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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이석기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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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이석기 촬영감독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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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석기 촬영감독
▲ 2012년 이석기 촬영감독

이석기 감독을 2012년 5월 10일에 처음 만났다. 아마 그전에도 충무로에서 지나치면서 보았겠지만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눈 첫날이다. 그와 충무로에서 마주친다는 것도 내 추정이지 촬영현장에서 허구한 날을 보낸 그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편집실에서나 현상소에서도 마주친 적이 없었을 정도로 바빴던 그는 한국영화 촬영사에 있어서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1940년 부산 생으로 1965년에 촬영기사로 데뷔하여 카메라를 잡았다. 그의 촬영기사 데뷔작은 노진섭 감독의 <보경아가씨>(1966)이다. 이후 그는 이만희, 임권택, 정인엽 감독의 대표작을 촬영하였고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대표작은 너무도 많은데 내가 꼽는 대표작은 이만희 감독의 <휴일>(1968)이다.

이석기 촬영감독은 경남중을 졸업 후 서울 용산고를 졸업했다. 1961년 친척 이병삼 촬영기사의 조수 생활을 거쳐 5년 후 독립해 촬영기사가 되었다. 노진섭 감독의 <보경아가씨> 이후 이만희 감독의 <군번없는 용사>(1966) 촬영지원을 나갔다가 이만희 감독의 영화 12편을 촬영하였다.

이때 촬영한 영화가 이만희 감독의 명편으로 남은 <휴일>을 비롯하여 <귀로>, <망각>, <외출>, <여로>, <암살자>, <여섯개의 그림자>, <창공에 산다>, <생명>, <여자가 고백할 때> 등이다. 특히 <창공에 산다>(1968)로는 대종상 촬영상을 수상하였다.

<창공에 산다>는 공군본부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 영화다. 신봉승 각본, 호현찬 제작으로 출연은 신성일, 장동휘, 백영민, 김성옥, 남정임, 황정순이다. 내용은 해군본부의 지원을 받은 <YMS504의 수병>의 공군버전으로 공중전은 안 나오지만 훈련과정으로 항공장면이 계속되고 라스트에서의 적 침투선과의 결전을 통해 공군 파일럿의 활동상을 보여준다.

공군의 힘든 훈련을 통해 육성되는 공군 보라매들의 무용담에 사랑의 이야기를 곁들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반세기 훨씬 전의 영화이기에 다소 도식적인 구성으로 지루한 감이 있지만 당시에는 전투기만 나와도 관객의 호기심을 끌 때이니 영화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다.

한국의 공군영화로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4년에 홍성기 감독의 <추격명령>이 만들어졌고 1964년에는 신상옥 감독의 <빨간 마후라>가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하였다. 그래서 후속작으로 이 영화도 기획되었을 것이다.

그는 김수용 감독의 <극락조> 등 20여 편, 고영남 감독의 영화 20여 편, 드리고 정인엽 감독의 <별명붙은 여자>, <결혼교실> 등 50여 편, 문여송 감독의 <진짜 진짜 잊지마> 시리즈, 임권택 감독의 <깃발없는 기수>, <족보> 등을 촬영했다. 그는 보통 4~5편을 동시에 촬영했던 만큼 일이 몰렸는데 보름간 밤샘 촬영을 하며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그는 신인감독의 데뷔작을 도맡다시피 촬영하였는데 박철수, 김현명 감독 등이 예이다. 그만큼 제작 경험이 풍부하여 신인감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기에 영화사가 그를 초빙했다. 그는 문여송 감독의 영화사인 ‘키네마 서울’에서 기획실장을 맡기도 했지만 그의 천직은 촬영이었다. 신인감독의 데뷔작을 많이 촬영했으며 촬영기사협회 회장을 10여간 맡아 운영했다. 그만큼 그가 전문가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32세에 최무룡, 윤정희 주연의 <엄마, 안녕>으로 감독 데뷔를 하였다. 그리고 백결 시나리오의 <성 이수일뎐>, <짚시애마>,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땅끝에 선 연인>, <아주 특별한 변신> 등 해외 로케이션 영화를 직접 연출했다.

촬영도 계속해 한국영화사에 남는 <은마는 오지 않는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등을 촬영했다. 200여 편을 촬영하고 본인이 10여 편을 연출한 그는 한국 촬영역사에 남을 대표적인 촬영감독이다. 그는 코로나 시기 이전에 <한국영화배우사>, <한국영화기술사> 등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그를 만나니 한국영화사, 이만희 감독 등 공통 관심사가 일치해 EBS가 위치한 도곡동의 단골집에서 용인대의 김창유 교수와 함께 거나하게 취했던 기억도 난다. 나는 그를 내가 주최하던 한국영화100년사 세미나에 초청하여 2015년 5월 31일(일) 한국영화100년사 세미나에서 그의 영화인생을 들었다. 그는 당시에 <한국영화 위대한 100년> 등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었다. 그의 한국영화사 기록에 대한 열정은 나보다 더하다.

2015년 5월 31일, 제24회 한국영화100년사 세미나
▲ 2015년 5월 31일, 제24회 한국영화100년사 세미나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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