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19 09:13 (화)
[안태근의 다큐세상] 이우석 회장 ③
상태바
[안태근의 다큐세상] 이우석 회장 ③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3.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많은 트로피는 (주)동아수출공사의 영광을 상징하고 있다.
▲ 수많은 트로피는 (주)동아수출공사의 영광을 상징하고 있다.

이소룡의 유작인 <사망유희>는 극비리에 촬영되며 당룡으로 알려진 김태정의 존재는 극비로 숨겨진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철저히 이소룡 영화로 알려져야 했기 때문이다. 기자에게 조차 비공개로 촬영되며 완성된 이 영화에서 당룡은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당룡은 관객들에게 2nd 이소룡으로 각인되었다.

그사이 이수현, 양소룡, 여소룡 등 홍콩배우들이 이소룡의 배역을 맡거나 후계자를 자처하며 출연을 하였지만 그 뿐이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이소룡의 이미지와 닮은 거룡 등의 배우가 각광받았다. 당시 당룡은 호텔에 감금되다시피하며 차기작을 기다렸다. 결국 오사원 감독, 원화평 무술감독 팀의 <사망탑>에 주인공으로 기용되며 일본 및 한국 로케이션을 하며 촬영을 한다.

그는 <사망탑>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는데 역시나 이소룡의 실사 부분을 편집한 영화에서 대역배우로서의 출연이다. 그리고 귀국하여 몇 편의 영화를 찍지만 이소룡의 그늘을 벗어나 독립하기엔 당룡이라는 이름은 너무 버거운 이름이다. 그는 결국 이소룡 영화의 완성을 위해 존재한 판박이 배우가 됐다. 그 역할이 다했을 때 버려지는 것은 만물의 진리이다. 대역 배우의 운명은 그를 비켜가지 않았다.

이 영화는 2년의 촬영기간을 거치며 당룡은 “다루기 어려운 배우”로 낙인 찍힌다. 그가 촬영 중 장발이었던 머리를 삭발했기 때문이다. 액션 장면 촬영은 가발 차림으로서는 불가능하다. 너무 이른 나이에 당대 최고스타인 이소룡 대역을 맡아 세계적으로 알려지며 너무 빨리 자신의 목표를 이룬 그로서는 모든 것이 허망했을 것이다. 그렇게 당룡의 인생과 영화역정은 꼬이기 시작했다.

<사망탑>은 김태정의 노력 여하에 따라 부산의 머스마가 세계적인 스타 이소룡의 반열에 오르는 기적의 완결편이 될 수도 있었다. 밤이나 낮이나 이소룡 만을 생각했던 그의 노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비밀리에 진행된 <사망유희> 촬영 후 그는 당룡이라는 예명으로 우리들에게 알려졌다.

오사원이 연출하고 원화평이 무술감독을 맡은 이 영화 촬영 중 한국에 먼저 들어온 당룡은 조선호텔에 묵으며 지하 이발관에서 삭발을 하였다. 그로서는 불만을 표출한 것인데 머리가 다시 장발이 될 동안 촬영이 중단됐다. 삭발한 이유는 이소룡 대역배우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심한 갈등 때문이었다. 제작자에게 미안한 일이었지만 당시 그의 심경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가 무술을 익혔던 절로 들어가 무술훈련을 하며 도(?)를 닦았다고 한다. 그렇게 반 년 동안 촬영이 중단되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이 영화는 동아수출공사의 이우석 사장이 당룡의 매니저이기에 1/10 가격인 6만 불에 구입하여 한홍합작영화 신고를 했다.

나는 스카라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는데 삼십여 년이 지난 후 DVD를 통해 보니 이소룡의 모습이 곳곳에 편집되어 들어가 있었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사망유희 2>이다. 이소룡 영화 컬렉션에도 당연히 들어가 있다.

이 영화 출연 후 당룡은 동아수출공사 제작의 <아가씨 참으세요>에 출연하고 그 후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단역 출연한 <특명 어벤저>는 그의 마지막 출연작이 되었다. 그는 미국에 거주하며 이곳저곳으로 자리를 옮겨 살았고 마지막에는 하와이에서 거주하였다.

2011년 그의 사망 후 나는 그의 추모세미나를 가졌고 2주기에도 추모행사 및 세미나를 가졌다. 일본에서 비보를 듣고 찾아온 팬들을 위해 그의 유골함을 모신 경기도의 의왕정사까지 찾아가 함께 참배했다. 그러나 이젠 그마저도 할 수가 없다. 그의 동생이 수리산 정상에서 유해를 뿌렸기 때문이다. 죽더라도 평생 유골보관비는 마련하고 이승을 하직해야 한다.

이우석 회장은 한홍합작영화의 주인공이다. 수많은 합작영화가 동아수출공사를 통해 제작되었다. 1973년 <황사진>을 시작으로 2011년 <퍼펙트게임>까지 85편을 제작하고 긴 공백기가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신검>을 준비했었다.

동아수출공사는 2011년 <퍼팩트 게임> 이후 한국영화 제작을 못하고 있다. 이유는 적자가 심해서인데 인천에 대형 스튜디오를 준비하며 긴 공백기를 보냈다. 이우석 회장은 2016년 12월에 정경뉴스가 주최하는 제16회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을 수상했다.

2023년 2월의 어느 날 단골 커피숍 카페 올레에서 필자와
▲ 2023년 2월의 어느 날 단골 커피숍 카페 올레에서 필자와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