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5 23:56 (목)
[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론 ③
상태바
[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론 ③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 "나는 다큐멘터리스트이다" 뉴욕에서의 필자
▲ "나는 다큐멘터리스트이다" 뉴욕에서의 필자

다큐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관련 학과에서 영상전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요즈음은 달라졌다. 인문학, 어학 등 다른 학문을 전공해도 얼마든 마음먹기에 따라 다큐감독이 가능하다. 그러나 영상을 통해서 표현하는 장르기 때문에 영상을 이해해야 되고 무엇보다도 올바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인 관심을 갖는다면 드라마나 예능피디가 될 수 있지만 다큐감독은 보다 전문적이고 세상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다. 다큐감독은 사람 만나는 게 일이다. 섭외할 사람을 필요에 따라서 만나는 건데, 살아가는 이야기, 그네들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우리가 기획한 다큐멘터리에 맞는 그런 인터뷰라던가 동정 스케치라던가 그런 것을 촬영한다.

촬영을 마치고 들어오게 되면 밤인데 프리뷰를 하고 편집을 한다. 보통 메디컬 다큐 <명의>라던가 휴먼다큐멘터리는 15회 차를 찍는데 25배수를 촬영한다. 50분짜리를 찍는데 25배의 시간을 찍어서 편집하는 것이다. 처음에 가편집을 하면 3배수 정도로 OK커트로만 골라낸다. NG컷을 추려내 가편집을 해놓고 다시 편집구성안에 따라서 2배수로 다시 편집한다.

그 다음 작가와 함께 보면서 순서 바꿀 거 바꾸고 축약해낸다. 그래서 50분짜리로 만들어 음악가한테 전달되면 타임체크해서 음악 작곡이나 편곡을 한다. 작가는 그동안 해설원고를 쓴다. 해설, 즉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종편실에서 최종완성을 한다. 방송에서는 정규 프로그램은 보통 5주 걸려서 한 편이 제작된다. 30여 년 전에는 2주에 한편씩 제작했는데 작가가 두 팀 있었다. A팀은 준비하고 B팀하고 같이 일하고, 끝나면 역할이 바뀐다. 요즘은 그렇게까지 무리하면서 하지 않는다.

<다큐프라임> 같은 경우는 1년에 혼자서 두세 편을 제작하는 데 예전보다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EBS를 예로 들면 한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우수프로그램상을 주는데 12달 중에 10달을 받았다. 1년에 둘이서 5편 만드는데 완성도가 떨어질 수가 없다. 10년차 이상의 경력 있는 사람들이니까 잘 만들 수밖에 없고 <EBS 다큐프라임>은 모범사례이다.

다음은 학생기자와의 대담을 소개한다. “다큐PD를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과 보람 있었던 순간이라면?”

“180여 편 제작을 했는데, 너무 많죠. 너무 많은데 간단하게 몇 개 예를 든다면 이게 진짜 섭외가 쉽지 않아요. 다큐멘터리가 있는 그대로 찍어서 보여준다지만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게 사람들이 밝히고 싶어 하는 것만 다루는 게 아니거든요. 사람한테는 숨기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근데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요.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얘기를 풀어놓게 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어요?

휴먼다큐를 찍다보면 진짜가 아니라 가짜를 찍는 경우도 있어요. 속내를 숨기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지요. 근데 그건 오래 못가고 촬영도 다시 해야 되죠. 근데 그런 경우가 많아요. 휴먼다큐 찍다보면 악역이 등장하거든요. 갈등의 이야기라는 거죠. 드라마나 다큐나 똑같아요. 갈등요소가 없으면 사람들이 지루해하죠. 그러다보니 악역을 맡는 사람이 존재해야 되거든요.

예를 들어 공장에서 열심히 돈을 버는 동생이 있으면, 또 가족 중에 다들 착하게만 사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그런 사람들 얘기를 빼고 찍으면 쟤가 왜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이렇게 되거든요. 그런 걸 잘 찾아내줘야 되죠.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게 일이에요 프로듀서는. 섭외가 안되는 게 다반사죠.

예를 들어 <석유>라는 프로그램을 찍는데 처음에 구성안으로 볼 때는 문제가 없을 거 같아요. 그런데 섭외가 진짜 힘든 거거든요. 왜냐하면 석유가 나오고 정유를 거쳐가지고 보관하는 거를 찍게 되는데 그게 국가 기밀사항이거든요. 왜냐하면 전시 상황이면 첫 번째 타깃(target)이 석유기지에요. 그 지역이 불바다가 되니까 섭외가 전혀 안돼요. 우리나라는 그래도 어떻게 섭외가 되어서 취재를 했는데, 우리나라는 산유국이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산유국을 섭외해야 되는데 어느 나라도 한국의 EBS가 이거 찍겠다고 하면 허가해줄 거 같아요? 아니지요. 제작가능성이 아주 힘든 소재가 많아요.

우리가 집에서 편하게 다큐 시청하지만, <세계테마기행>이라고 섭외가 자연스럽게 되는 게 아니죠. 사전에 미리 섭외해놓지만, 현장가면 피디가 다시 섭외해야 되는 게 다반사죠. 이번에도 어디서 드론으로 지형을 찍다보니까 군사기지가 걸린 거죠. 네팔에서 있던 일인데, 벌금 물리고 추방당했다는데 그건 약과죠. 촬영 테입 압수당하고, 어떤 피디는 구속되기도 해. 찍지 말라는 거 피디 욕심에 찍다보니까는 사명감이랄까요? 그렇게 하다보면 취재국에서 원치 않는 거 찍을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죠? 위험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지. 아주 예민하면서도 아주 담대하게. 그 두 가지. 그 두 가지를 다해야하는 직업입니다.”

“다큐멘터리 PD가 갖추어야할 능력 ,조건 ,소양은?”

“아주 일반적인 얘기일수도 있는데, 일단은 건강해야 돼요. 피곤한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도 정리가 안 되어 피곤해져.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를 가져야 돼요. 평소부터 기본적인 소양은 닦아야 되는 거고, 사회를 냉철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기 위해서 사회 각 분야, 특히 소외받은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올바르게 만들어서 내보내야지요. 그런 작업을 하기위해서 건강해야 되고 소양을 갖춰야 되는 거고 평소부터 관심이 많아야 되는 거고요.”

“존경하는(혹은 좋아하는) 다큐PD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신 1세대 선배님들은 존경할만하지요. 1960년대 방송다큐멘터리 만들면서 이렇게 발전해온 거고, 필름, 영화다큐멘터리는 ‘국립영화제작소’의 여러분들이 다큐멘터리 영역을 개척한 겁니다. KBS라던가 국립영화제작소 선배님들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하신 게 대단하신거지요. 1세대 다큐멘터리 감독들 다 존경하지요.”

내 인생에서 접한 많은 장르의 영상콘텐츠 중에서 다큐멘터리만한 분야는 없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스트가 된 것이다. 영상콘텐츠 감독을 지망하는 분들이거나, 다큐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일단 한 편을 만들어 보길 권한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