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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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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 스토리]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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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주둔지에서 자위대원들에게 일본혼의 부활을 설파하고 있는 미시마 유키오 (출처:요미우리 신문)
▲ 자위대 주둔지에서 자위대원들에게 일본혼의 부활을 설파하고 있는 미시마 유키오 (출처:요미우리 신문)

미시마 유키오(1925.1.14~1970.11.25)는 1948년에 발간된 <도적>으로 등단하여 꾸준히 활동했던 탐미주의 문학의 소설가이다. 그는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이며 동시에 이야기(화제)를 만들어 내는 인기 작가였다. 샤프한 문장의 글과 행동으로 뭇시선을 받던 인기 작가가 어느 날 시대를 착각하고 모습을 드러낸 사무라이가 되었다. 그것은 무장해제 당한 제국주의 군인의 모습이기도 했다.

할복 자결 이전에 그는 소설, 연극, 영화의 무대를 넘나드는 너무도 근사한 예술가이며 검도 등으로 단련된 멋진 사람이었다. "할복 자결한 노벨문학상 후보자." 당시 그의 자결은 전 세계에 급전으로 알려졌다. 그의 죽음이 군국주의의 부활을 알리는 기폭제가 아닐까 싶어 더욱 놀랬는지도 모른다.

그는 자위대원들 앞에서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다가 자위대원들의 무반응에 스스로 배를 갈랐다. 그의 죽음은 일찍이 예견되었는데 그가 왜 그랬는지는 그가 평소부터 줄곧 주창해온 바대로다. 스스로 45세에 죽겠다며 공언을 했었는데 정말로 그는 45세 되던 1970년에 자결을 한 것이다.

그는 평소부터 극우주의자였는데 사설 군조직인 다데노카이(楯の會/ 방패의 모임)를 결성하고 자위대원들과 함께 훈련을 받기도 했다. 우리네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인데 일본에서는 군사사조직 결성도 가능했고 자위대원들의 훈련에도 참가가 가능했던 모양이다. 그가 유명작가였기에 특별히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의 행동의 배경에는 천황페하를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구 일본군의 정신이 그대로 계승되어 있었다. 그가 원했던 사회는 과거로의 회귀이다. 군국주의 하에서 일본제국은 강성했고 비록 전쟁에서 졌지만 그 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었다. 사실 지금도 많은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극우적인 사고이다. 그래서 한국과 동남아를 강제점령하고 중국마저도 침략하였던 그들이다.

그들이 그 때를 그리워하는 건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는 말처럼 그들은 스스로의 무덤을 판 격이었다. 그 때의 참상을 잊고 그 때를 기리는 것이 일본의 극우주의자들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일본 무사의 전통적인 죽음방식인 하라키리(할복)를 택했다.

미시마는 귀족가정에서 자란 전형적인 일본인이었다. 스스로 각본, 감독, 주연한 중편영화 <우국(나라를 걱정함)>도 그의 원작이다. 내용은 미수로 끝난 2.26 군부 구테타를 소설화한 것인데 그는 그 사건에 큰 영향을 받았고 스스로 쓴 소설에 깊이 빠졌다. 그렇게 그의 정신세계는 스스로 잠식되어 갔다. 그것이 하라키리를 택한 미시마의 이유이다. 그의 최후 모습은 이미 예견된 것처럼 자결이 그의 종착역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문학세계는 일본문화를 미화한 <금각사>, <풍요의 바다> 등의 탐미적인 소설을 발표하는 동시에 자신의 철학을 수필로써 쓴 <부도덕교육강좌>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에 그의 죽음 직후에 <행동과 죽음의 미학>이란 책이 출판되기도 했다. 그는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실없는 놈>, <우국>, <불꽃>, <검은 도마뱀>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의 후견인이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가스 호스를 입에 물고 자결하였다. 과연 자살천국 일본에 유행처럼 번진 사건들이다. 경제성장의 길목에서 겪는 성장의례일까? 그의 자신만만함과 필력, 문체에서 나는 최인호 작가가 떠오른다. 우리에게 잊혀진 그가 얼마 전 신경숙 작가의 <우국> 표절 사건으로 다시 한번 우리에게 알려졌다. 과연 대단한 미시마 유키오이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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