다.

강원도 인제고등학교 옆의 막국수집도 맛이 별미이다. 부드러운 편육과 곁들여 먹으면 모두가 입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런데 강릉의 성산면사무소 직원의 안내로 찾은 '성산면옥'의 막국수 맛은 여태껏 맛본 막국수 중 최고였다. 거의 춘천과 인제 막국수의 맛에서 최고를 맛본 나도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 부드러운 면 맛이며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회무침하며 양념장 맛과 육수의 제조법에 비법이 있음직했다.

그 맛을 못 잊어 안사람과 같이 휴가 때마다 찾아 맛을 보았다. 안사람 역시 맛에 만족해했는데 다른 이의 재현은 애초부터 안 되는 맛이다. 주인아주머니도 비법공개에는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몇 해 전 봄에 다시 찾았을 때에는 휴가차 휴업 중이라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함께 찾은 이들 모두가 아쉬워했다.

얼마 전 휴가도 어쩔 수 없이 강릉으로 발길을 향했다. 그런데 그 집이 부동산사무실로 변해 있었다. 주인아주머니가 건강이 안 좋아져 부득이 폐업했다는 얘기인데 이웃 식당 사장님이 또 한집을 추천해 주셔서 근처에 새로 생긴 '초가막국수' 집을 찾았다. 비록 '성산면옥'의 맛은 아니었지만 직접 뽑아 만드는 막국수 집이 먹거리촌의 막국수집 명맥을 이어간다는 생각에 사장님과 맛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그리고 인제의 다른 곳인 기린면에서 맛 본 '방동막국수'도 뺄 수 없는 곳이었다. 강릉막국수의 맛을 그대로 재연한 맛이었는데 씹히는 맛을 주는 회무침이 없었지만 그런대로 한 맛을 보여주는 맛집이었다. 우리 동네인 서울 양재동의 '봉평막국수'와 청계산 입구의 '김삿갓 막국수'도 나름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막국수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이효석의 <메밀 꽃 필 무렵>이다. KBS의 HD문학관에서 선배 이영국 PD가 멋들어진 영상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아들임을 확인하던 평창의 봉평장을 무대로 한 그곳에서 막국수를 먹고 싶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