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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장학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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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장학금 이야기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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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석‧박사 학위기
▲ 한국외대 석‧박사 학위기

공부를 잘 하면 받는 보상금이 장학금이다. 장학금 잘 받는 이들에게는 비결이 있다. 일단 올 출석이다. 그리고 교수님과 눈 맞추기다. 당연히 교수님의 머릿속에 기억된다. 그리고 리포트 등 과제물, 발표 등은 누구보다 먼저 한다. 시험기간에는 공부에 올인한다. 이 정도면 A학점이다. 그러나 시험기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공부에 올인하면 A+이다. 학생의 할 일은 공부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성적이 A+를 비켜갈 수 없다. 노력 앞에 성적이란 장벽이 높을 수 없다. 그렇다고 공부만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쉬기도 하며 취미생활을 해도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몰입도이다.

내 얘기를 소개하면 매일 방송되는 <건강클리닉>을 제작할 때 대학원엘 다녔다. 자신과 일하는 작가, 조연출이 두 팀일 정도였는데 과연 어떻게 공부할 수 있을까? 나는 촬영을 마치고 부지런히 집에 와서(그래도 밤이다) 책과 씨름하며 PC와 마주해 리포트를 작성했다. 틈새공부가 잘되는 것은 바로 몰입도 때문이다. 일주일에 학교를 두 번 나가는데 스케줄을 학교 가는 시간을 피해 조정했다. 본인이 스케줄을 정하니 조정이 가능했다.

잠은 언제 자냐지만 밤늦도록 책과 씨름이다. 학교 가는 날 수업 외 2교시 수업인 술자리도 꼭 참석했다. 그리고 학생회 부회장까지 맡아 학생들과 어울렸다. 당연히 최고 평점으로 졸업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원 최우수논문상까지 수상했는데 이미 입학 전부터 쓰고자 준비했고 입학하면서 다듬은 논문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논문의 제목은 「일제강점기 상해파 한국영화인」이다.

석사 졸업 후 박사에 대한 꿈도 있었지만 다시 제작에 몰입해 특근을 밥 먹듯이 했다. 하지만 한번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배가 와서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던 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과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진학을 결심했다. 그때라고 바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린이드라마 <스파크>를 제작할 때이니 석사 공부할 때보다 더 바빴던 때이다. 그러나 시험에 응시했다. 석사 졸업하고 8년 후의 일이다. 학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았는데 어느 항목 하나 문제가 없었고 가산점을 받을 항목까지 있었다. 바로 준비된 학생이었던 것이다.

합격 후 역시 석사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에 열중했다. 스케줄 조정이 안 되어 한 번은 아내를 대신 보낸 적도 있었다. 그렇게 수업에 열중했다. 박사논문 역시 해외 출장하며 자료를 모아둔 한국합작영화 관련이다. 논문을 사전에 준비하고 특히 방학 때에는 논문쓰기로 휴가도 반납했다. 공부는 신이 나야 진도가 빠르게 나간다. 이런 공부의 맛을 진작 알았다면 아마도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현재가 중요하듯 그때가 행복했다. 학위논문을 어느 정도 써놓고 부득불 시작된 안중근뼈대찾기 사업으로 1년간을 보내야 했다. 그동안 논문관련 세미나를 20여 회 해냈다면 누구도 놀랄 일이다. 한국영화인들을 모아 사석에서 들은 합작관련 비화를 공식석상에서 들으며 논문의 내실을 높였다. 박사논문엔 최우수논문상이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게 내 나이 57세의 일이다.

나의 경우 해외취재를 하며 얻은 논문 주제였기에 다른 논문과 달리 현장성이 있는 주제였다. 한국영화사의 숨겨진 사실을 발굴해낸 1920년대 한국영화인들의 상해 진출기이나, 합작영화라는 미명하에 만들어진 가짜 합작영화들의 왜곡된 역사를 밝혀냈으니 프로그램 제작이나 논문작성이나 나에겐 매 한가지다. 취재와 연구 끝에 일궈낸 성과이기에 다른 분들의 논문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잘되는 일은 신이 나서 하기 마련이다. 공부가 신나는 일일 수 있는데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진짜 멋지게 공부할 텐데...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을 일이다. 오늘도 교실에서는 조는 학생, 딴 짓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더구나 결석하는 학생도 있다. 그들에게 나이 들어서도 공부할 수 있고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지는 않다. 공부는 역시 젊어서 하는 게 덜 피곤한 일이다.

나는 장학금을 재학 중 두 번을 받았을 뿐이다. 그것은 학생 모두 성적이 우수하여 분산해 지급하기 때문이다. 장학금은 대학원생들보다는 대학생들에게 더 해당되는 이야기다. 장학금 받기를 목표로 위와 같이 한다면 거의 예외 없이 장학금 수령자가 될 것이다.

2012년 8월 27일 졸업식에서 박철 총장님과
▲ 2012년 8월 27일 졸업식에서 박철 총장님과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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