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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 – ‘전통문화를 찾아서’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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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 – ‘전통문화를 찾아서’ ②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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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전통문화를 찾아서- 한국의 귀신' 현장
▲ EBS '전통문화를 찾아서- 한국의 귀신' 현장

내가 연출한 <전통문화를 찾아서> 프로그램 몇 편을 소개해본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중요무형문화재라 일컬어지는 장인들의 삶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30분짜리 다큐멘터리이다.

처음에는 스튜디오로 장인들을 모셔 토크로 풀어나갔으나 시간이 지나며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 내가 기획제작부로 발령받아 가니 신영한 PD 혼자서 일주일에 30분짜리 다큐를 만들어 내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한국의 발탈>, <택견> 등의 프로그램을 다큐로 제작했다. 프로그램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안유경 작가를 소개받아 <한국의 고서>를 기획하였다. 전통문화하면 이미 <한국의 명주>, <살풀이춤>, <승무> 등을 기획, 연출하였던 나이기에 제작비를 대주고 한 판 벌려보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월급까지 받아가며 만드는 일인데 성심껏 만들어야 할 일이었다. 내가 제작비를 들여 <살풀이춤>같은 전통문화 관련 영화를 만들었는데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단지 촬영기일이 문제였다. 이틀의 촬영 스케줄이 주어졌다. 어떻게 이틀에 다큐 한 편을 만드나 고심을 하고 있으니 부장인 시길수 선배가 와서 아무 걱정을 말라고 한다. 방송사에는 자료화면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료 검색을 해봐도 정작 필요한 화면은 많지 않았고 더구나 화질이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시는 U-matic 자료와 베타 캠 자료가 공존하던 때였고 두 자료는 화질 차가 심했다. 나는 하루에 네댓 군데를 돌도록 스케줄을 잡았다. 요즘 같은 교통상태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촬영은 심야에 끝났고 스태프들은 너무 강행군 아니냐며 은근히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한국의 고서>는 청계천과 민속촌을 돌고 스튜디오에서 끝이 났다. 전통고서들이 갖고 있는 의미 등을 서지학자인 안춘근 선생에게 듣고 그가 소장하고 있는 지하 서고의 고서들을 담아냈다. 민속촌에서 고서를 읽는 선비를 실루엣으로 촬영하니 더욱 멋스러웠다. 이 프로그램 이후 나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포함하여 100여 편의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다.

<전통문화를 찾아서> 납량특집으로 기획된 <한국의 귀신>편은 <도깨비> 프로그램 제작 후

온양민속마을에서 옴니버스로 찍었다. 한국의 귀신 이야기 중에서 남자들을 집으로 끌어들여 골탕을 먹이는 여귀,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는 아랑귀신, 밤마다 사또를 찾아와 장기를 두자고 하는 노인귀 등을 다루었다. 도깨비가 당시 여성들이 생각하는 이상형의 이미지라면 귀신은 선인들이 만들어 낸 삶의 활력소로 인간들 상호간에 소통하며 살라 하는 숨은 교훈이 있다.

<한국의 표주박> 아이템은 표주박이 갖고 있는 투박한 우리 멋에서 출발했다. 수집가인 K여사의 집에서 표주박들을 보며 멋진 한 편이 기대되었다. 표주박은 지금은 등산객들이 배낭에 달고 다니는 물 컵의 과거형태였다. 보통 손으로 물을 떠 마셨겠지만 신분이 높으신 양반들은 표주박을 지참하거나 하인이 지참하여 동행하였던 것이다.

여행 중 목이라도 마르며 “얘, 종쇠야! 물 한 그릇 떠오거라!” 하면 머슴은 표주박에 상전이 마실 물을 떠오곤 했을 것이다. 표주박은 종이공예품에서부터 놋으로 만든 철제품 등 질과 형태가 다양하다. 북한산에서 재연장면을 찍으면서 나의 촬영 사상 가장 큰 사고가 발생하였다. 8m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진 것이다. 무사했길래 망정인데 촬영이란 위험한 상황이 항상 존재하는 현장이다. 그만큼 위험한 일이다.

<전통문화를 찾아서>의 최종편인 <한오백년>편은 ‘정선아리랑’에서 유래한 ‘한오백년’에 얽힌 전설을 극화 하였다. 어린 연지는 변방으로 부임하는 아버지 따라 먼 길을 떠났다가 정선의 어느 주막에 맡겨진다. 주모의 구박 속에 처녀가 된 연지는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가 과거 보러가던 선비와 만나 혼인을 언약한다.

그러나 그 또한 한양으로 간 뒤 소식이 끊기고 주모와 매파의 끈질긴 강요로 망자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밤이면 망자의 위패와 함께 잠들고 낮이면 시어머니의 온갖 구박과 힘든 일로 보내던 어느 날 연락이 끊겼던 선비가 찾아와 연지를 찾으나 이미 결혼한 연지는 자신을 잊어달라며 목을 맨다.

또 훗날 찾아온 아버지는 지아비 따라 자결한 열녀의 묘 앞에서 망연자실해 통곡을 한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이 노래와 정선 아리랑의 곡조는 똑 같다.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애간장을 끓게 하는 이 노래에는 이런 전설이 함께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다.

촬영은 전우삼, 출연은 유영국, 조민희, 양영준, 심우창 등이다. 1995년 2월에 방송되었고 만 오년간 방송된 <전통문화를 찾아서>의 최종편이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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